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과 불평등
폴 파머 지음 | 정연호 외 옮김 | 신아출판사 펴냄
지은이는 섬나라 아이티 시골 병원의 의사다. 아이티, 페루, 러시아, 르완다, 멕시코 등 세계 여러 곳에서 가난한 사람들을 치료해 왔으며, 보건과 인권, 불평등한 사회가 질병의 확산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책을 많이 썼다. 이 책은 결핵으로 각혈을 하는 아이티 소녀가 들것에 실려 병원에 겨우 도착하지만 그만 숨을 거두고 마는 장면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간단한 투약으로 치료되는 병이지만 그곳 사람들은 그렇게 허망하게 죽어간다. 그곳에서 건강을 위협하는 주요 요인은 ‘불평등’이다.
환자들과 그들이 처한 환경을 그는 생생하게 그려낸다. 상당수의 인간들이 ‘의료 환경’과 같은 사치스러운 단어들과는 전혀 상관없는 곳에서 살고 있다. 저자는 아이티, 미국, 페루를 비롯한 여러 지역의 자료를 동원한다. 공중 보건 예산을 줄이면 뉴욕시의 결핵 유병률이 상승한다.
현대 의학은 상당수의 감염 질병을 통제할 수 있는 방법을 갖고 있지만 그것이 부자와 가난한 사람에게 평등하게 쓰이지 않는다. 문제는 자원의 한계가 아니다. 자원 사용의 불평등이다. 세계화 이면에 숨어 있는 자본의 탐욕이 불평등을 불러왔고 그 때문에 세계가 감염에 위협당하고 있다.
건강 문제에서 늘 강조되는 것은 치료보다 예방이다. 하지만 독거노인들이나 소년소녀가장들은 충치 예방을 위해 치과에 갈 형편이 못 된다. 그러므로 빈곤을 외면하고 말하는 의료는 허상이다. 그래서 저자는 가난한 자들을 둘러싸고 있는 구조적 억압에 눈을 돌린다.
그는 인과성과 본질 문제를 명쾌하고 견고하며 충실하게 기록하고 있다. 전염병이라는 악마가 곧 사회적 악마라는 사실을 밝히고 있다. 불평등은 국가의 문제가 아니라 자본의 초국적 성격 때문에 이뤄진다. 구조적이며 세계적이다. 전염병은 자본주의 사회가 무자비하게 노동을 착취한 대가로 얻은 첫 번째 형벌이다. 그것을 감내해야 하는 사람들은 결국 가난한 사람들이다. 분배를 위해 성장을 기다리는 동안 사람들은 죽어간다. 불평등은 건강 악화를 건강 악화는 다시 불평들을 만들어낸다.
그의 글은 낯설다. 그러나 희망을 안겨준다. ‘건강의 동반자’라는 비정부기구를 만든 그의 행동과 이타주의는 분명 우리에게 희망이다. 이상이 현실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 그것으로 그의 작업은 빛난다. 그러나 그런 노력이 세상을 바꾸기에는 미약하다. 그런 자각은 고통스럽다. 그래서 그의 글은 분노로 가득 차 있지만 감동적이다.
저자는 이렇게 한탄한다. ‘이 책 초판에서 내가 제시했던 예언들을 돌이켜보건대 여간 유감스럽지 않다. 아! 나의 예측들은 모두 현실이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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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날 : [2017-02-13 11:3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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