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아노스의 진실한 이야기》
루키아노스 지음 | 강대진 옮김 김태권 그림 | 아모르문디 펴냄
《루키아노스의 진실한 이야기》는 국내에 거의 알려지지 않은 좋은 작품을 찾아 새롭게 소개해 보자는, 언뜻 ‘소박’하면서도 사실은 ‘묵직한’ 의도에서 시작한 아모르문디 세계문학 컬렉션의 첫 번째 책이다.
역자 서문에서도 밝혔듯 루키아노스는 서양 고전 좀 읽었다고 자부하는 독자들도 거의 처음 접했을 생소한 이름이면서도, SF의 선구자로 평가받을 만큼 기발하고 독특한 상상력으로 후대 작가들에게 큰 영향을 준 중요한 작가이다.서기 2세기 로마 제국에 살면서 희랍어로 글을 쓴 이 흥미로운 작가에 대해 알게 된 후, 영역본과 불역본을 구해 떠듬떠듬 작품들을 읽어 나갔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그가 펼쳐 보이는 진기한 상상의 세계에 빠져들게 되었다. 책의 표제이기도 한 <진실한 이야기> 1편과 2편에는 주인공이 탄 배가 돌풍에 휘말려 공중으로 날아가서 허공에 떠 있는 여러 섬들을 방문하고(이 대목에서 <천공의 성 라퓨타>와 <아바타>가 곧장 떠올랐다), 곧이어 달에 도착하여달 종족과 태양 종족의 전쟁에 참여하는 등(영화평론가 듀나의 표현대로, <스타워즈>의 고전판 아닌가!) 그야말로 현대의 SF적 상상력의 모태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또한 장딴지에 아기를 갖고 코를 풀면 꿀이 나오며 눈을 넣었다 뺐다 하는 기묘한 종족들의 생김새며, 개구리를 구운 연기로 식사를 하고 공기를 짜서 이슬을 만들어 마시는 것 같은 기이한 풍습들은 순전히 허구로 만들어 낸 판타지적 요소였다.
이 신기한 작가를 꼭 소개하기로 마음먹었다.
하지만 강대진 선생의 번역이 아니었더라면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만들어지지 못했을 것이다. 처음 기획할 때부터 번역자로 선생을 염두에 두고 있었고, 어떻게든 중역을 피하고 희랍어 원전을 우리말로 옮기고 싶었기에 다른 대안(?)은 생각지도 않았다.
강대진 선생은 다양한 저술과 강의로 인정받는 서양 고전학자이시고, 특히 뛰어난 우리말 솜씨를 바탕으로 한 정확하고 유려한 번역은 정평이 나있는 터이니 말이다.
다행히 선생께서 번역을 맡아 주셨고, 얼마 후 입고된 원고와 작품 해설을 보며 편집자로서 참으로 오랜만에 기쁨과 존경심을 함께 느낄 수 있었다. 원고를 읽으며 비로소 루키아노스 작품의 진가를 제대로 발견하는 즐거움을 누렸다. 좋은 글에 더해, 《에라스무스 격언집》으로 연을 맺은 만화가 김태권 화백의 그림을 싣는 행운도 얻었다. 서양 고전학을 공부하며 강대진 선생과 인연을 맺어 온 김 화백은 루키아노스의 작품집이 출간된다는 소식을 듣고 삽화 작업을 먼저 제안해 왔다.
그리고 유머러스한 상상력이 녹아 있는 20여 점의 흑백 과슈를 그려 주었다.
세심한 기획과 좋은 번역, 멋진 그림이 만나 세상에 나온 이 책이 날개를 달고 높이 날아가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