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사적인 독서
이현우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펴냄
어린 시절 경쟁하듯 읽어치운 고전이 사람들에게 얼마나 피가 되고 살이 되었는지는 모르지만, 지겨워서 몸을 비틀며 연신 책의 마지막 장을 펼쳐보던 고전 목록이 적지 않았음을 고백한다. 솔직히 돈키호테는 지루했고, 채털리 부인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짧게는 수십 년, 길게는 수백여 년의 검증기간을 거쳐 소위 고전반 열에 오른 책이건만 즐거움보다 대체로 고역이었다.
어른이 되어서야 돈키호테의 환상과 무모한 도전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채털리 부인과 보봐리 부인의 사랑과 일탈, 권태가 어떤 시대배경을 통해 탄생하고 소모되었는지 알게 되었다. 고전은 그 자리에 있으되 나는 계속 변화한 것이다. 아니, 나의 욕망과 좌절과 권태가 온전히 기능하는 어른이 되어서야 은밀한 사적인 독서에 빠져들 수 있었던 것이다.
독서는 사적이다. 공공장소에서의 독서도 책에 빠져드는 순간 그것은 사적인 행위가 된다. 사적인 독서는그 자체로 나의 욕망과 맞닿아 있다. 《로쟈의 인문학 서재》로 이름난 저자 이현우는 6년 넘게 진행해 온 비공개 독서 수업에서 골라낸 일곱 편의 고전을 가지고 ‘사적인 독서’의 길을 제시한다. 그 성찬의 메뉴는 다음과 같다. 《마담 보봐리》 《채털리 부인의 연인》 《돈키호테》 《주홍 글자》 《햄릿》 《파우스트》 《석상 손님》.
그가 말하는 사적인 독서란 결국 남에게 내보이기 위한 필독리스트가 아닌, 나의 관심과 욕망, 그리고 성찰을 위한 독서라는 것을 강조한다. 이렇게 사적으로 어필하는 작품을 읽어야만 독서의 진정한 효용을 알게 된다는 것. 결국 고전은 시대를 관통하는 보편적인 질문으로 선정되는 것이 아닐까. 솔직한 독서. 이런 사적인 독서는 드러내 보이는 교양을 위한 것이 아닌, 내 본연의 모습을 찾아가는 특별한 체험으로써의 책읽기를 경험하게 한다.
우리에게 고전은, 동시대인에겐 떠들썩한 인기 소설이었으리라. 책 너머에 있는 그 시대정신을 발견하는 재미, 그것이 고전이 주는 특별한 매력일 것이다. 이 시대가 광속으로 흐르는 탓에, 고전이 지루하게 느껴지 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 내용에는 인간 본연의 질문이 들어있다. 어떻게, 어떻게…. 인생은 어렵고 애초에 답이란 없다.
작가 이현우는
서울대학교 노어노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지금은 문학과 인문학을 강의하고 다양한 매체에 책에 관한 글을 싣고 있다. 2000년부터 《로쟈의 저공비행》이라는 블로그를 운영하여 인터넷 서평가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 《로쟈의 인문학 서재》《책을 읽을 자유》《로쟈의 세계문학 다시 읽기》외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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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날 : [2017-03-03 10:57: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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