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의 방랑자 플랑크톤
김웅서 지음 | 지성사 펴냄
토인비는 역사를 도전과 응전의 기록이라고 했다. 그리고 맨 처음 인간에게 도전해온 상대는 바로 자연이었다. 인류는 자연의 온갖 조건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분투했다. 인류의 역사가 자연 개발의 역사라는 것은 누구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자연의 일부로 인류는 성공했는가? 인류는 자연을 이용하여 풍요로운 삶을 얻었지만, 자연은 황폐해졌다. 우리가 살고 있는 21세기는 인류 역사상 가장 풍요로운 시대이면서도 인류 멸망을 걱정해야 하는 모순적인 시대인 것이다.
‘환경’이 우리 시대의 화두가 된 것은 이런 위기의식 때문이다. 선구자들은 위기에서 기회를 찾고, 절망에서 희망을 찾는다. 희망적인 뉴스를 찾기 어려운 ‘환경’ 분야의 책들, 그 안에서 희망을 외치는 책들이 있다.
바로 바다를 연구하는 해양학자들의 책이다.
2007년, 《바다의 방랑자 플랑크톤》이라는 책 한 권이 세상에 나왔다.
125×188밀리미터, 손에 쏙 들어가는 작은 사이즈에 귀엽고 컬러풀한 표지. 외형만 보면 이 책을 기획한 곳이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이라는 정부 출연 연구기관이라는 것을 짐작조차 하기 어려웠다. 그로부터 5년, ‘미래를 꿈꾸는 해양문고’는 현재 22권에 달하고 있다. 대중적인 기초과학 책에 목마른 독자들과 여전히 미지의 세계인 바다에 대한 주제에 주목하는 출판계 인사들에게 이 시리즈는 매우 흥미롭다. 대학 등에서 총서 등을 펴내는 것은 비교적 흔한 일이지만, 대부분 너무 전문적이라 대중들과는 괴리감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미래를 꿈꾸는 해양문고’ 시리즈는 이름처럼 처음부터 청소년이라는 미래 세대를 대상으로 기획되었기에 전문적인 내용을 최대한 쉽게 풀어냈다.
하지만 그 주제나 내용은 우리나라 유일의 해양 연구기관의 결과물답게 전문적이다. 플랑크톤이라는 미시 세계를 헤엄치다 새로운 형태의 양식 방법인 바다목장을 소개하고, 항구를 산책하다가 바다 밑 5,000미터 심해를 탐사하기까지 한다. 바다가 준 희망 밥상을 살펴보며 동시에 바다로 간 플라스틱이 바다 생태계를 어떻게 훼손시키는지도 가감 없이 보여준다.
우리나라 해양 연구 역사와 함께한 KIOST의 40년 저력이 이 시리즈의 주제 안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런데 연구에만 전념해도 괜찮을 연구기관이 왜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을까?
해양과학자들은 환경 파괴와 자원 고갈에 신음하고 있는 지구에서 바다는 아직 개발되지 않은 유일한 자연이라는 사실을 일깨운다. 이 시리즈는 바다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전체를 관통하는 키워 드는 ‘환경’과 ‘발전’이다. 자연 개발은 인류의 발전을 위해 불가피한 일이지만, 환경 문제가 이슈인 현재 개발이라는 말이 환경 보전이라는 말과 어울리는 것 같지는 않다. 환경 보호의 심각성을 과학적인 근거와 발전된 기술력을 함께 보여줌으로써 극복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바다는 육지에서 환경 보전에 실패한 인류가 다시 한 번 도전할 기회이기도 한 것이다. 청소년 대다수가 아이돌 가수를 꿈꾸는 시대, 미래를 걱정하는 목소리는 청소년들에게 과학을 돌려주자고 말하고 있다. ‘미래를 꿈꾸는 해양문고’ 시리즈 역시 청소년들에게 과학, 구체적으로는 드넓은 해양을 돌려 주고 있다. 기초 과학기술 분야를 미래를 열어갈 청소 년과 대중에게 알리는 일, 이 책은 전문가들이 미래 세대를 위해 해줄 수 있는 또 하나의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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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날 : [2017-03-10 10:43: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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