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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전자책 생태계를 만들어 달라

우리 회사는 연초부터 13개에 이르는 국내외 전자책 유통사에 약 200여권의 전자책을 유통해왔다. 한달에 무/유료 다운로드 수가 어림잡아 10만건. 하루 매출 70만원, 약 2천만원대의 매출을 보여왔다. 유통마켓마다 정산시스템에서 보여주는 정보가 달라 정확한 예측이 가능한지는 모르겠지만 몇몇 마켓의 통계를 근거로 추정해본다면, 체험판 및 무료 다운로드 대비 유료 구매율은 10%대에 이른다. 매달 9만건의 무료 전자책 다운로드와 9천건의 유료다운로드가 발생한 셈이다.

앞으로 전자책 발행종수를 늘려나간다면, 또 지금 준비중인 마켓들이 신규진입하면, 매출성장세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가장 큰 마켓이 차지하는 비중은 35% 가량, 그 다음이 25%대. 크고 작은 회사의 매출 비중은 작게 쪼개진 게 특징이라면 특징이다.

전자책 매출은 매월 성장세여서 앞으로 더욱 기대감을 갖게 한다. 지난 5월에 우리는 평균 할인율인 60%인 1200만원대의 순매출을 거뒀다. 현재 매출은 다소 주춤하지만 비중이 다소 낮았던 마켓에서의 매출이 증가추세라는 것이 마켓별 평균화가 진행되는 것이 아닌지 조심스레 전망해본다.. 우리는 올해안까지 출판편집된 전자책 300여종을 보태 연말까지 약 500여종을 약 15개 국내외 전자책 유통사에 판매할 계획이다. 장르도 화보나 만화까지 다양화했다. 일부는 이미 수급을 마쳤다.

현재 유통되는 전자책은 인터파크 도서에 판매되는 셀프출판작 약 2천7백여권과 이중 교정교열과 표지 제작 등의 방식으로 출판편집된 전자책 200여권 등 3천여권 등이다.

출판편집된 전자책은 유통마켓이 많아서 매출비중이 높았다. 결국 수적 싸움이 아닌 콘텐츠 자체가 가진 경쟁력이 매출의 주요 관건이라는 생각을 갖게했다.

그러나 생각보다 수익률이 높지 않은 것이 나에겐 밀린 숙제와 같다. 저자 평균 인세 30%인 점을 감안하면 우리가 거머쥐는 수익은 600만원대. 사업초기인 3년전 직원 1명에서 현재는 5명으로 늘어난 시점에서는 매월 인건비도 마련하지 못하는 현실이다. 햇수 3년인데도 마음 편히 잠을 못자고 있다.

결국 규모의 경제가 문제일 터. 종수를 늘리면 그만큼 인력이 더 늘어나고, 세금내고 인건비 사무실 유지비 감당하면, 수익률 저하는 피할 수 없다. 그래서 생태계 조성이 많이 아쉽다.

다만 피우리 등 작가커뮤니티로 오랫동안 콘텐츠를 축적해온 회사들은 우리와 사정이 다를 것이다. 이제 막 시작했거나 우리처럼 3년전부터 사업을 시작해온 회사라면, 우리보다 더 나은 성적표를 보일수는 없을 듯 하다. 또 기술력을 기반으로 한 회사나 b2b 사업 기반도 또 다를 수 있다.

7월부터 전자책 도서정가제 도입 등으로 환경이 또 바뀐다. 아쉬운대로 그럭저럭 버텨왔지만 변수는 사업의 가장 약점이 되어왔다. 며칠전 나는 다시 몇 년을 더 버텨낼수 있을까라는 생각에 자괴감을 가졌다.. 여전히 시장은 대기업의 유통사들이 쥐락펴락한다. 우리와 같은 전자출판사에게는 발언권조차 없다.

1인기업이니 1인창조기업이니 하면서, 전자책 출판을 기회라고 등떠밀지만 우리보다 나은 성적표를 낼 수 있는 전자출판사가 몇이나 있을지 의문이다. 일부 언론에 언급된 뉴스로 사업을 시작하거나 대박의 꿈을 갖는 건 확률이 낮은 로또에 불과하다. 이만큼의 확률은 종이책 시장이 더 크다.

여전히 많은 예비 전자출판 창업자들이 우리에게 자문을 구하지만, 질식하고 가버린다.

시장의 선순환은 결국 돈의 흐름이다.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면, 바닥을 드러낸다. 생태계가 그래서 필요하다. 며칠전 시작한 한 전자책 행사 팜플릿에 구글과 아마존 국내진출에 따른 대응이라는 말에 피식 웃음이 나왔다.

대응은 적대적 상대라는 뜻일텐데, 거기에 우리는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에 그리 생각한 것같다. 최근의 고민은 번역료가 상대적으로 낮을 거 같은 우리 작가들의 만화나 화보 등을 중국어, 영어 일본어 등으로 번역해 아이북스와 앱스토어, 구글마켓, 아마존에 팔아볼까 였다. 유통사들에게는 대응이지만 우리에겐 또 다른 기회다. 마켓이 늘어나서 그러려니 하겠지만 6개월 간 국내유통에서 얻은 결론은 결국 수익률 저하라는 난관이었다.

이미 국내 전자책 유통은 다단계 판매구조여서 콘텐츠 프로바이더인 전자출판사가 효과적인 수익률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내 결론이다. 전자책 유통사들의 다단계 판매구조는 콘텐츠 프로바이더들의 이익을 갈취하는 구조인 셈이다.

도저히 이래가지고는 국내유통으로는 정상적인 수익률을 내기 어렵다. 그럴바엔 차라리 해외 마켓으로 눈을 돌릴 수 밖에 없다. 거기라고 다를 것인가 하겠지만 최소한 시장이 공평하다면, 공정한 경쟁이 보장된다면, 최소한 노력한 댓가는 돌려 받을 수 있다고 본다.

특히나 시장 참여자들의 전자책 시장에 대한 관점이 많이 아쉽다. 3년전과 마찬가지로 전자책 판매가 늘면, 종이책 판매가 줄어서 안된다는 논리 등이 가장 흔하다. 마치 자신들의 전자책 출판을 다른 사람들이 내는 것처럼 말한다. 이미 전자책은 미디어에 가깝다. 단순한 읽기가 아닌 듣고 보는 것으로 확장됐다. 드라마나 영화와는 다소 다르지만 전자책으로 뜬다고 종이책이 분명 줄겠지만 기대수익이 낮아졌다고 볼 여지는 확정하기 어렵다.

출판사가 기대수익을 염려한다면 유통사들이 그만큼 수익률을 더 높여주면 좋겠지만 종이책 할인율과 전자책 할인율이 엇비슷해서 출판사들이 큰 매리트를 못느끼는 것은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다.

며칠 전 열린 전자책 세미나도 정작 중요한 문제는 완전 배제하고 시스템이 서로들 훌륭하다는 이야기 뿐이다. 시스템에 태울 콘텐츠는 마치 없는 것처럼.

삼성전자의 기술력은 세계 최고라고 인정한다. 그러나 소프트웨어가 없는 속빈감정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우리 전자책 시장도 지금 삼성전자와 별반 차이가 없어 보인다. 이미 전자책 솔루션이나 시스템은 최강이라고 인정하고 싶고 사실 그렇다고 볼 수 있다.

3년전에 비해 늘어나는 건 전자책 개발 회사들이고 우리와 같은 콘텐츠프로바이더들이 눈에 띠지 않는 건 무엇때문일까. (이미 있고 준비하고 있다면 나의 속좁은 식견을 탓해달라)

우리가 고민해야 할 건, 시장에서 검증이 안된, 검증받아야 할 새로운 전자책 시스템들이 아니다. 솔직히 일부 회사들이 내놓은 전자책 시스템들은 내가 운영하는 빅북앱보다 못한 것들이 태반이다. 독자들로부터 주목받지도 못하고 외면받고 있고 거기서 거기다. 그게 무슨 전자책 생태계고 시스템이냐고 되묻고 싶다.

그럴 시간에 시급한 시장의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본다. 현재 가장 큰제는 이익부터 내려는데 급급한 유통사들과 사업자들이라고 본다. 아마존의 전례를 보더라도 초기에는 전자책 유통마진 100%를 작가와 출판사에게 주고, 단말기 판매에 몰두하다. 시장이 형성된 이후 유통마진을 챙겼다. 한마디로 시장을 만들어간 것이다.

그런데 우리 사업자들은 아쉽게도, 전자책 단말기에서 판매된 전자책 유통수수료를 무려 50%나 챙겨간다. 도무지 알수 없는 유통마진은 어떻게 짠 건지 궁금하다.

콘텐츠 프로바이더의 입점 자체를 받지 않고 사업을 하는 네이버나 삼성전자 등은 말할 것도 없다. 인력을 10명 가량만 채용해도 시장을 선순환시킬 수 있는데, 전자책출판사들의 입점자체를 거부하고 손쉬운 다단계판매에만 의존해 판매마진을 챙겨간다.

그러고도 생태계 운운하는 것을 보면, 한심스럽다.

우리도 직원 5명으로 약 1900명에 달하는 개인작가와 1인출판사의 회원을 상대하고, 약 500명에 이르는 출판회원들의 책을 한달에 60여종 안팎의 전자책을 제작해 유통시키고 있다.

시쳇말로 우리보다 못한 식견으로 사업하는 건 대기업으로써 할 짓이 아니라고 본다.

우리 사업자들이 그 흔한 상생경영을 전자책 생태계 조성과 시장의 파이를 키우기 위해서라도 아마존처럼은 아니지만 긴 안목으로 고려해야 하는 시점이 왔다고 본다.

전국의 출판사만도 6만개다. 우리 매출의 10%만 할증되어도 우리가 일부 보태 두 명을 더 채용할 수 있고, 그렇게 더 많은 작가들의 전자책을 제작해 시장에 쏟아내면 장기적으로 볼 때 유통사들에게도 이익일 것이다. 나와 같은 사업자들이 더 늘어나면 고용창출에다 시장이 빠르게 성장할 것이라고 믿는다. 인세를 받아가는 작가들 또한 더 많은 창작물을 쏟아낼 것이다.

이런 게 진짜 생태계가 아닌가라고 생각해본다.

우리는 한배를 탄 동업자들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런데 아직도 우리가 한 배를 탄 동업자인지 솔직히 자신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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