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히스토리아 1~2
교육공동체 나다 지음 | 송동근 그림 | 북인더갭 펴냄
“아빠, 죽으면 하늘나라로 가는 거야?” 여섯 살 된 아들이 잠들기 전 꽤진지한 표정으로 내게 물은 적이 있다. 유치원 다니는 아들이 벌써 죽음을 생각하다니 조금 놀라웠다. 그리고 사후세계를 설정한 것을 보니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살고 싶은 욕망은 누구나 본능 같다. 나 역시 죽음을 두려워한 적이 있다. 특히 청소년기에 심각하게 고민했다. 입시 스트레스 때문에 극단 적인 상황을 계속 설정하면서 생활했 는지 모르겠다. 어쨌든 인간이라면 죽음에 대한 공포를 쉽게 지울 수 없다.
이런 상상력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만화책이 바로 《피터 히스토리아》다.
여기에 죽지 않은 소년이 있다. 그의 이름은 피터. 피터는 소년의 모습 으로만 계속 살아간다. 영원히 늙지 않은 모습으로 살아가는 것이다. 얼핏 보면 행복한 삶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 피터는 인류 역사의 중요한 현장을 계속 목격하기 때문이다. 그는 신분이 엄격한 사회에서 동물처럼 취급당하는 노예가 된다. 종교와 인종이 다르다는 이유로 사람을 죽이는 장면을 본다. 지구가 돈다는 과학적 진실을 철저히 외면하는 사회 에서도 살아간다. 가혹한 환경에서 일만 하는 소년이 된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다른 나라를 침략하는 전쟁에서 사람들이 죽어가는 모습도 본다. 이처럼 그는 인류 역사의 중요한 지점에서 신분, 제국주의, 전쟁, 빈곤, 불평등 등인류의 여러 문제를 온몸으로 느낀다.
그리고 끊임없이 자유와 인권 그리고 평화라는 가치를 집요하게 고민한다. 학생들은 역사책이라면 으레 시간적 순서대로 서술하는 것만 떠올린다.
그런데 이 만화처럼 특정한 주제로 역사적 사건을 엮어서 전개하는 책도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학생들은 새로운 관점에서 역사를 바라보는 눈을 키울 것이다. 또한 언급한 역사적 사건을 간략하게 정리해 독자가 더 깊이 생각할 길을 열어준다. 요즘에는 역사적 사실을 단순하게 만화로 표현하는 학습 만화가 많다. 그런 책은 만화를 학습의 도구로만 활용하기 때문에 독자가 흥미를 느끼기 어렵다. 그런데이 책은 그렇지 않다. 각 장마다 탄탄한 스토리를 갖추고 있다. 그래서 주인공 피터가 앞으로 어떤 사건을 만날지 궁금해진다. 때문에 이 책을 읽은 학생은 만화를 읽는 재미를 충분히 느낄 수 있다.
오랜만에 본 재미있는 만화다. 나는이 책을 단숨에 읽었다. 만화의 상상 력과 역사를 보는 안목이 조화를 이룬 다. 특히 평화, 인권, 자유의 소중함을 다시 일깨운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학생들이 이 책을 보면서 역사 만화의 매력에 빠져들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