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인시공》을 펴낸 저자 정수복
“책을 사랑해서 책을 예찬하는 글을 썼지요”
《파리를 생각한다》《파리의 장소들》《프로방스에서의 완전한 휴식》 등으로 에세이와 문학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사색을 즐겼던 사회 학자 정수복을 만나봤다. 책 읽는 사람의 시간과 공간을 담은 이 책은 책을 읽는 것을 의무가 아닌 권리라고 인식하고, 왜 책을 읽어야하는지에 대해 말하고 있다.
인터뷰를 위해 정 씨와 만나기로 한 곳은 반포동에 위치한 국립중앙 도서관. 오후 시간은 항상 집에서 가까운 국립중앙도서관에서 보낸다는 그는 오전에는 글을 쓰고, 오후에는 책을 읽고 쓰는 일을 생활의 중심에 두고 있었다. 이 책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대목이 ‘독자 권리 장전’으로 책을 읽을 권리, 읽지 않을 권리, 책을 중간중간 건너뛰며 읽을 권리, 끝까지 읽지 않을 권리 등을 위트 있게 담아내고 있다.
《책인시공》을 펴낸 계기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프랑스에도 책에 관한 책이 많이 나와 있습니다.
그런데 살펴보면 한국의 경우 자기가 읽은 책에 대한 서평 위주의 책이나 어떻게 하면 책을 잘 읽을까하는 독서법을 담은 내용의 책들이 많은 편입니다. 근데 저는 그런 책이 아니라 책 자체를 예찬하는 책을 써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민태원의 《청춘예찬》이나 앙리 라보리가 쓴 《도피예찬》, 이양하의 《신록예찬》 등을 즐겨 읽었는데, 그 책들을 읽어 보면 무언가를 찬양하고, 찬미하는 글에서 감성이 풍부해지고,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을 느껴 나도 무언가를 예찬하는 글을 쓰게 된다면 양서를 예찬하는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에 글을 썼습니다.
이 책이 나오는데 얼마의 시간이 걸렸는지요.
본격적으로 책에 대한 책을 써야겠다고 생각하고 3년 넘게 구상했습 니다. 책 내용의 대부분은 프랑스에서 완성했고, 목차 등과 같은 마무리 작업은 한국으로 와서 끝낼 수 있었습니다. 《책인시공》은 그 동안 제가 집필한 부분에 1/3 정도 밖에 되지 않습니다.
《책인시공冊人時空》이란 책 제목은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는지 알고 싶습니다.
처음에는 《책 읽는 사람의 시간과 공간》이 책 제목이었는데, 원고를 마치고, 출판사 편집팀에 원고를 송고하며 책 제목 밑에 작게 한자로 ‘책인시공冊人時空’이라고 써서 보냈는데, 의외로 출판사측에 반응이 좋아 제목으로 했으면 하더군요. 저도 물론 좋다고 했지요(웃음).
책의 시작을 ‘독자 권리 장전’으로 하셨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으신지요?
책 읽는 것을 의무라고 생각하고 읽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지금 출판 시장이 많이 침체되어 있는데, 책 읽는 것을 의무가 아니라 반드시 섭취해야 하는 ‘정신적 자양분’이라고 생각하고 책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바꾸고 싶었습니다. ‘의무’가 아닌 ‘권리’라는 것을 강조하고, 책을 가까 이에 두고자 하는 마음에서 ‘독자 권리 장전’을 만들었습니다.
‘독자 권리 장전’에 대한 주변 반응이 궁금합니다.
《근대의 책 읽기》의 저자 천정환 교수나 서평가로 유명한 로쟈 이현우의 경우 상당히 재미있는 발상이라며 반응이 좋았습니다. 그리고 제가쓴 전작들에 비해 읽기가 수월해 졌다는 말을 많이 듣고 있습니다. 저는 ‘독자 권리 장전’이 그냥 제 책의 한 부분으로만 남을 것이 아니라 많은 이들이 이에 대해 토론을 벌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그 토론을 통해 UN이나 유네스코에 ‘독서 권리 장전’이 선정된다면 그것만큼 기쁘고, 보람된 일이 어디 있겠습니까(웃음). 그리고 분명 그런 날이 오리라 생각합니다.
책 안 읽는 한국 사회의 가장 큰 문제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우리가 책을 읽은 지는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일제시대에 세계문학전 집을 일본어로 읽고, 50~60년대에 와서는 그에 대한 번역판을 읽었습니다. 80년대 민주화 바람으로 사회과학 책이 많이 나오다가 90년대 민주화가 되고 나서 인문, 사회과학 등 다양한 분야의 책들이 활성 화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그 때 우리나라에 인터넷이 등장하면서 독서의 시대로 접어드는 시점과 맞물리게 되며 인터넷으로 사람들의 관심이 쏠리게 된 것이지요. 지금도 대부분 손에서 스마트폰을 놓지 않고, 집이나 사무실에서는 컴퓨터나 TV 등을 통해 수많은 정보를 습득하고 있지요. 이런 시간들을 줄이고, 책 읽는 시간을 스스로의 권리 라고 인식한다면 지금보다는 많은 이들이 책을 즐겨 읽지 않을까요.
그렇다면 ebook의 등장은 어떻게 보시는지요.
저는 종이책을 선호하지만, 지금 시대의 흐름에 맞추어 ebook도 필요 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손때를 묻혀가며 생각날 때 마다 한 번씩 꺼내볼 수 있는 것은 종이책만의 매력이 아닐까요. 김광규 시인의 시집 중에 《희미한 옛 사랑의 그림자》라는 시집이 있습니다. 종이책은 시간이 흐를수록 희미하게 남아 오랜 시간이 흘러도 기억 속에 있는옛 사랑 같은 느낌이랄까요(웃음).
지금까지 집필한 책 중 특별히 애착이 가는 책이 있다면 어떤 것인지 말씀해 주십시오.
열손가락 깨물어서 안 아픈 손가락이 어디 있겠습니까?(웃음). 모든 책이 특별하지만, 2001년도에 쓴 《바다로 간 게으름뱅이》(동아일보사)의 경우 느림과 나눔을 주제로 한 책인데, 아내와 함께 공저로 쓴 작품입 니다. 책이 나온 뒤 법정스님께 선물로 보내드렸는데, 제 책을 읽어 보시고 너무 좋다며 저를 직접 만나고 싶다고 하여 직접 스님을 만나 책에 대해 논할 수 있었던 아주 특별한 기억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책은 지금은 절판되었는데, 부족한 부분을 수정해 다시 출간할 예정입니다.
책을 워낙 많이 읽으시고, 접하시지만 그래도 그 가운데 좋아하는 책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는지 말씀해 주십시오.
인문서나 사회과학서를 많이 접하고, 읽게 되지만 저는 의외로 가벼운 책들도 좋아합니다.《꽃들에게 희망을》이나《어린왕자》처럼 영혼을 맑게 정화시키고, 읽고 나면 복잡했던 머리가 한결 맑아지는 느낌이 드는 책도 좋아합니다.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저의 관심 분야인 사회인간학을 바탕으로 글을 써 나아갈 계획 인데, 한 개인의 고통을 나, 부모, 조부모 3세대와 개인, 가정, 사회 전체에서 찾아 사회와 인간을 함께 담아내는 작업을 통해 사회학자로서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 수 있는 책을 집필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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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날 : [2016-12-05 18:08:3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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