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군분투하는 현대인 삶, 행복을 찾아주는 마음 처방전
(생각 내려놓기 황통 지음 | 책만드는집 펴냄)
현대인은 늘 고군분투하며 살아간다. 고등학생은 명문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대학생은 대기업에 입사하기 위해, 회사원은 승진하고 더 많은 연봉을 받기 위해 끊임없이 자신을 갈고 닦고 경쟁하며 치열하게 살아간다. 어린아이들의 사정이라고 더 나을 것도 없다. 영어 학원에서 미술 학원에 수영 학원에, 더 나은 미래를 위해서라는 엄마의 손에 이끌려 종목을 가리지 않고 바쁘게 뛰어다닌다. 그리고 우리는 이에 성공하려면 어쩔 수 없이 지나쳐야 하는 과정이라고 여긴다. 하지만 그렇게 앞만 보며 달려갈수록 우리의 삶이 행복에서 점점 멀어져만 가고 있는 듯한 건 왜일까. 성공하고자 하는 것도 결국엔 행복해지기 위함일진대 어째서 우리는 더 고독해지고 팍팍해지는 걸까.
이런 의문이 머릿속에 가득할 때 만난 《생각 내려놓기》는 반갑기 그지없는 책이었다. 너도나도 성공, 성공만을 외치고, 꿈을 크게 갖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매진하라는 메시지를 남발해대는 이때에 ‘내 려놓음’이라는 단어는 그 자체로 얼마나 마음에 위로를 주었는지. 무엇인가를 하고 있지 않으면 왠지 뒤처지는 것 같고, 꿈이 없다고 얘기하면 사람들의 요상한 시선을 받아야 하는데 이미 지쳐 있던 나는 분명 이 안에 답이 있으리라 여겼다. 그리고 하얀 것은 종이요 검은 것은 글씨인 대만 원서에서 임의로 몇 꼭지를 골라 샘플 번역을 맡기 고, 그 결과물을 받았을 때 확신할 수 있었다.
그런 식의 강요에 지친 이들에게 이 책이 가슴 따뜻한 위로와 엄숙한 충고가 되리라는 것을! 대만도 우리나라 못지않게 교육열이 비상한 만큼 일등지상주의, 물질만능주의의 사회적 분위기가 우리나라와 별반 다르지 않을 테니 정서적 위화감은 없으리라는 것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었다. 짧은 콩트로 흥미를 유발하고, 이어서 저자의 코멘트를 달아놓아, 재미있는 이야기에 그치지 않고, 그 이야기를 통해 인생의 이런저런 의미를 되새기게 한 것 또한 훌륭한 구성이었다.
사실 우리는 모두 해답을 알고 있다. 지나친 욕심이 우리의 영혼을 갉아먹는다는 걸. 남에게 지지 않으 려고, 남보다 하나라도 더 가지려고 몇 년, 몇십 년을 살아오는 동안 우리의 정신은 말도 할 수 없게 피폐해졌다는 걸. 성공 - 출세하고 돈을 많이 벌고 사람들의 인정을 받는 - 이라는 단순하면서도 도달 하기 어려운 목적만을 눈앞에 두고 달려가니 정작 중요한 것을 잊고 살 때도 많았다. 앞사람과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 뒤에 오는 사람의 손을 잡아줄 줄몰랐고, 내 이익을 침해하는 사람의 진심 어린 사과를 따뜻하게 받아들이지 못했다. 그런 때에 분명 마음 한구석이 찌릿했겠으나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외면했다. 뜻한 바를 이루지 못했을 때는 밀려오는 좌절감에 한없이 무너지기도 했다. 좀 더 쉽게 성공 하기 위해 선례를 남긴 사람들의 발자국만을 따라 걸으며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어떤 식으로 살고 싶은지에 대한 생각은 충분히 하지 못했다. 그런데 이제야 사람들이 하나둘 자기 마음을 들여다보기 시작한 것 같다. 서점가를 차지한 각종 성공의 법칙을 주장하는 책이 조금씩 밀려나 마음을 들여다보 라고 말하는 책에 자리를 내어주는 걸 보면 말이다.
한 번 입에 들어온 사탕을 내려놓는다는 게 말처럼 쉽지 않다. 하지만 자신에게 주어진 인생을 소중히 여기는 법을 안다면 시도할 가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