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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염병으로 인류 역사를 다시 구성한다


 
전염병과 인류의 역사
윌리엄 H. 맥닐 지음 | 허정 옮김 | 한울 펴냄 
 
 
이 두 권의 전염병 관련 역사서는 매우 특별하다. 특별해서 읽을 가치가 있을 뿐더러 재미있기까지 하다. 이전의 연구서들이 ‘보건의료’라는 한정된 관점에서 전염병의 역사를 기술한 반면 《전염병과 인류의 역사》는 일반 역사 수준에서 전염병의 역사를 살피고 있다. 대개의 연구들이 특정한 시기의 특정한 질병만을 다루거나, 질병을 문명사의 한 에피소드로 다루었던 데 반해 이 책은 인류문명사 전체를 전염병으로 재구성하고 있다. 인류 전 문명의 흥망을 전염병 하나로 설명한다는 것은 매우 흥미로운 방식이다. 흥미진진할 수밖에 없다. 선사시대로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5대양 6대주 전역의 정치·경제·사회·문화·종교·과학·의료 등인간 생활의 모든 측면과 관계되는 전염병 사료들을 풍부하게 담고 있다. 그러나 사료들이 단순 에피소드로 처리되지 않고 저자의 직관력과 상상력을 통해 종횡무진의 무늬를 만들어낸다. ‘역사의 일부분인 전염병’이 아니라 ‘전염병으로 본 인류사’가 그려진다. 인류사가 이렇게 해석될 수도 있구나 하는 감탄이 앞선다. 단 아시아에 관한 내용이 좀 부실하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원시수렵사회, 역사시대 이후, 질병문화권과 유라시아대륙, 몽고제국의 출현과 질병 균형의 변화, 지리상의 발견과 질병의 교류, 의학과 의료 조직의 변화 등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전염병과 역사 : 제국은 어떻게 전염병을 유행시켰는가
셸던 와츠 지음 | 태경섭, 한창호 옮김 | 모티브북 펴냄 


또 다른 한 권 역시 필독의 가치가 있다. 《전염병과 역사: 제국은 어떻게 전염병을 유행시켰는가》는 각 장마다 전염병을 두 개의 상이한 문화적 맥락 속에서 고찰한다. 하나는 유럽인의 시각이고, 다른 하나는 비유럽인의 시각이다. 또한 전염병에 접근하는 일반적인 방식, 즉 사회 변화의 인과적 요인, 제반 사회적 과정을 반영하는 거울, 변화하는 의학 이론 및 임상을 밝혀주는 대상, 이 세 가지 틀을 종합하여 전염병에 대한 총체적 접근을 시도했다는 점에서 다른 책들과 다르다. 전염병을 지배 세력과 피지배 세력의 권력 관계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사회적 질병으로 인식한다는 점에서도 특별하게 다가온다.

제국주의와 유행성 질병의 관계를 고찰한 이 책은 시간이 지나면서 질병에 전염되거나 노출되었던 사람들의 인식이 어떻게 변화되고, 변화된 인식은 정치적·의학적으로 어떤 반응을 보이고 영향을 미쳤는지를 밝힌다. 페스트, 나병, 천연두, 매독, 콜레라, 황열병과 말라리아 등 역사 속에 번창했던 질병들이 등장한다. 저자는, 서구 의학은 질병 치료에 실패했으며, 제국의 의학은 사실상 제국의 요원이요 도구였다고 주장한다. 유럽 및 서구 중심적 관점을 비판하면서 역사적 사실과 풍부한 자료에 입각해 종합적으로 파헤친 이책은 전염병에 대한 보다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접근을 돕는다. 
 
 
윌리엄 맥닐 | 시카고대학 역사학 교수. <현대사 저널> 편집자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 《서구의 부흥》이 있다.
허정 | 서울대 의대 졸업. 같은 대학 대학원 의학박사. 서울대 보건대학원장, 대한예방의학회 회장, 한국보건사학회 회장, 한국보건 행정학회 회장 역임. 서울대 보건대학원 명예교수.

셸던 와츠 | 메릴랜드대학 박사. 나이지리아 일로린대학교 역사학과 부교수, 카이로 아메리칸대학 역사학과 초빙교수 역임. 범지구적 질병과 의학에 관한 일급 학자. 저서로 《서유럽 사회사, 1450-1720》 《세계사 속의 질병과 의학》 등이 있다.
태경섭 | 서울대 독문과 대학원 졸업. 《헤겔, 영원한 철학의 거장》 《무지의 사전》 《세이렌》 등을 옮겼다.
한창호 | 서울대 영문과 졸업. 《시간의 창공》 《괴짜심리학》 《매혹과 열광》 《감성지능》 《교육의 종말》 등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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