팥쥐 일기
이향안 지음 | 배현주 그림 | 현암사 펴냄
“요 두 놈은 이제 외롭지 않을 게야. 꼭 닮은 친구를 만났잖니. 살아 있는 모든 건 말이다. 저와 닮은 이를 찾고 싶어 한단다. 꼭 닮은 이를 찾아 친구가 되면 행복할 수 있지.”
책 속 꽥꽥 할머니가 명주에게 한 말이다.
사람들은 살아가면서 싫든 좋든 관계를 맺는다. 그 관계는 스스로를 더욱 성숙하게 한다. 인간은 사회 속에서 관계를 맺지 않고는 살아갈수 없다. 인간의 삶 자체가 관계의 연속이리라. 우리는 어쩌면 잘 알지 못했겠지만 꽥꽥 할머니의 말대로 사람은 자신을 닮은 이를 찾아 관계를 맺었을 때 비로소 안정되고 행복해지는 것 같다.
귀여운 파마머리에 조금은 부루퉁한 얼굴을 한 ‘명아주’. 아니 이제는 ‘채아주’로 살아가야 하는 팥쥐가 있다. 생명력이 강한 풀인 명아주처럼 힘차게 자라라는 의미를 담아 아빠가 지어 준 명아주라는 이름을 버리고 아무 의미도 없는 채아주로 살아야한다. 아주는 엄마의 재혼으로 성이 바뀌어 버린 아이다. 새아빠와 그의 딸인 채송화, 그리고 나의 엄마와 나. 이렇게 두 가족이 만나 한 가족이 되었다. 그런데 이상하다. 나를 낳은 우리 엄마는 나보다 아빠의 딸인 송화에게 더 관심을 가지고 더 예뻐하는 것처럼 보인다. 나는 가족 속에 녹아들지 못한 ‘덤’으로만 느껴진다. 게다가 설상가상으로 밖에 나가면 사람들은 송화가 엄마를 닮았다고 이야기하고 나는 닮지 않았다고 이야기한다. 자신에게 관심을 주지 않는 엄마와 남들 앞에서 착하게만 보이려고 노력하는 것처럼 보이는 송화 사이에서 아주는 자기도 모르게 스스로 팥쥐가 되어간다. 그런데 더 이상한 것은 아주는 팥쥐인데 엄마는 팥쥐 엄마가 아니라 콩쥐 엄마라는 것이다.
새 학기 첫날 담임선생님께서 주신 비밀 일기장에 아주는 ‘팥쥐 일기’라는 이름을 붙이고 자신의 혼란스러운 마음들을 풀어내기 시작 한다. 아주는 처음 보는 새아빠, 착한 척 하는 송화와 관계 맺기가 어렵다. 가족으로 인정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그러다 꽥꽥 할머니와 할머니가 키우는 강아지와 고양이를 통해 제대로 된 관계맺음을 알게 된다. 서로 다른 듯 보이지만 닮은 점이 있는 강아지와 고양이처럼 송화와 아주도 전혀 다르게 보이지만 같은 상처와 슬픔을 가진 공통점이 있다는 것을. 그래서 더 가까운 관계를 맺을 수 있다는 것을….
책은 부모의 재혼이라는 상황으로 아픔과 상처, 혼란을 겪게 된 송화와 아주의 심리를 세밀하게 드러내면서 가족의 갈등과 화해라는 메시 지도 따뜻하게 담고 있다. 특히 설빔이라는 그림책으로 유명한 배현주 작가의 예쁜 그림들이 글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것 같다. 마치 애니메 이션을 보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따스하게 살아 있는 인물들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책 속에 빠져들지 않을 수가 없다. 아쉬운 점은 아주의 마음을 담은 ‘팥쥐 일기’가 몇 개 공개 되었으면 더 좋았으리라.
부모의 이혼과 재혼 등으로 아이들은 새로운 가족을 만나게 되고 그 안에서 관계를 맺어야 한다. 많은 혼란과 상처가 잘 회복되기 위해서는 가족 간의 이해와 화해가 필요할 것이다. 짧지만 그런 과정들을 잘 보여주고 있는 동화이다. 이런 상황 속에 있는 아이라면 자신의 마음 문을 열고 새로운 관계를 맺는데 도움이 될 수 있어 독서치료용으로도 좋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