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신할미
서정오 지음 | 이강 그림 | 봄봄출판사 펴냄
아이가 학교에 들어갈 즈음이 되면 뜬금없이 자기가 어떻게 해서 태어났냐고 물을 때가 있습니다. 엄마는 대수롭지 않게 ‘○○다리 밑에서 주워 왔다’고 합니다. 그러면 아이는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하며 화를 냅니다. 그 모습이 재미있어 다시 ‘자꾸 말썽을 피우면 다리 밑에 사는 텁석부리 아저씨한데 다시 갖다 준다’고 하면 아이는 심각해져서 울기까지 합니다. 이런 황당한 일은 어른이면 어릴 때 누구나 다 한 번쯤 당해본 일입니다. 그렇게 믿었던 엄마가 내 엄마가 아닐 수도 있다는 불안감에 안절부절못하던 때를 생각해보면 지금도 피식 웃음이 나옵니다.
아이에게 이런 경험은 심리적 불안감을 조장할 수 있지만 또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너무나 당연시되었던 엄마 혹은 가족에 대한 안위가 파괴될 경우 겪게 되는 불안정한 상황을 생각하게 하여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좋은 경험이 되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나이 어린 아이들이 겪기에는 좀 과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아이가 태어난 과정에 대한 질문을 할 경우 우리 신화 중 삼신할미에 대한 책을 보여주며 사람이 태어나는 것은 신의 축복이고 얼마나 엄마가 소중하게 키워서 태어나게 한 것인지 이야기해주면 어떨까 싶어 적당한 그림책을 소개합니다.
삼신할머니는 아이를 낳게 해주는 신이야. 아주 오랜 옛날엔 삼신이 없었어. 그래서 아이를 갖고 싶으면 하늘에 빌어서 정말 어렵게 아기를 얻었어. 동해바다 용궁에 용왕 부부가 살았는데 늘그막에 딸 하나를 낳아 키웠대. 하지만 버릇이 없어 아홉 살이 될 때까지 매일 사고만 쳤대. 그래서 용왕님이 화가 나서 공주를 큰 무쇠 상자에 넣어 인간세상으로 쫓아보내 삼신이 되게 했대. 그렇지만 삼신이 무얼 하는지 배우지 못한 공주는 할머니건 남자건 아이건 닥치는 대로 아이를 낳게 해 주었고, 어떤 사람은 석 달, 어떤 사람은 1년, 또 어떤 사람은 3년이 지나야 아기를 낳게 했대. 그래서 사람들은 제대로 된 삼신을 보내달라고 하늘에 빌었대. 하늘신 옥황상제가 똑똑한 명진국 따님을 보내 올바른 삼신 일을 하고 있는데 공주가 나타나 명진국 따님을 마구 때리고 방해를 했대. 둘이 하늘에 빌며 삼신을 하나로 정해달라고 하자 옥황상제는 두 삼신을 하늘로 불러 삼신이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물어봤어. 공주는 아기는 아무나 아무 때 배꼽을 북 찢어 낳을 수있고, 낳으면 얼음물에 씻고 소금을 먹인다고 대답했어. 명진국 따님은 엄마 몸에 피 살려 석 달, 살 살려 석 달, 뼈 살려 석 달 키워 열 달만에 낳게 한다고 하고, 늘어진 뼈 당겨주고 오그라진 뼈 늦춰 고이 낳고, 은가위로 탯줄을 잘라 참실로 매주고 따뜻한 물에 씻겨 젖을 먹여 키운다고 했어. 두 삼신의 말을 들은 옥황상제는 명진국 따님을 인간세상의 삼신으로, 용궁 공주를 저승의 죽은 아기를 맡아 기르는 저승 삼신으로 가라고 했어. 명진국 따님은 인간세상에서 아기가 잘 태어나게 돕는 삼신 일을 열심히 했고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자 아기를 낳는 일을 도와주던 산파할머니가 죽으면 집집마다 삼신이 되게 했어. 그래서 집집마다 삼신할머니가 있는 거래.
아기가 어떻게 해서 태어나게 되는지 유치원만 가면 기초적인 성교육을 통해 배우게 됩니다. 그렇지만 그런 과학적인 것 말고 이런 신화적인 이야기를 통하면 아이들이 훨씬 쉽게 이해하고 흥미로워 합니다. 아이들의 상상력과 잘 맞아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각 민족마다 탄생과 관계되는 이런 신화적 이야기들은 많습니다. 아이와 이 책을 읽으며 다른 나라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했는지 이야기해주면 더욱 좋고, 특히 다문화가정의 엄마들은 자국의 이야기를 들려주면 엄마 나라에 대한 친근감도 더 생겨 좋을 듯싶습니다. 아이와 함께 책을 보며 엄마가 얼마나 자기를 사랑하는지 알게 하는 따뜻한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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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날 : [2017-02-16 10:4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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