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을 읽는 행위에 대한 매력은 간접체험을 할 수 있다는 것과 아직 생각해보지 못한 이야기를 작가의 상상을 통해서 읽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소설은 ‘읽기’보다는 ‘보인다.’라는 표현이 더 적합한 소설이다.
겨울 어느 날, 부산의 소쿠리 섬에서 상륙훈련 중이던 32명의 대원 중 12명의 시신이 발견된다. 하지만 남은 20명의 대원의 흔적 또한 묘연하여 사건 해결의 어려움을 겪고 있던 도중 국정원에서 한 사람의 죽음이 확인된다.
죽은 사람은 나운형 팀장. 모든 정황은 나 팀장의 죽음을 자살로 몰아가지만, 김영주는 나 팀장의 죽음에 의문을 가지면서 하나씩 그 의문점을 풀어간다.
소설은 꽤 긴 분량임에도 사건의 전말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사건과 사건 사이의 복선이 없다. 사건과 이야기 그것이 전부다. 미스터리 소설을 읽는 이유는 숨겨진 복선을 찾는 재미와 그 복선이 하나씩 맞춰지면서 하나의 결말로 만들어지는 재미는 이 소설에 없다.
하지만 결코 ‘그 해 겨울’은 지루하지 않다. 어설픈 복선을 심고 억지로 연결하여 결말을 짓는 미스터리 소설을 읽은 기억이 있을 것이다.
작가는 자칫하면 지루할 수 있는 부분을 인물과 숨은 배경으로 해결한다. 새로운 인물을 등장시켜 등장인물에 대한 궁금증을 만들고 그 인물과 사건의 개연성을 설명하며 숨은 배경을 이야기하며 사건을 풀어간다.
또한, 끊임없이 일어나는 사건과 인물들의 행동 묘사는 마치 소설보다는 한 편의 영화 시나리오를 읽듯이 한 장면씩 떠올리게 된다.
이 작품은 읽는 동안 아쉬우면서도 손을 놓을 수 없는 긴장감을 가지고 있다. 미스테리 소설을 좋아하는 독자와 복잡한 복선이 없는 미스테리 소설을 원하는 독자에게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