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경고
엘리자베스 파렐리 지음 | 박여진 옮김 | 베이직북스 펴냄
독자 여러분, 한번쯤 이런 생각을 해보신 적이 있으신지요? 행복의 가치는 개인마다 다르므로 절대적일 수가 없습니다. 오히려 상대적인 경우가 대부분일 것입니 다. 개인이 처한 조건이나 상황에 따라 그 기준은 얼마든지 달라지게 마련입니다.
특히 현대 사회에 있어서는 물질적 과잉 만족에 집착하는 경향이 강함을 종종 엿볼 기회가 많아지게 됩니다. 다시 말하면 과잉 선택이나 과잉 만족의 덫에 빠져 있다고 보는 편이 훨씬 더 설득력이 있을 것입니다. 인간에게 있어서 ‘욕망의 덫’ 은 참으로 기묘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아무리 많은 것을 소유한다고 해도 결코 행복할 수 없으니 말입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우리 스스로 탐욕의 늪에 빠져 행복 중독 증상을 드러내는 차원을 넘어 행복 불감증에 걸려 허우적거린다는 점입니다.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여전히 세계 1위를 고수하고 있으며, OECD가 발표한 국가별 행복지수는 36개국 중 24위로 최하위권을 면치 못하고 있답니다. 반면 인구 70만의 히말라야산맥 기슭에 자리한 부탄이라는 작은 나라는 지난해 행복지수 1 위를 기록한 바 있습니다. 이곳은 1990년대에 들어서야 TV가 보급되었고 국민총 소득이 2,000달러에도 미치지 못하는 나라입니다. 그러나 이 나라 국민의 97퍼센트가 자기는 행복하다고 말합니다. 과연 이러한 조사 결과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요? 물질적 풍요와 행복과의 상관성이 그다지 크지 않다는 사실을 반증하는건 아닐까요?
우리가 기본적으로 추구하는 일차원적 삶인 의식주(衣食住)의 범주를 초월한 인간의 내적 만족에 의해 행복의 척도가 결정된다고 여기겠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은것 같아 자못 실망스럽기까지 합니다. 오히려 대부분의 현대인에게는 욕망의 충족을 행복의 잣대로 부여하려는 성향이 강하게 나타나곤 합니다.
현대 사회에서 지나치게 많은 것에 습관처럼 익숙해진 우리는 그토록 간절하게 열망하던 바로 물욕(소유욕)의 참된 의미를 강탈당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 다. 우리는 지금 당장 누리고 있는 것에 끊임없이 불만을 제기하기보다는 오히려 주어진 삶이나 현실에 만족하고, 또한 감사할 줄 아는 마음가짐이 더 중요합니다.
이 책을 쓴 저자 엘리자베스 파렐리(Elizabeth Farrelly)는 호주 시드니에서 활동하는 칼럼니스트이며, 오클랜드에서 건축학을 공부하고 런던과 브리스톨에서 건축 실무를 보다가 시드니대학에서 건축학 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지금은 시드니대학에서 겸임 부교수직을 맡고 있기도 합니다.
이 책은 현대인들의 맹목적인 행복 추구에 경각심과 충고를 던져주기 위해 저술된 책이지만 인간의 삶을 인문학적 차원에서 고찰해봄으로써 현대 사회 에서 부지불식간에 벌어지고 있는 인간 성의 상실 문제와 문화 파괴 정책에 주목하고 있습니다.특히 물욕에 집착하는 현대인들은 지극히 단순한 즐거움만을 추종하거나 아니면 아주 사소한 번거로움조차 부담을 느끼며 무조건 회피하려 고만 하는 사실을 비판합니다.
한국의 대표적인 지성으로 인정받고 있는 이어령 교수는 이 책을 두고 “현대인들의 행복 강박증을 인문학적으로 고찰한 책이다”라고 추천한 바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