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기회라니?
더글러스 애덤스, 마크 카워다인 지음 | 강수정 옮김 | 홍시 펴냄
“멸종은 수백만 년 동안 일어났다. 동식물은 인간이 등장하기 훨씬 전에도 사라졌었다. 하지만 멸종의 속도가 달라졌다. 수백만 년 동안은 한 세기에 평균 한 종이 멸종했다. 그러나 선사시대 이후에 일어난 대부분의 멸종은 지난 300년 사이에 집중되었다. 그리고 최근 300년 동안 일어난 대부분의 멸종은 지난 50년 사이에 일어났다. 그리고 지난 50년 사이에 일어난 대부분의 멸종은 지난 10년 사이에 일어났다.”(345~346쪽)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책이 지적하듯 “인류는 현재 해마다 1천여 종의 동식물을 지구에서 쓸어내고”(346쪽)는 중이다. 20여 년 전에 쓰인 이 책은 지금 우리가 느끼는 종 다양성의 위협에서부터 출발했다.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 서》의 저자 더글러스 애덤스와 동물학자 마크 카워다인은 멸종 위기에 처한 동물들을 만나기 위해 세계 각지로 탐사 여행을 떠난다. 목적은 단지 ‘우리’가 ‘그들’을 볼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것. 그뿐이다. 그 이유 하나로 저자들은 지구상에서 곧 사라질지도 모를 아이아이와 카카포, 북부흰코뿔소, 에코앵무와 코모도왕도마뱀을 만난다. 이들이 만났던 양쯔강 민물돌고래는 현재 멸종된 것으로 추정된다. ‘마지막 기회’를 실감하게 되는 순간이다.
그렇다고 책은 구구절절 멸종 위기에 처한 동물에 대한 감상을 늘어놓지 않는다. 코믹 SF 작가인 저자 답게 유쾌한 감성을 곳곳에 펼쳐 보인다. 또한 생명이 위태로운 상황에서조차 그러한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한다.
인도네시아의 작은 섬인 코모도에 사는 코모도왕도마뱀. 길이가 3.6미터에 높이가 1미터에 이르는 것이 있을 정도로 거구다.
주의할 점은, 이들이 입 냄새가 심하다는 것. 주로 썩은 동물의 사체를 먹기 때문이란다. 곧 추락할 것 같은 경비행기를 타고, 뱀이 득시글대는 길을 지나, 죽은 동물을 먹고 사는 왕도마뱀을 만나러 가는 길은 결코 낭만적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사랑스러운 새’ 카카포를 찾아 뉴질랜드로 떠나는 길. 그곳의 장엄한 광경을 가리켜 더글러스는 “어마어마한 눈에 보이는 풍경을 이해하려 했다간 두개골 안에서 뇌가 달그락거리며 노래를 불러대는 지경”이라고 묘사한다. 작가의 재치 있는 감성에 묵직한 정서를 얹는 것은 책의 공저자인 마크 카워다인이다. 책은 이렇게 밝힌다. “마크가 전에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새를 심지어 저만치 점이 하나 찍혀 있는 것처럼 보일 때조차 순식간에 알아차리는 모습은 늘 놀랍다.”(181쪽)라고.
카카포는 인간이 감지할 수 있는 ‘한계주파수’를 간신히 넘는 저음으로 울어댄다. 한밤에 듣는다면 분명 오싹한 느낌을 지울 수없을 것이다. 일행은 소리의 근원지를 알지 못하고 돌고 돌아 우여곡절 끝에 카카포를 찾아낸다. 이들의 행보는 뉴질랜드 당국의 관심을 끌어 카카포 보호 프로그램을 보호국의 우선 과제로 재조정하기로 하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이들(멸종 위기 동물들)에게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가 한 가지 더 있는데, 나는 이것 말고 더 필요한 이유는 없다고 믿는다. … 이유는 아주 단순하다. 그들이 없으면 이 세상은 더 가난하고 더 암울하고 더 쓸쓸한 곳이 될 것이기 때문이 다.”(347~348쪽) 책은 마다가스카르, 코모도 섬, 콩고, 뉴질랜드 코드피시 아일랜드, 양쯔강, 모리셔스 등지를 돌아보면서, 희귀 동물들을 그저 보여준다. 안타깝게도 이 책과 함께 종횡무진 세계를 누비던 더글러스 애덤스는 이제 세상에 없다. 그러나 그는 발랄하면서도 유쾌한 문장 속에 여전히 살아 움직이면서 멸종 위기에 처한 동물들의 진실을 풀어 놓는다. 동물들의 이야기를 한 편의 로드무 비처럼 보여주는 것. 험난한 여정을 가감 없이 드러내는 것. 그것이 바로 유쾌함과 동시에 가슴 찡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이 책의 매력이자 명쾌한 메시지일 것이다.
더글러스 애덤스
1952년생.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의 저자. 우주적 상상력과 날카로운 풍자가 빛나는 이 시리즈로 휴고상, 골든팬상 등을 받았으며 ‘코믹 SF’라는 장르를 개척한 인물로 주목받았다. 2001년 5월 49세의 나이로 사망했다.
마크 카워다인
동물학자. BBC 라디오4에서 〈네이처〉라는 장수 프로그램을 진행했으며, 다양한 매체를 통해 자연보호의 필요성을 역설하면서 멸종위기종의 보호를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