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은 죽지 않는다
이시바시 다케후미 지음 | 백원근 옮김 | 시대의창 펴냄
일본 서점인들의 분투기다.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일본 서점도 전국적으로 체인화가 많다. 그리고 베스트셀러를 비롯해 상업적으로 팔리는 책 위주로 시장이 편성되어 있다. 하지만 그중에는 정말 좋은 책을 자기 의지에 따라 판매하고 싶어 하는 열정적인 서점인도 있다. 베스트셀러라서가 아니라 좋은 책을 독자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것. 그런 서점인은 당연히 대형 서점 체인 속에서 견디기 힘든 구조다. 따라서 이 책은 서점이란 과연 무엇인가, 서점인의 역할이란 대체 무엇인가에 대해 되돌아보게 만들고, 우리에게도 많은 시사점을 주는 책이 아닌가 싶다.
여덟 명의 서점인을 취재해서 정리한 책으로 저자는 일본에서 2만 부 이상 발행했고 <신분카(新文化)>의 편집장 출신이다. <신분카>는 일본의 출판 관계자나 서점 관계자들이 필독지처럼 읽고 있는 주간 출판 전문 신문이다. 저자는 이 주간 신문에서 장기간 기자와 편집장으로 일한 바 있다. 그래서 누구보다도 전국 각지의 서점인에 대해 잘 알고 있다.
이런 인맥과 그동안 취재 속에서 겪었던 내용을 바탕으로 전국의 서점 장인들을 찾아다니며 취재한 책이다.
인구 100명의 마을에도 서점이 있어
이 책에는 여덟 명의 서점 장인들이 등장한다. 예를 들면 마을 주민이 100명밖에 안 되는 동네에 서점이자 잡화점이자 식료품점인, 마을에 하나밖에 없는 가게가 있다. 그 가게는 그러나 단순한 구멍가게가 아니다. 서점 역할을 하는 곳이다. 서점 주인은 동네 사람의 연애 상담이나 아이들의 장난을 받아주기도 하면서 동네 주민이 부담 없이 드나드는 지역의 정보센터 역할도 한다. 즉 사람의 마음이 서로 통하는 거점 역할을 하면서 서점이라는 본연의 기능까지 하고 있다. 서점이 하나의 공동체 속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에 대해 제대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겠다. 또 얼마 전 불미스러운 스캔들을 터뜨린 오토다케 히로타다의 《오체불만족》이 출간될 당시 그 책이 굉장히 히트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대량으로 매입해 다른 서점들은 책이 없어 팔 수 없는 절정의 타이밍에 기록적인 판매량을 올린 사례도 담고 있다.
여기서 우리가 주의 깊게 볼 점은 ‘서점발(發) 베스트셀러’를 만드는 서점인들이다. 이미 절판되었거나 신간으로 보기 어려운 기존의 책 중에서 좋은 책을 발굴해 어떤 서점 하나가, 또는 몇몇 서점이 그 책에 불을 붙인다. 다시 말해서 판매 시기가 이미 죽어버린 책을 살려내는 것이다. 서점이 독자적인 기획 판매전을 여는 식으로 독자의 흥미를 끌어들이면서 좋은 책을 독자들에게 전달하는 훌륭한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 외에도 이 책에는 ‘카리스마 서점원’이라는 사람이 여러 명 등장한다. 이 사람들의 특징은 수만 권의 책을 읽고 책의 계보와 족보를 꿰는 점이다. 어떤 역사 소설이 신간으로 나왔다면, 이 소설은 그동안 출간된 역사 소설의 계보로 봤을 때 어느 정도 위치에 해당하고 어느 서가에 꽂아야 하는가 등 상품에 대한 지식이 무척 해박하다. 그런 현상과 독자에 대한 서비스를 통해서 결국은 서점인의 기본이 상품 지식에 있다는 것을 잘 말해 주는 것이다.
서점인들이 뽑는 ‘서점 대상’의 권위 놀라워
일본 서점의 특징은 우리처럼 학습 참고서 의존율이 거의 없다. 잡지, 문고, 만화 등 3대 엔터테인먼트 장르로 영업하는데 서점 스스로 좋은 양서를 발굴한다. 그것을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가 2004년에 만들어진 ‘서점 대상’이라는 것이다.
전국의 서점인들이 일 년 동안 읽은 책 중에서 좋은 책을 골라 ‘서점 대상작’을 결정하는 데, 대부분 번역서보다는 일본인 작가가 쓴 책을 선정한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 ‘서점 대상’에 뽑히면 20만 부 이상이 팔린다. 일본의 유명한 문학상인 나오키상을 뛰어넘는 판매 실적이다. 서점인들 스스로 서점의 문화를 만들고 존재감을 보여준다. 우리가 봤을 때는 그 노력이 한편으로 부럽기도 한 서점인의 모습이다.
따라서 《서점은 죽지 않는다》 이 책이 일본에서는 서점인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르포로 읽히기보다는 어떤 직업에 투철하게 매진하는 장인정신, 자기 분야에서 존재감을 드러내는 서점인이 참 멋있는 직업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나는 무엇보다도 이 책이 우리 서점인들에게 많이 읽혔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물론 서점인이 아니고 직업 정신, 장인의 철학에 대해 알고자 하는 사람에게도 적극 추천한다.
지금 우리 서점이 여러 이유로 큰 역경에 처해 있다. 하지만 이것이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서점인들이 어떻게 맞서고 해결책을 찾느냐에 따라 좋은 방향으로 나갈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바로 이 책 안에 그 해결책의 몇 가지 힌트가 곳곳에 숨어 있다.
첫째는 서점인 스스로 상품 지식에 밝아야 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서점이 입지하고 있는 지역 공동체 안에서의 주민, 고객과의 관계를 끊임없이 시도하면서 서점에도 단골 개념이 생긴다. 그것으로 서점이 유지되고 지역 문화의 일환으로 주민에게 지지를 받는 서점인상을 만들어가야 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이 책은 우리 현실을 되돌아보면서 우리 서점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인가를 서점인뿐만 아니라 책과 관련한 많은 분이 함께 고민하면서 읽을 수 있는 책이 아닌가 생각하는 것이다.
저자 이시바시 다케후미
1970년 도쿄에서 태어났다. 니혼 대학 예술학부를 졸업한 뒤 출판사 유히샤에서 근무했다. 1998년 신문화통신사에 입사해 출판 전문 주간지인 <신분카> 기자로 일했고, 2005년부터 편집장을 맡았다. 2009년 12월 독립해 지금까지 자유기고가로 일한다.
옮긴이 백원근
일본 조치 대학 신문학과 대학원 연구 과정을 마치고 중앙대 대학원에서 신문방송학과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지금은 책과 사회 연구소 대표로 있으면서 한국출판학회 이사 및 일본출판학회 정회원으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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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날 : [2017-03-02 11:57:3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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