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1년 전만 해도 일반인에게 책 출판은 상상하기 힘든 과정으로 생각되었다. 하지만 최근 아이폰 등 스마트폰의 보급대수 2000만대와 북씨(bucci.co.kr) 등과 같은 디지털셀프출판 사이트의 등장으로 전자책 출판은 쉬워졌다. 필자가 운영하는 북씨만 해도 오픈 1년 전과 달리, 개인작가와 전자책 출판이 급증하는 추세다. 매출도 연초에 비해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전자책 선진국인 미국 출판업계도 셀프출판 때문에 거대한 지각변동을 경험하는 중이다. 지난 6월 무명작가인 존 로크씨는 전자책만으로 100만권 판매한 첫 번째 작가가 됐다. 그는 미국 도서유통업체 아마존(amazon.com)에 약 10여종의 전자책을 출판, 부와 명예를 한꺼번에 얻었다.
존 로크처럼 100만부는 아니더라도 수십만 부씩 판매한 작가들은 즐비한 상황이다. 뉴욕타임지의 베스트셀러 목록은 전자책 셀프출판 작가들이 오르는 것은 더 이상 낯선 풍경 아니다.
작년 인세수입만 200만 달러를 번 아만다 호킹씨 등 무명작가들이 월 평균 수천달러에서 수만달러씩 인세를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등장에 출판업계와 유통사들의 발걸음도 바빠졌다. 이들의 공통점이 출판사에 출판의뢰를 했다가 번번이 거절만 당한 무명작가라는 점과 아마존을 통해 셀프출판을 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이에 미국 출판업계는 하나둘씩 개인작가들을 위한 전자책 셀프출판 서비스를 내놓고 있으며, 미국 전자책 셀프출판업체인 루루닷컴(lulu.com)은 지난달 미국 유명도서점 반디앤루니와 전자책 공급 계약을 체결해 천덕꾸러기에서 귀한 몸으로 대접받고 있다.
또 다른 셀프출판업체 스매쉬워드(smashword.com)도 애플의 아이북스와도 입점 계약을 마쳤다. 아마존을 위협하는 캐나다 최대 전자책유통업체인 코보(cobo.com)사도 지난 10월 29일 개인작가들을 위해 문호를 개방하는 등 개인작가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 같은 미국 전자책시장에서의 무명작가들의 활약에 예비 작가를 꿈꾸는 전문직 샐러리맨들이 직장을 떠나 전자책 전업 작가로 거듭 나고 있다는 소식이다. 덩달아 표지, 출판편집, 교정교열, 마케팅 대행 등 전자책 출판 대행 서비스 사업도 호황중이다. 이들은 현재 에스트리뷰터(estributor)라는 신종 직업군으로 불리며, 전 현직 출판종사자들이 창업을 주도하고 있다.
그러나 누구나 제 2의 존 로크씨와 아만다 호킹을 꿈꾸고 있지만 전자책 셀프출판으로 성공하는 것은 쉽지 않다. 원고 집필, 전자책 제작, 유통, 마케팅 등 개인작가가 감당하기는 어려운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현재 디지털 셀프출판 서비스 개시 1년에 불과한 국내에서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1년간 수백명에 달하는 전자책 작가들이 북씨 등 셀프출판사이트를 통해 배출되고 있지만 셀프출판에 대한 사회적 편견에 불편함을 감추지 못하는 예비 작가들이 많다.
또 개인작가를 위한 저작권확보 등 최소한의 권리마저 보장되지 않은 현행 제도도 전자책 출판을 꺼리게 만드는 이유 중 하나다. 국내 전자책 관련법규가 지나치게 출판사와 유통사 위주로 개편되는 것이 아닌지 정부당국이 한번 되돌아 볼 일이다. 미국 일본 등 세계 유수의 콘텐츠강국들이 풍부한 텍스트콘텐츠 기반위에서 성장했음을 입아프게 강조할 필요가 없는 상식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