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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앞둔 이들을 통해 배우고 깨달은 삶 이야기



삶의 마지막 축제
용서해 지음 | 샨티 펴냄 


“계획요? 저는 구체적으로 계획을 짜기보다 그냥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말을 하고 다녀요. ‘나, 이거 하고 싶다’라고요. 그러다 보면 어느 날 자연스럽게 그 일이 이루어지더라고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땐 그게 지금 할 일이 아니구나 하고 가만히 있어요. 억지로 뭘 해본 적은 없어요. 일어나야 할 일은 반드시 이뤄지게 된다는 걸 경험을 통해 알고 있거든요.”

호스피스 음악봉사자, 호스피스 요리사로 살아오면서 만난 사람들, 죽음을 앞둔 이들을 통해 배우고 깨달은 이야기를 담은 책 《삶의 마지막 축제》를 쓴 용서해 씨가 우리에게 들려준 이야기다.

서울시향에서 24년 동안 플루티스트로 활동해온 삶을 접고 봉사의 삶을 살기로 결심하게 된 것도, 말기 암 환자들을 위한 호스피스 음식을 연구하고자 서울 생활을 접고 강원도 산골로 들어가게 된 것도 ‘계획’에 없던 일이라고 했다.

그때그때 그런 일을 하고 싶다는 간절한 바람이 가슴에 일었고, 그걸 이룰 수 있는 계기가 주어졌을 뿐이라고 했다. 자신이 한 건 다만 자신에게 찾아온 것을 선물이라 여기며 감사하는 것뿐이었다고 했다.

그녀를 처음 만난 건 자연요리연구가 문성희 선생의 ‘평화가 깃든 밥상’ 클래스의 졸업식에서였다. 그녀는 그날 초대 손님으로 와서 플루트를 연주했다. 이미 연주자 생활을 접고 오랜 기간 호스피스 요리사로 살아가고 있던 때였다. 
 

“어쩜 이렇게 적절한 때에 우리가 만났을까요? 얼마 전, 그동안의 이야기를 책에 담아 사람들과 나눠보면 어떨까 생각했거든요. 죽기 전에 가족이나 친구들을 불러 모아 못다 나눈 사랑과 감사, 용서와 화해를 나누는 ‘삶의 마지막 축제’가 곳곳에서 일어나면 좋잖아요? 그건 나만 할수 있는 게 아니니까요.” 
 
그날 우연히 만난 출판 편집자는 그녀에게 대뜸 책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아무런 사전 준비 없이, 그러니까 ‘계획’ 없이 책 작업을 진행하게 된 것이다.

책이 나온 뒤 그들은 ‘음악과 차, 이야기가 있는 출간 기념회’를 열기로 하고 이벤트를 공지했다. 그러던 2월 초 그녀에게서 전화가 왔다.

“눈에 갇혀서 도저히 산에서 내려갈 수 없어요.”

엉덩이까지 빠지는 눈길을 헤쳐 그나마 전화가 터지는 곳에서 전해온 소식이었다. 아, 역시 계획처럼 되는 일이 아니었다. 사실 이 책의 편집이나 사진 작업에서도 계획대로 된 것보다 그렇지 않은 일이 아무래도 더 많을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출판사에서는 이벤트 신청자들에게 일일이 죄송하다는 말을 전해야 했다. 그런데 얼마 후, 어렵사리 눈길을 헤치고 내려왔다면서 “이제라도 독자들과의 만남을 할수 있을까요?”라는 문자가 왔다고 한다.

출판 편집자는 그냥 씩 웃고 말았다. ‘그래, 이렇게 된 데에는 그에 따른 무슨 뜻이 다 있을 거야.’ 날짜를 3월 11 일로 늦춰 다시 공지가 올라갔다.

처음부터 종횡무진 ‘무계획’으로 만든 책, 끝까지 계획을 세우지 않고 ‘배반’한 책, 하지만 책을 내놓고 보니 하나도 잘못된 일이 없게 된 책, 앞으로 어떤 일이 우리의 계획과 상관없이 더 멋지고 행복하게 벌어질지 자못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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