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판계의 1%만 독식하는 유통구조 개선이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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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한 권 만드는 데 대략 천 만원 정도의 비용이 들어간다. 종이값, 인쇄비, 디자인비, 편집비, 물류비 등 제작비에다가 저자 인세, 홍보비까지 포함하면 말이다. 4도 칼러 책의 경우 1천5백만원에서 2천만원 정도까지 출판 비용이 늘어난다.

    요즘 잘 나가는 출판사라고 해도 초판 500부, 1000부 정도 찍는다. 초판 출간 후 반응이 오면 그때 2천부, 3천부 찍어 낸다. 물론 대형 베스트셀러 작가의 경우는 초판 5천부, 1만부, 10만부도 찍어낸다.

    영세한 출판사의 경우 1천부도 버거운 게 요즘 출판 시장의 현황이다. 이렇게 찍어낸 책이 안 팔리면 돈 천만원 까먹는 것은 일도 아니다.

    그런데 왜 출판을 하는가? 1. 생계형(먹고 살기 위해서) 2. 지식산업의 일꾼이 되기 위해서 3. 1과 2의 혼합형. 아마도 대부분의 출판인들은 3번, 즉 1과 2번의 혼합형을 선호할 것이다. 실제 그렇다.

    하지만 대부분의 출판사들은 먹고 살기도 버거울 정도로 일하고, 남는 것은 크게 없는 출판문화산업에 종사해 오고 있다. 나만 해도 도서정가제 이후 본격적으로 매출이 하락해, 지금은 세금 내기도 버거울 정도로 버티고 있다.

    좋은 신간을 내어도 대박나지 않는 이상, 작금의 출판 유통 구조에서 책을 노출해 전국의 동네 서점과 대형 서점에 일정 기간 올려놓고 팔기 쉽지 않은 구조다. 교보문고조차도 예전엔 초도 물량이 30부가 기본이었다면 이제는 10부로 줄었다. 10부 이상을 입고 시키려면 파주 본사의 구매팀 MD들을 찾아가 책에 대해서 홍보하고, 책이 그들의 마음에 들어야 한다. 거기서 책 물량이 결정된다. 최소 50부, 100부 이상이 교보에 들어가야 전국 지점에 다만 2~3권씩이라도 책이 매대에 올려진다. 매대에서 일정기간(통상 길면 한 달, 짧으면 2주)안에 일정한 양의 책이 팔리지 않으면 그 책의 생명은 끝나 버린다. 한 달도 채 되지 않아서 반품이 들어온다.

    그러다보니 출판사들은 유통에 목을 매게 된다. 악조건 속에서도 대형 도매상, 대형 서점과 거래를 할 수밖에 없고, 이게 계속해서 악순환을 낳는다. 유통권을 쥔 대형도매상과 대형서점에게 특히나 작은 출판사들은 을에 지나지 않는다. 계약서 상에는 출판사가 갑이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그렇다보니 일정 부수라도 위탁으로 가져가 전국의 지역 서점에 깔아주는 도매상 유통 구조를 외면할 수가 없는 것이다. 아니 적극적으로 목을 매고, 책 한권이라도 더 팔기 위해서 그 악순환, 반민주 경제 구조의 대열에 끼게 된다.

    이게 싫으면 좋은 저자 발굴해 계약하고 편집 잘 해서 좋은 책 내면 된다. 그리고 마케팅 비용 짱짱하게 들여서 책을 베스트셀러 만들면 된다. 그러면 가만히 있어도 서점과 도매상에 책 달라고 현금 줄테니 책 달라고 아우성칠 것이다. 허나 그런 책, 그런 저자, 그런 출판사가 몇 개나 되겠는가?

    전국의 출판사가 대략 3만5천여 개라면, 이중 한 해 실제 한 종 이상이라도 출판하는 출판사(납품기준)는 5천여 개. 이중 200여 개의 메이저 출판사들이 출판계의 상위 1%를 형성하고, 대세를 형성하고 있다. 이들은 송인서적 같은 대형 도매상과의 거래 관계에서도 정말 갑의 대우를 받는다.

    그러나 나머지 99%의 영세한 출판사, 밤낮으로 뛰는 1인출판사, 작은 출판사들에게 그런 갑의 대우는 절대 오지 않는다. 더러우면 열심히 일해 좋은 책 내고, 베스트셀러 팍팍 터져서 성공하고 부자 되면 된다. 힘을 가지면 알아서 기게 된다. 그게 세상 사는 이치 아닌가?

    그런데 말이다. (웬지 '그런데 말입니다~'. 풍 같긴 하지만) 책은 '상품'이 아니라 '지식문화'라고 흔히 말한다. 고상한 지식문화이기에 부가세도 면제해 준다. 하지만 현실에서의 출판 유통 구조에서는 그냥 '정글의 법칙'일 뿐이다

    글/이준희 인터넷기자협회 부회장

  • 글쓴날 : [17-01-12 18:11]
    • 박용수 기자[pen@myde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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