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픽을 쓰는 회사원의 두 번째 전자책
조아라 사이트에서 ‘여주우유’라는 필명으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허준범 작가의 두 번째 전자책이 출간되었다.
<악마는 소설을 쓴다>(전 7권)는 전작과 마찬가지로 팬픽의 형식을 가지고 있지만, 전작이 그랬듯 등장인물들의 이름만 차용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여타 다른 팬픽이 가지는 등장인물 간의 끈적한 관계는 등장하지 않는다.
일반적인 팬픽이 가지고 있는 판타지를 예상했던 독자들은 마음을 고쳐먹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어느 날, 악마가 계약을 청해왔다.
악마들이 모여서 내기를 했다. 무엇이든 이루어지는 소원을 한 가지 들어준다면 인간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내기의 승패는 인간이 선택한 소원의 결말을 가지고 가늠하기로 했다. 그들의 조건은 딱 한 가지. 선택된 인간의 모든 소원을 들어주되 그의 인생을 갖는 것이다.
악마들은 수많은 인간 중에서 준범을 내기의 대상으로 정했다. 악마는 ‘몸으로 하는 모든 것을 잘하고 싶다.’는 준범의 소원을 들어주면서 그를 과거로 돌려보냈다.
2007년. 준범은 대학생이지만 만화가로서 명성을 떨치고 있다. 성인 만화가로서 한국과 일본 양국에서 명성을 떨치고 있는 준범의 대학생활이 펼쳐진다.
만화를 좋아하지 않는다면 생소한 이야기
많은 사람들이 만화를 좋아한다. 만화책도 좋아하고 애니메이션도 좋아한다. 하지만 만화를 사랑하고 즐기는 모임에 대해서는 무지한 사람들이 많다. 이 작품은 그들, 만화를 사랑하고 모임을 만들어 즐기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작품 속에 ‘현시연’, ‘서코(서울코믹월드)’, ‘부코(부산코믹월드)’, ‘코스프레’ 등의 생소한 용어가 등장한다. 관심을 가지고 직접 참가했던 사람만 이해할 수 있는 단어들이 난무하는데, 팬픽의 특성상 어쩔 수 없기는 하지만 일반인 독자들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고 느껴진다.
7권을 읽으면서 느꼈던 가장 큰 아쉬움은 문장력의 한계였다. 회사 업무를 끝내고 틈틈이 쓴 글이라 알맞지 않은 문장호응이 제법 보여 읽는 도중 고개를 갸우뚱하며 한참을 생각했었다. 아직 두 번째 작품이니 앞으로는 더 나아질 것이라 믿는다.
사회인으로서 틈틈이 창작한 작품을 가지고 독자들을 찾아오는 허준범 작가의 긴 노력이 돋보이는 글이다. 팬픽이라고 하지만 무난한 전개를 통해 독자의 몰입을 불러일으키는 작품이다. 만화와 애니메이션에 관심이 있거나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즐거움을 주는 책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