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온디맨드(www.ondemands.com)사의 에스프레소 북 머신(espresso book machine)이 바로 그것이다. 국내 도입이 되지 않았지만 곧 도입이 되지 않을까 기대감을 갖게 한다. 그만큼 쓰임새가 많기 때문이다.
이미 영미권 대학과 서점에 보급이 되었으며, 중국, 일본, 필리핀에도 도입이 된 상태다. 처음 개발되었을 당시, 미국 주요 언론에 소개될 만큼 획기적인 제품으로 평가받았다.
다만 기계설치 및 라이센스 수수료, 부속품 사용 직수입 등 수입조건이 까다롭다.
에스프레소 북머신은 프린터 방식와 제본기를 결합한 일종의 조립형태의 기계다. 프린터는 일본 제록스사가 제조했으며, 제본기는 온디맨드사에서 개발한 것이다. 이 기계의 핵심은 인쇄와 제본을 원스톱으로 해결한다는 점에 있다. 조판 시스템과 인쇄, 제본 등이 원스톱으로 제어된다.
대당 가격은 10만달러 안팎. 그러나 수입조건은 영미권 이외에서는 사실상 불가능할 정도로 까다롭다. 설치도 본사 직원이 와야 하고, 부품 또한 온디맨드사의 것으로 써야 한다. 기계 이동도 최초 셋팅된 장소에서 옮기기가 불가능하다.
설령 이동하려고 해도 본사 직원이 직접 와야 한다. 또 주문형 조립생산이기 때문에 주문 후 약 3개월이후에서나 인수받을 수 있어, 구매결정이 쉽지 않다.
그리고 에스프레소 북 머신에 이용된 콘텐츠는 온디맨드사와의 공동 사용을 한다는 점이 수입을 꺼려하게 만드는 요소가 되고 있다. 그러나 이 기계가 전세계 도시에 설치돼 있어, 이 기계가 설치된 세계 어디서든 단 한권의 책을 제작해 유통할 수 있어 도서유통에서도 가히 매력적이다.
가령 서울에 에스프레스 북 머신이 있다면, 뉴욕에서도 서울과 마찬가지로 동일한 가격으로 서울에서 판매하는 책을 직접 구매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전자책으로 출판된 책도 언제든지 이 기계를 통해 종이책으로 제작될 수 있으며, 본인이 책을 직접 제작할 수 있다.
또 프린터 입력방식이기 때문에 별도의 훈련이 필요없어 누구나 쉽게 책제작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한마디로 그냥 복사기로 생각하면 된다. 책 가격은 별도의 저작권요금을 제외한 복사용지 가격만 있으면 된다.
신국판형 300페이지 기준으로 권당 4천원이면 가능한 수준이다. 거기에 저작권 비용이 추가되더라도 시중에 나와 있는 종이책 가격과 비슷한 수준이다. 다만 프린터 인쇄방식이기 때문에 책의 품질은 다소 떨어지는 단점이 있지만 잉크량만 충분하다면 새책과 진배없다.
이같은 매력적인 기계는 현재 구글이 사용하고 있다. 구글은 지난 2010년 말부터 온디맨드사와 제휴를 맺고, 구글북스를 통해 절판도서와 디지털화된 출판 콘텐츠를 판매하고 있다. 별도의 도서적재 창고도 필요없으며, 재고 부담을 떠앉을 필요가 없어 구글 본사에서 직접 운영하고 있다.
다만 일반책보단 다소 높은 가격에서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그래서 출판 재고 부담을 느끼는 출판사나 출판이 거의 어려운 전문서적, 디지털화된 책을 필요할때마다 출력할때, 학업을 위해 복사를 해야 하는 대학 논문, 대학교재 등이 필요한 대학 도서관 등에서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이런 이유로 영미권 대학도서관에서는 설치를 늘리는 추세다. 우선 불법복제를 제어할 수 있어 출판사들이 반기는 분위기며, 도서관은 도서비치 공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어 마다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특히 영미권 출판사들은 대학도서관의 도서열람에 상당한 우려감을 보이고 있다. 대출 도서의 회독율이 높을 수록 책판매가 그만큼 떨어지기 때문이다. 또 학업의 명목으로 책복사가 성행하는 것과 정확한 복사의 수를 파악하기 어렵다는 점도 우려의 대목이다.
출판사들이 에스프레소 북머신 설치로 인해 책대출 자체를 에스프레소 북 머신으로 대체하는 것에 찬성하고 있다. 불법복사를 근본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데다, 회독율에 따른 저작권 비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도 한국복사전송권협회가 불법복제 방지를 위해 애쓰고 있지만 시스템으로 통제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게다가 국회 도서관에 비치된 디지털 도서 약 50만여종도 직접 열람방식이 아니고서는 열람 자체가 어려워 방치된 상태다.
그러나 에스프레스북머신이 도입될 경우, 이같은 문제가 다소 완화될 것으로 봉니다. 복사전송권 통제를 통해 저작권 산정을 보다 객관적으로 산출할 수 있으며, 약 50만종의 국내 디지털 도서를 활용도 가능해진다.
또 도서관 설립이 어려운 산간벽지에서 에스프레소 북 머신을 통해 획기적으로도서보급량을 늘릴 수 있어 중앙정부의 출판문화 확산에도 기여할 전망이지만 온디맨드사의 배타적 판매 조항이 이를 어렵게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