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도서관을 찾는 이유는
각기 다를 것입니다.
누군가는 책을 빌려가기 위해,
누군가는 연구와 공부를 위해,
또다른 누군가는 여가를 즐기기 위해
도서관을 찾을 것입니다.
특히나 요즘엔 교육, 문화, 복지, 예술 등
여러 분야에 걸쳐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보니
도서관을 찾는 이유는
그야말로 각양각색일 것입니다.
도서관, 미스터리 스릴러영화의 무대가 되다
도서관 이용자 입장에서는 저마다 이유가 다르겠지만, 사서 입장에서 본다면 이용자들이 필요한 자료를 활용하여 각자의 문제 혹은 요구를 해결 하기 위해 도서관을 찾는다고 포괄적으로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도서관은 언제 어떻게 발생하지 모르는 이용자들의 자료 요청을 즉각 적으로 해소해 주기 위해 객관적이고 방대한 자료를 논리적이고, 체계적 으로 축적해 두고 있습니다. 이용자들은 자료를 조합하거나 재구성하여 호기심을 충족하고,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뿐만 아니라 나아가 새로운 지식을 창조해 내기도 합니다. 특히 창조적 사고와 뛰어난 통찰력을 지닌 사람이 도서관 자료를 탐색하는 과정은 마치 퍼즐을 풀어나가듯 흥미롭기까지 합니다.
이처럼 도서관은 복잡하지만 흥미롭고 설득력 있는 문제 해결 공간이라는 점 때문에 미스터리 범죄 스릴러 영화에 종종 등장합니다. 이러한 장르는 관객의 두뇌를 자극할 수 있는 치밀한 지적 게임이 영화 성패의 중요한 관건입니다. 도서관은 장르의 특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배경과 장치로서 손색이 없습니다.
명석한 두뇌를 가진 주인공이 도서관 자료를 분석해 숨어 있던 행간의 의미를 밝혀내고, 사건의 실마리를 풀어가는 장면은 관객들에게 낯설지 않습니다. 대표적인 영화로 2009년 개봉한 톰 행크스 주연의 <천사와 악마 >가 있습니다. 이 영화는 소설가 댄 브라운의 동명소설로 세계적인 베스트 셀러 《다빈치코드》의 전편에 해당합니다.
영화 <천사와 악마>
로마 교황청이 교황의 선종으로 새로운 교황을 선출하기 위한 ‘콘클라베’를 준비하던 중 가장 유력한 교황 후보 4명이 납치되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교황청은 납치사건과 관련된 암호를 해독하기 위해 하버드대학의 종교기호학 교수인 로버트 랭던(톰 행크스 분)을 바티칸으로 부릅니다. 바티칸에 도착한 랭던은 납치된 4명의 교황 후보와 암호가 연관이 있다고 판단하고 사건의 단서를 찾아 나섭니다. 그러던 중 교황 후보자들이 하나씩 살해 되고, 랭던은 범인이 의도적으로 살인을 예고하기 위해 단서를 남기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예고된 살인을 막고, 범인의 실체를 밝히기 위해 그는 로마를 종횡무진 누비며 단서를 찾아 나섭니다.
도서관에서 교황 후보 납치사건의 실마리를 찾다
도서관 사서의 관점에서 이 영화가 흥미로운 것은 주인공이 사건의 중요한 단서를 찾아내는 곳이 바로 바티칸도서관 내에 있는 기록보존소라는 점 입니다. 랭던은 그곳에서 지동설로 유명한 과학자 갈릴레이가 남긴 자료에 감춰져 있던 단서를 근거로, 교황 후보자들을 납치하고 살해한 범인이 18세기 과학의 위상을 높이고 신 중심의 교회 권력에 항거하기 위해 결성된 조직 ‘일루미나티’와 관계가 있다는 것을 밝혀냅니다. 또한 그는 기록물을 통해 흙, 공기, 물, 불 등 십자가의 4대 원소와 관련된 장소에서 살인이 일어난 다는 것을 알아내고 거대한 음모와 맞서 싸웁니다.
특히 보이지 않는 범인이 기록물 보존을 위해 도서관내에 설치 된 산소공급, 항온, 항습 등의 최첨단 장치를 이용해 주인공을 위기에 빠뜨리는 장면은 영화적으로는 긴장을 고조시키는 장치이지만 제 개인적으로는 도서관이 기록물 보존을 위해 얼마나 섬세한 관리를 하고 있는지 간접적으로 알려 주는 듯해 남다르게 여겨졌습니다.
<천사와 악마>처럼 영향력과 파급력이 큰 할리우드 블록버 스트 영화에서 주인공이 도서관 기록물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설정은 책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써 뿌듯하고 기분 좋은 일이 아닐수 없습니다.
영화 <세븐>
같은 맥락으로 뛰어난 분석력과 통찰 력을 지닌 주인공이 도서관에서 단서를 찾아 사건을 해결해 가는 영화가 또 있습니다. 치밀한 구성과 섬뜩한 반전으로 1995년 개봉 당시 평단과 관객들로부터 극찬을 받은 데이비드 핀처 감독의 영화 <세븐>입니다. 범죄 스릴러 장르에 있어 기념비적인 이 영화는 브래드 피트가 혈기왕성한 젊은 형사 밀즈로, 모건 프리먼이 노련하고 지적인 노형사 서머셋으로 출연 합니다. 그리고 지금은 대스타지만 당시에는 인상적인 조연이 었던 케빈 스페이시가 연쇄살인범으로, 또 풋풋한 신인이었던 기네스 펠트로가 브래드 피트의 아내로 등장합니다.
영화 <세븐>은 탐식, 탐욕, 나태, 음란, 교만, 시기, 분노 등성서에 나오는 7가지 죄악을 모티브로 하여 천지창조의 과정을 모방하듯 일주일 동안 하루에 한 명씩 연쇄살인행각을 벌이려는 희대의 살인마와 이를 막아 세우려는 두 형사의 고군부투를 그린 영화입니다.
도서관 이용 기록으로 용의자 추적해
이 영화에 등장하는 범인 역시 <천사와 악마>처럼 살인을 예고하고, 마치 게임을 하듯 추격하는 형사들에게 자신을 잡을 수 있는 단서를 남겨 놓습니다. 밀즈와 서머셋은 그 단서들을 조합, 재구성하여 살인을 막으려 합니다. 특히 서머셋이 사건의 실마리를 풀기위해 도서관을 찾는 장면은 인상 깊습니다.
그는 살인을 예고하는 7가지 죄악이 단테의 《신곡》과 초서의 《캔터베리 서사시》에 똑같이 나온다는 것을 도서관에서 확인합 니다. 곧이어 서머셋과 밀즈는 살인사건이 발생한 지역의 공공 도서관에서 이 책들을 대출해 간 사람들을 용의선상에 올리며 수사망을 좁혀 갑니다.
서머셋은 도서관을 통해 두 가지 단서를 얻어냅니다. 도서관 본래의 기능인 문헌의 기록을 통해서 다음 살인을 예상하고, 다음으로 도서관 소장 자료의 운영 및 관리를 위한 기록인 대출자 정보를 통해 살인용의자를 찾아냅니다. 이러한 영화적 설정은 실제 도서관 이용자들의 대출기록을 살펴보면 그 사람의 취향과 관심사는 물론 정치적 성향까지도 짐작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꽤나 설득력이 있습니다.
도서관에서 단서를 찾아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대부분의 영화들은 도서관의 책과 기록에 천착하는 경향을 보이는데 영화 <세븐>은 책과 기록뿐만 아니라 도서관이 만들어 내는 다양한 정보를 다각도로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다른 영화와 차별성을 가집니다. 그런 이유로 <세븐>에 도서관이 등장하는 시간은 비록 짧지만 도서관을 활용해 추리를 전개해 나가는 과정은 매우 흥미롭고 강렬한 인상을 남깁니다.
현실 속에서도 매력적인 공간, 도서관
물론 영화에 등장하는 도서관은 극의 전개와 재미를 위해 필요한 하나의 장치일 뿐이지만 두 영화에서 살펴보았듯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아주 매력적인 공간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현실의 도서관은 어떨까요? 도서관에서 만났던 이용자들을 가만히 떠올려 보면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문제는 기본이고, 연애, 재테크, 창업, 취업, 대인관계, 처세 등의 현실적 문제뿐만 아니라 마음을 다스리는 문제, 인생의 지침을 세우는 문제 등 참으로 다양하고 어려운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도서관을 찾는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도서관의 문제해결 능력은 비단 개인에게 국한된 것이 아닙 니다. 국가적,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키는 문제의 이면에는 이를 뒷받침하는 관련 자료들이 있고, 그 자료들은 누군가에 의해 도서관 혹은 기록물을 관리하는 곳에서 제공받은 것들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현실의 도서관 역시 우리의 삶속 에서 마주하게 되는 거의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단서를 준비해 두고 있다는 점에서 더 없이 중요하고 매력적인 공간이라 할 수 있습니다.
끝으로 바람이 있다면 영화 <천사와 악마>의 랭던 교수와 <세븐>의 서머셋 형사가 도서관을 통해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영화의 멋진 주인공이 되었듯이 보다 많은 사람 들이 도서관이라는 공간에서 삶속에서 부딪히는 수많은 문제들을 명쾌하게 풀어나갔으면 합니다. 그래서 자신의 인생을 풍요롭게 만들어가는 멋진 주인공이 되길 기대해 봅니다.
사족, 영화 <천사와 악마>에서 바티칸도서관으로 등장하는 곳은 이탈리아 로마의 산 아고스티노 광장에 위치한 안젤리카 도서관이며, 기록보존소는 실제 장소를 모델로 만들어진 촬영 세트라고 합니다. 또한 영화 <세븐>에 등장하는 음습한 분위기의 도서관도 영화적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만들어진 세트라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