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래시 포워드(Flash Forward)>
10월 6일, 지구는 2분 17초 동안 의식을 잃었다. 그리고 전 세계 인류가 자신들의 미래를 보았다. 그들은 모두 정확히 6개월 뒤의 미래를 보았고, 미래를 보지 못한 사람들에게 6개월 이후의 미래는 없는 것이다. 그들은 그 사이에 죽을 운명이다. FBI의 마크 벤포드 요원은 자신이 이 사건, 일명 ‘플래시 포워드’의 원인을 조사하는 단서에 대한 미래를 보았다. 그래서 그는 꿈에 나온 단서를 조합하여 다시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막으려 노력한다. 드라마의 내용은 플래시 포워드의 원인을 찾으려는 FBI의 수사극과 마크 주변 인물들이 플래시 포워드로 겪게 되는 생활의 변화가 주를 이룬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현재에 과거를 끼워 넣어 보여주는 회상 기법을 ‘플래시 백’이라고 한다. 그 반대가 ‘플래시 포워드’다. <플래시 포워드>는 이 서사 기법으로 만든 드라마다. 우리가 만약 미래를 볼 수 있다면 어떨까? 부정적이고 어두운 미래를 본다면 분명 그것을 피하려고 노력할 것이고, 긍정적이고 밝은 미래를 본다면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을 것이다. 그런데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고 있어도 우리가 본 미래가 실현될 수 있을까?
필자가 본 미래에 대한 여러 가지 설정 중에서 가장 수긍할 수 있는 것은 이영도의 소설 《퓨처 워커》 의 설정이다. 그 책에서, 일단 보지 않은 미래는 일어나지 않은 일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가변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이미 봐버린 그 시점의 미래는 고정불변이기 때문에 아무리 발버둥쳐도 바꿀 수가 없다. 그래서 내가 보고자 하는 날이 좋은 미래가 될 것인지 나쁜 미래가 될 것인지의 위험을 감수했을 때에만 미래를 보는 행위가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 된다. 미래가 변동 가능하다면 지금 본 미래는 존재할 수 없는 것이 된다. 그러기에 이미 본 미래는 차원이 여러 개 존재하지 않다면야 고정불변한 것이어야 한다. 같은 맥락에서 미래에 대한 유연성을 확보하기 위해 <플래시 포워드>도 다양한 차원의 존재를 설정해 놓는다. 그래서 미래가 바뀌는 사람이 존재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미 본 미래를 염두에 두고 생활하게 된다. 6개월 뒤이웃집 남자와 결혼한다는 미래를 본 여자는 평소에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던 이웃집 남자가 자꾸 눈에 밟혀 신경을 쓰게 되고, 신경을 쓰다 보니 사랑에 빠지게 된다. 모두들 미래를 알면 덜 걱정하게 될 거라 생각했지만 상황은 정반대로 사람들은 오히려 미래에 매달려서 살게 된다. 이처럼 미래를 봤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미래가 바뀌어 버리는 것이다.
필자는 몇 년 전부터 장난으로라도 사주나 운세를 보지 않는다. 점괘가 나온 대로 행동하게 되기 때문이다.
올해 공부운이 안 좋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의욕이 떨어져 공부가 잘 안 되고 정말 성적이 안 나오게 된다. 이것을 올해의 내 운세라고 단정 짓고 극복하고자 하는 생각을 안 하게 되기 때문이다. 위에서 말했듯 미래를 본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미래가 바뀌는 조건이 되어버리기 때문에, 신문 귀퉁이에 작게 실린 오늘의 운세조차 보는 것이 꺼려졌다. 내 미래는 내가 만드는 것이지 운 따위에 맡기는 것은 아니니까. 물론 평균적으로 같은 일을 해도 결과가 다르게 나오는 경우도 많고 살다보면 정말 ‘운’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의지와 상관없이 일이 틀어지거나 잘 되는 경우도 있지만, 그래도 대개의 결과는 어느 정도 자신의 노력에 비례하는 것 같다. 때때로 현실의 법칙을 초월하는 생각들이 위안을 주기도 하지만, 그런 잠시의 위안보다는 자신의 삶에 대해 주인 의식을 가지고 자신의 미래를 개척해나가는 것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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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날 : [2017-02-17 10:59: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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