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도 벗어나고픈 지겨운 현실, 그 안의 나약한 존재….
인간 삶의 가장 밑바닥을 사는 그가 있다. 친구도 없고 직업도 없으며, 누군가에게는 삶의 이유가 되는 환한 태양 빛이 자신을 괴롭히는 사악한 동물이라고 생각하며 살아왔다.
매일 같이 반복되는 아버지의 구타와 그걸 막아내기 위해 애쓰는 어머니의 모습은 그의 마음을 무참히 망가뜨려 그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사람이 되게 만들었다. 자신의 삶을 망가뜨리고 어머니를 울게 만든 아버지라는 사람에 대한 분노와 증오만이 그가 사는 유일한 이유였다.
그러던 어느 날, 그에게도 기회가 찾아왔다. 정말 우연히, 아무 것도 아닌 것처럼 생긴 가면 하나를 주운 것을 시작으로.
이루고픈 것을 이룰 수 있어. 그러나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건 잊지 마.
벌레가 잔뜩 붙은 그 가면을 쓰고 분노의 대상을 떠올리면, 순간이동이라도 한 것처럼 분노의 대상이 눈앞에 나타난다.
그리고 작지만 견고하고 단단한 칼로 그 대상을 찔러버리면… 마치 마법이라도 부린 것처럼 아무런 증거도 없이 그 대상이 죽어버린다.
남는 흔적이라고는 시체에 남은 칼자국 뿐. 그리고 그 자리에서 벗어나면 끝이었다. 살인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그는 가장 처음 자신에게 최악의 유년시절을 선물한 동네 형을 떠올렸다.
그리고 그 다음은 삶을 망가뜨린 아버지, 그리고 그 다음은… 너무도 손쉬웠다. 얼굴만 떠올려도 그 존재를 세상에서 없앨 수 있는 능력이 생긴 것이었다.
그러나 그것의 대가가 얼마나 큰 것인지는 전혀 상상하지 못한 채로… 그는 활개를 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