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자책, 셀프출판 편견과 맞서야 성장한다

  • 아이폰 등 스마트폰의 보급 확대가 전자책 시장의 규모를 키우면서 디지털 셀프출판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습니다.

    지금 미국 출판시장은 전자책시장의 확대와 함께 디지털셀프출판 사업도 번성하고 있습니다. 무슨 근거로 그런 주장을 하느냐고 되물을 수 있습니다. 구글에서 ‘디지털 셀프출판(digital self publishing)’을 치면 관련기사가 며칠 간격으로 몇 건씩 검색되는 것에서 이를 알 수 있습니다.

    솔직히 국내 전자책 관련기사가 과거에 비해 많아진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왜곡된 시각이 가시지 않고 있으며, 잘못된 정보가 사실인 것처럼 통용되고 있습니다.

    최근 전하는 외신은 전자책 셀프출판이 전통 출판시장의 지형을 바꾸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출판의 주도권이 출판업계의 독점적 전유물이 아닌 대중의 손에 넘어갔다는 사실입니다.

    흔히 국내에서는 셀프출판 자체를 ‘마이너리그’, ‘비주류작가나 아마추어들의 출판물’로 폄하하고 있습니다만 미국시장은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누구나 손쉽게 전자책 출판을 쉽게 할 수 있으므로 기성작가들이 거액의 인세를 받기 위해 전자책 셀프출판으로 선회한다는 것입니다.

    최근 존 로크라는 인디(indie)작가가 100만부를 팔았다는 소식이 국내에 화제가 된 적이 있습니다. 100만부 작가가 나오는데 10만부 등 수십만부를 판 개인작가들은 헤아릴 수없이 많다는 것이 중요한 점입니다.

    그러다 보니 관련산업도 부쩍 성장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미국의 영화제작자겸 작가인 브라이언 영(bryan young)씨는 지난 5일 허핑턴포스트에 쓴 ‘셀프출판의 편견과 싸워라(combating the stigma of self-publishing)’라는 글에서 “자기와 같은 글재주가 있는 전문직종군의 화이트 칼라들이 거대한 공장의 부품같은 샐러리맨에서 떠나 셀프출판 작가로 거듭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기존에 받던 월급만큼은 아니어도 비슷한 수입을 인세를 통해 얻는다”고 말했습니다. 이는 전자책 셀프출판이 더 이상 아마추어들의 마당이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전문지식으로 무장한 전문가집단의 공간으로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따라서 셀프출판을 하는 것에 주저하고 있다면, 작가들 스스로 셀프출판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싸워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셀프출판 작가들의 등장이 거세다 보니 미국에서는 이런 셀프출판 작가들을 지원하는 출판서비스업체들이 최근 우순죽숙처럼 성장하고 있습니다. 이들을 estributor라고 신조어로 부르는 모양입니다. 이는 대략 전문지식을 가진 지식인 집단의 출판을 지원하는 서비스업체를 의미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작가가 셀프출판을 할 수 있도록 표지 제작과 교정교열, 보도자료, 마케팅 등을 대행하면서 작가와 수익을 나눈다고 합니다. 굳이 출판사라는 틀에서 억매이지 않는다는 겁니다.
    북씨가 작년 6월 말경 오픈했습니다만 사이트에 대한 부분적 오류때문에 공식오픈은 두달뒤인 작년 8월말경에 했습니다. 오픈날짜부터 따져보면 북씨 운영은 1년이 넘은 셈입니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디지털셀프출판을 처음 하다 보니 많은 오해와 시행착오도 많았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 첫 번째 오류가 북씨를 전자책 도서유통 오픈마켓으로 보는 시각입니다. 북씨 오픈 이전에 선행적으로 전자책 오픈마켓 사업을 해오던 사업자들은 있었습니다. 일부 언론에서는 저희와 같은 것으로 오해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러나 저희는 절대 전자책 유통사업이 목적이 아닙니다. 실제 수익도 유통수익보다는 출판서비스 수입이 큰 편입니다.

    저희는 처음부터 출판서비스라고 주장했지만 관련업계 종사자들조차 그 의미파악을 못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전자책 유통이 아닌 저자에 대한 출판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지금 저희 북씨의 서비스 중 유료 표지서비스, 신간 보도자료 배포, 유통 대행 서비스 등이 그것입니다.

    두 번째, 셀프출판작들이 주류가 될 수 없다는 인식입니다. 실제 미국 전통 출판업계에 종사하는 작가들이 출판사를 떠나 셀프출판을 하는 추세입니다. 그 대표적인 사례는 조앤 롤랑의 해리포터 전자책 직접 출판 판매입니다. 전자책은 출판사에 의존하지 않고 저렴한 비용으로 손쉽게 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다만 셀프출품작이 워낙 많다 보니 옥석의 구분이 쉽지 않습니다. 이미 지명도가 높아 고정독자를 확보한 작가들은 상대적으로 쉽게 평가할 수 있으나, 그렇지 못한 작가들이 다수이기 때문에 진흙속에서 진주 찾기일 수 있습니다. 모든 것이 시장에서 결정되기 때문에 독자들의 안목도 시장을 키우는 요소 중 하나입니다.

    전문가들은 예비 작가들에게는 자신의 작품이 쓰레기가 되지 않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충고하고 있습니다. 셀프출판작품들을 지원하기 위한 출판서비스업의 사업화에 성공한 것도 셀프출판 작가들이 자신의 능력만 과시하지 않는다는 것을 반증하는 대목일 겁니다.

    세 번째, 셀프출판에 대한 출판업계의 폄하는 제 발등 찍기입니다. 외국 작가의 셀프출판작은 명품이고 우리 작가들의 셀프출판은 저질이라는 인식은 막 성장하는 전자책 시장을 망가뜨립니다.
    소위 일부 출판업계가 주류신문의 등단 작가출신만 작가라는 인식을 독자들에게 심었고, 독자들의 선택을 좁히는 현상이 전자책시장에서도 재현하고 있는 겁니다. 저희 개인작가 한분의 작품이 인터파크 도서와 티스토어에서 전자책 판매 1위를 한 적도 있고 지금도 상위권에 랭크돼 있습니다. 자칭 전문가들이라는 분들의 무지에 가까운 근거없는 비판은 시장만 힘들게 할 뿐입니다.

    덧붙여 말하자면 꼴등이 있어야 1등도 있습니다. 삼류작가가 있어야 일류작가도 돋보이는 법입니다. 이것은 다 시장이 결정할 일이지, 일부 집단이 결정할 문제가 아닙니다. 소비자가 상품을 사서 후회를 하더라도 소비를 멈추지 않습니다. 셀프출판작들이 전자책 시장을 혼란속에 빠뜨린다는 인식은 정말이지 끔찍한 편견입니다.

    디지털 셀프출판시장은 전자책 시장 성장과 더불어 비례할 것입니다. 작가들 입장에선 인세가 50%가 넘는데 마다할 이유가 없는 겁니다. 이같은 사례는 이미 미국 시장에서 검증돼 있습니다.

    또 대형 출판사들은 그렇지 않지만, 일부 중소형출판사들은 저자들의 인세를 떼어먹는 악습을 반복해서 하고 있습니다. 출판사마다 경영상의 고충이 있어 인세 지급이 늦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이같은 악습의 반복이 작가들의 경제적 삶을 고통 속에 밀어넣는 행위이며, 작가들로 하여금 셀프출판으로 발길을 돌리게 하는 요인으로 볼 수 있습니다. 시장탓을 하지 마시고 스스로를 되돌아 볼 일입니다.

    따라서 셀프출판서비스에 대한 국내 일부 출판업계의 낮은 인식은 전자책 시장에 걸림돌이 될 소지가 큽니다.
    디지털 출판 서비스를 시작한 북씨의 지난 1년을 정리해보니 경제적 어려움보다는 낮은 인식 때문에 힘들 때가 많았습니다. 우선 정부 정책 중 현실에 맞는 변화가 있어야 합니다. 1인전자출판을 지원한다면서 정작 제도적 기반 조성을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우선 개인작가들의 저작권 확보나 절차가 어렵습니다. 소위 전자책 인증제도는 마땅히 폐지되어야 합니다. 현재 정부의 위임을 받아 한 단체가 이를 행사하고 있지만 전자책의 범위를 결정짓는 건 무의미한 짓입니다. 인증제가 일종의 허가제 형식인데 이도 신고제로 바꿔야할 것입니다.

    또 개인작가들이 하루가 다르게 증가하고 있지만 이 분들의 저작권 보호가 어렵습니다. 저작물의 저작권보호는 isbn부터 시작됩니다. 우리나라도 미국 등 전자책 선진국처럼 개인이 isbn를 딸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정부지원은 사업자에게만 한정돼 있습니다. 솔직히 생업에 종사하는 개인작가들이 많습니다. 이들더러 1인출판을 하라고 하시면 생업을 포기해야 합니다. 몇푼 지원금 받자고 생업을 포기하고 전업할 수 없는 노릇입니다. 저희 개인작가 중의 상당수는 본업이 있는 분들입니다. 스스로 사업에 나서기 전에 시장에서 검증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순서에도 맞습니다. 1인출판 지원에 맞도록 개인작가들에 대한 지원도 있어야겠습니다.

    지원이 대단한 것은 아닙니다. 미국에서는 도서 제작 지원을 지자체나 대학이나 기업들이 하고 있습니다. 아직 제가 현행법을 찾아보지 못했지만 우리 나라는 도서제작 지원을 기부로 보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개인작가 지원을 위해 기업이 단체나 개인들의 도서제작 지원금을 기부로 처리해주는 방법도 방편일 겁니다.

    전자책 시장이 성장하고 있다는 사실에는 다들 동의하실 겁니다. 저희도 그나마 최근 들어 매출이 급성장하고 있습니다. 스마트폰 등 전자책 도서시장의 확대가 눈에 띄게 늘어난 것을 실감합니다. 대부분의 매출이 스마트폰에서 발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2011년 7월 브레이크뉴스 기고칼럼입니다.



  • 글쓴날 : [12-05-21 11:40]
    • 김다빈 기자[dcon@myde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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