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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굴릴 수 있는 새로운 방법, '현직의'

직업을 생각할 때 좋아하는 것보다는 잘하는 것을 찾으라는 말이 있다.
좋아하는 것이 잘하는 것이라면 굉장히 이상적이겠지만
세상은 언제나 우리가 생각했던 것처럼 굴러가는 법이 없다.

만약 당신도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 사이에서
적절한 타협점을 찾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면
두 가지를 모두 잡은 현직의 작가의 이야기를 들어 보자.

어쩌면 그에게서 당신이 생각한 대로 세상을 굴릴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이 떠오를지도 모른다.


1. 필명 ‘현직의’의 뜻이 궁금합니다. 처음에 필명을 보고 남자분인 줄 알았는데 여자분이시더라고요. 필명이 특이한 것 같은데 어떻게 짓게 되셨나요?

- ‘현직의’는 ‘현재 직업이 의사다’란 말의 약자입니다. 제대로 소설을 쓸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면 멋들어진 필명을 만들어 보려고 노력이라도 했을 텐데요. 예전이나 지금이나 저는 제대로 된 작가 같지가 않습니다. 처음에는 제가 쓴 글이 소설이라고 생각도 못했고요. 처음에 대화체로 썼었거든요. 계속 글을 쓸 거라고 생각도 안 했었기 때문에 그냥 단순하게 생각하다 떠오른 말이었어요. 사실 글을 올리던 사이트들에서 제 필명은 ‘현직의사’였고요. 전자책을 내려고 ‘현직의’로 줄인 거예요. 세 글자다 보니 의외로 어떤 이름 같기도 하더라고요.


2. 의사라는 본업과 소설을 쓰는 일을 겸하고 계신데요. 각각 느끼는 보람이나 힘든 점이 있을 것 같습니다.

- 저는 산부인과 의사로 제 일상의 대부분은 의사로서의 생활입니다. 더군다나 최근 수년 동안 글을 쓰지 않았었기 때문에 저는 여전히 제가 작가 같지는 않습니다. 의사로서 느끼는 보람은 나빴던 환자의 상태가 좋아졌을 때 무척 기쁩니다. 진료를 볼 때 한 가지를 최우선으로 생각합니다. 내 앞의 환자가 나라면, 내 엄마라면 혹은 내 언니라면. 그 생각을 바탕에 깔고 진료를 하게 되면 환자의 입장에 서서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있습니다. 수술을 할지 지켜볼지 어떤 약을 쓸지 등의 선택에 있어서 말이죠. 힘든 점은 환자를 치료할 때 마음처럼 확 좋아지지 않으면 속상하고 환자가 많을 때는 체력적으로 힘들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소설을 쓰면서는 제가 원하는 캐릭터들을 제 마음대로 쓸 수 있으니까 그들의 삶이나 내용이 제가 좋아하는 대로 그려진다는 거에 대해 보람과 기쁨을 느낍니다. 힘든 점은 쓸 시간도 없고 어떻게 쓸지 고민하고 싶지 않은데 그들을 만나고는 싶다는 점입니다. 누군가 싹 써 놓은 걸 독자 입장에서 읽고 싶은데 문제는 다른 분이 쓴 글이 제 마음과 일치할 수는 없다는 거지요.


3. <닥터스 로맨스>뿐만이 아니라 최근에 의학 드라마와 소설이 많이 나오는데요. 메디컬 로맨스만이 갖는 장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 의사들이나 의료진들 입장에서는 일상이지만 그렇지 않은 분들에게 병원 내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궁금한 무엇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의학은 우리의 삶과 직결되어 있기 때문에 사람들의 관심도가 높을 수밖에 없고요. 메디컬 로맨스는 그런 면에서 배경 자체가 많은 독자님들이 관심을 가져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좋다고 생각합니다.


4. 의사를 하셔서 그런지 작품 속 전문적인 지식이 돋보이는 것 같습니다. 메디컬 말고 도전해 보고 싶은 로맨스 분야는 무엇인가요?

- 판타지, 첩보, SF 등의 내용이 들어간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는 로맨스요. 절대 쓰지 못할 부분은 스릴러고요.


5. 어린 시절에는 만화가를 꿈꾸셨다고 들었습니다. 만화가가 아닌 로맨스 작가의 길을 걷게 된 계기가 있나요?

- 지금도 제 꿈은 여전히 만화가이고 반드시 그 꿈을 이룰 생각입니다. 사실 몇 달 전 예전에 그렸던 그림들을 가지고 서울의 유명 만화 학원을 찾아갔더니 바로 작가님과 연결된 수업을 진행해 주실 수 있다고 하셨는데 아직 초등학생인 아이들 때문에 잠시 미뤄두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언젠가 <닥터스 로맨스>는 만화로 나오게 될 거예요.
만화 스토리를 위하여 적어 두었던 것들을 모아 글로 쓰게 된 게 <닥터스 로맨스>였습니다. 지금도 제가 소설을 쓰는 건 나중에 그 글들을 만화로 그리기 위해서입니다. 아직 애들도 보고 일도 하면서 틈틈이 시간 내서 하기에는 특히 출퇴근 시간에도 할 수 있으려면 정식으로 그림을 그리는 것보다는 글을 쓰는 게 좀 더 가능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6. 가장 재미있게 본 소설이 있다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 주로 만화책을 읽어서 수능 언어영역 시험과 무관하게 읽은 소설은 몇 종류 안 되는 것 같네요. <내 사랑 마리벨>, <베르사이유의 장미>, <올훼스의 창> 이렇게는 소설책으로 읽었습니다. 20년도 더 전에 아주 좋아하면서요. 하지만 가장 재미있고 감명 깊게 읽은 책은 <어린왕자>입니다.


7. <닥터스 로맨스>는 2012년도에 처음으로 출간된 작품인데요, 분량이 긴 만큼 아쉬운 부분도 많을 것 같습니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왜 이렇게 썼는지 모르겠다 싶다거나 이런 식으로 썼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부분이 있나요?

- 처음에 시나리오 대본처럼 대화체로 썼었기 때문에 고쳤어도 여전히 이상하고 매끄럽지 않은 부분이 많습니다. 하지만 지금 글을 써도 별로 다르지 않을 것 같긴 합니다. 저는 글을 쓰는 분야에서는 전문가가 아니라서요. 크게 발전하기 어려울 것 같긴 하지만 좀 더 잘 쓸 수 있게 열심히 노력은 해 볼 생각입니다.
<닥터스 로맨스>는 미리 써 놓은 에피소드들을 나중에 합친 부분들이 있습니다. 역시 그런 부분들은 이전에 전개된 내용과 약간 맞지 않아 흐름이 매끄럽지 못한 면이 있어 그 이후에 쓴 글들은 앞에서부터 이어서 쓰지 뒷부분을 미리 썼다가 합치지를 않습니다.
또 처음 메디컬 소설을 쓰면서 일상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의학적 내용은 최대한 자세하게 전달을 하고 싶었습니다. 예를 들어 유상민이 심폐소생술을 해 주는 장면 같은 거요. 손이 놓이는 위치, 팔의 모양, 분당 횟수 이런 걸 글을 읽다가 익혀진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은데, 그런 욕심을 많이 내다보니 군데군데 지루한 부분들이 보여 그 이후에는 의학적 내용을 세세하게 다루는 건 피하고 있습니다.


8. <닥터스 로맨스>의 캐릭터 준혁과 상민은 서로 닮은 듯 다른 매력을 보여줍니다. 캐릭터를 구상할 때 어떤 기준으로 생각하시나요? 주변에 있는 실제 인물이 작품 속 캐릭터로 나온 경우도 있나요?

- 캐릭터를 구상할 때 이런 면이 있으면 내 심장이 뛸 것 같다고 생각하는 요소들을 다 쏟아 부어 만듭니다. 그러니까 김준혁 같은 경우 세계적인 기업의 후계자이고 훌륭한 외과의사의 외손자이며 뛰어난 운동 실력, 명석한 두뇌 등 좋은 조건을 만들어 줍니다. 그러나 김준혁이 제가 썼던 다른 소설들의 주인공과 가장 다른 특징은 윤 비서를 가졌다는 것입니다. 윤 비서는 영국 비밀 요원의 아들로 김준혁보다 월등히 강하고 특별합니다. 이런 대단한 사람이 김준혁이란 인물이 가지고 있는 하나의 장점이 되는 거지요. 물론 목숨을 내어 놓을 수 있을 정도로 친한 유상민이란 인물 역시 따지고 보면 김준혁의 호감을 올려 주는 하나의 요소가 될 수도 있습니다.
결국 몇 년간 머리를 굴려 본 결과 제가 글을 쓸 때 김준혁만큼 마음에 드는 캐릭터를 만들 수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번에 몇 년 만에 다시 글을 쓰기 시작했는데 새로운 캐릭터들로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라 다시 그들의 이야기가 쓰고 싶어진 것도 어쩌면 터무니없이 완벽한 캐릭터인 김준혁을 능가하는 다른 주인공을 만들 수 없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실제 인물이 작품 속에 캐릭터로 나오지는 않지만 이름들은 주변 사람들의 이름인 경우가 많고요. 윤희가 궁금한 거 절대 못 참고, 낯선 곳에서 잠도 못 자고, 집 안에서도 무서움을 타고 공포영화 절대 못 보고, 술이 매우 약한 건 그냥 그대로 저의 특징이고요. 병원에서 일어난 사건 들 중 일부는 실제 겪었던 일들이 좀 들어 있습니다. 예를 들어 L튜브 삽입할 때 인턴 차윤희를 유상민이 도와줬는데 실제 제가 인턴일 때 도와 주셨던 분은 여자 레지던트 선생님이셨습니다.


9. 개인적으로 <닥터스 로맨스>의 상민이 가장 애착이 갔습니다. 한 여자만을 바라보고 사랑하는 마음이 애틋하면서도 안타까웠는데요. 작가님께서는 그중에 가장 애착이 가는 인물을 꼽자면 어떤 인물인가요?

- 네, 저도 <닥터스 로맨스> 마지막 부분을 읽으면서 유상민이란 캐릭터 때문에 전혀 해피엔딩이란 느낌을 받지 못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윤 비서, 윤지원이란 남자를 아주 좋아합니다. 윤 비서와 김준혁, 혹은 윤 비서와 힐의 대화나 다툼 부분이 제일 재미있고 좋습니다. 정말 애착이 가는 인물이라 외전까지 썼던 거고 아마 앞으로 쓰는 새로운 시리즈에서도 중요 인물로 등장하게 될 것 같습니다.


10. 현재 쓰고 싶은 이야기나 쓸 예정인 이야기가 있나요? 어떤 내용인지 궁금합니다.

- 사실 이번에 나온 <닥터스 로맨스> 개정판을 쭉 읽어 보다가 갑자기 그들을 너무나도 다시 만나고 싶어졌습니다. 그래서 현재 <닥터스 로맨스 Ⅳ>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몇 년 만에 글이란 걸 쓰는 거라 원래도 한없이 부족했으니 더 부족하고 서툴겠지만 <닥터스 로맨스> 주인공들을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반가워하실 거라 생각합니다. 내용을 미리 말씀 드리자면 <닥터스 로맨스> 외전인 윤 비서의 사랑 이야기가 끝난 다음에 이어지는 내용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닥터스 로맨스> 시즌 1의 내용을 다른 스토리로 만나볼 수 있는 글이 될 것입니다. 주인공 김준혁 입장에서는 작가인 제가 무척이나 싫을 것 같습니다만.(웃음)
그 외에 <닥터스 로맨스>와 제가 썼던 다른 로맨스 소설 주인공들의 2세들의 이야기를 쓰다가 중단해 놓은 상태입니다. 잘 될지는 모르겠으나 메디컬 서스펜스와 첩보가 혼합된 그런 글을 추구하고는 있습니다. 사실 이 글을 완성하려고 했는데 아직은 <닥터스 로맨스> 주인공들을 떠나보내기가 싫어서요. 그들이 늙는 것을 인정할 수가 있게 된다면 언젠가 그런 글을 가지고 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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