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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느낌이 한 곡 안에 절묘하게 녹아 있다

 


 
“형, 나는 노래 중에서 가장 완벽한 노래는 <호텔 캘리포니아>라고 생각해요.” 다소 뜬금없는 그의 결연한 선언이 의아했다. 가장 완벽한 노래라니? 신선한 발언이다. 뭔가 대단히 중요한 사실을 말해버린 듯한 그의 표정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다음 이야기를 기다렸다. “내가 지금까지 들어왔던 모든 노래들 중에 <호텔 캘리포니아>만큼 듣기 좋았던 노래는 없었단 말이죠.” 그럴 수 있다. 하긴 그 노래가 싫다는 사람은 아직 못 본 것 같다. 그는 계속 말했다. “슬플 때 들으면 위로가 되고, 즐거울 때 들으면 더욱 즐거워지고, 심심할 때 들으면 안 심심해지고, 바쁠 때 들으면 마음이 편안해지는, 언제, 어디서나, 어느 때나, 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들어왔어도 듣기 싫었던 적이 한 번도 없었던 노래는 <호텔 캘리포니아>밖에 없었어요.” 오호, 듣고 보니 그렇다. 모든 느낌이 한 곡 안에 모두 절묘하게 녹아 있는 음악은 흔치 않은 것 같다.

금방 다른 예의 노래가 떠오르지 않는다. 녀석의 말이 맞는 것 같았다. 나로선 손해볼 일이 전혀 없으므로 흔쾌히 동의했다. “그래 가장 완벽한 노래 맞다.” 우리는 잔을 부딪치고 남은 소주를 홀랑 마셨다. 그리고 이내 또 다른 쓰잘떼기 없는 얘기들을 지껄이며 새벽까지 마셔댔다. 

 

80년대 초, 외국 음악을 소개하는 음악잡지에서는 항상 빠지지 않고 당대 유명한 뮤지션의 공연 소식을 앞다투어 전했다. 말 그대로 먼 나라 일이었던 콘서트의 소식은 낯설음과 동경의 대상이었고, 어쩌다 클리프 리처드(1969년 내한공연, 이화여대 강당)나, 레이프 가렛(1980년 내한공연, 숭의음악당) 같은 유명한 스타가 우리나라에 떴을 땐 상상을 초월하는 각종의 사고들이 지금보다 훨씬 강력한 형태로 일어났다. (클리프 리처드 때는 무대 위로 열광적인 여성 팬이 속옷을 집어던진 일이 있어 그 사건 이후로 외국 음악인들의 내한공연이 당국의 제한을 받는 사태까지 벌어졌고, 레이프 가렛의 경우 역시 속옷 투척과 아울러 열광 여성팬들의 극성으로 인해 숭의음악당 유리창이 모두 깨지는 등의 대단히 과격하고 열광적인 반응 덕분에 당시의 기성세대 및 정부당국은 외국 팝스타와 한국의 젊은이들을 매우 못마땅히 여기게 되었다. 대단했다. 지금 오륙십대 아주머니들이 다시 보이지 않는가!) 외국의 팝스타들은, 반응은 열광적이었지만 시장과 공연 인프라가 열악했던 우리나라에 오고 싶어 하지 않았고, 유치 능력이 있는 우리측 문화 관계자들 역시 별로 적극적이지 않았다. 따라서 외국 팝스타의 내한공연은 매우 희귀했으며, 라이브 콘서트는 문방구의 대형 브로마이드 사진에서나 볼 수 있는 ‘그림의 떡’이었다. 
 


한때 일본 공연 일정이 끝난 후 한국에서 유명한 락밴드 퀸(Queen)이 공연을 할 것이라는 루머가 돌자 나는 그 콘서트를 꼭 보리라는 의지를 불살라, 중학교 입학 선물로 받은 지 얼마 안 되는 손목시계를 전당포에 맡기고 잃어버린 것으로 꾸몄다. 물론 엄청난 욕을 들어먹었고 아무리 기다려도 퀸은커녕 시녀조차 오지 않아 나는 매우 울적해졌다. 결국 시계는 몇 장의 라이브 앨범들을 사들이는 것으로 소임을 마쳤다. 시간이 흘러 그리스 신전 같은 곳에서만 서식하는 줄 알았던 전설적인 뮤지션들이 속속 내한공연을 하고 있다. 2011년, 급기야 공연 개런티가 최고 등급에 속하는 이글스까지 결성 40년 만에 처음으로 한국을 찾았다. 정말 많~이 좋아졌다.

진심으로 그대들의 좋은 노래들에 감사한다. 나의 시계는 아직도 그대들을 위해 언제라도 전당포에 갈 준비가 되어 있다. 언제 찾아도 편안한 휴식, 호텔 캘리포니아. 작년 별이 된 이글스의 리더 프레이의 명복을 빌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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