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집이 살아났어요
박수현 글 | 윤정주 그림 | 책읽는곰 펴냄
도시에 사는 사람들이라도 아이들이 문지방을 함부로 밟으면 밟지 말라고 합니다. 아이들이 왜 밟으면 안 되냐고 궁금해서 물어보면 뭐라고 꼭 집어 대답하기가 곤란합니다. 그래서 궁여지책으로 ‘복이 달아나기 때문’이라고 대답합니다.
어른들이 어렸을 때는 집에서 지켜야 할 금기가 이런 것뿐만 아니라 더 많았습니다. 마루에서 쿵쾅거리며 뛰지도 못했고, 안방 윗목 구석에 있는 단지는 아무리 궁금해도 절대 열어보지 못했습니다. 부엌 부뚜막에 올라가거나 걸터앉으면 부지깽이로 혼이 나기도 했는데, 이러한 금기들은 대부분 집을 지켜주는 신들을 위한 것이었음을 나중에 알았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것들이 요즘은 모두 사라져버려 3,40대의 부모들 에게도 생소한 것들이 되어 박물관이나 민속촌에 갔을 때 아이들이 질문하면 대답해주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닙니다.
아이들과 함께 이러한 것들을 알아보기에 적당한 그림책이 있습니다. 《시골집이 살아났어요》는 이야기를 통해 우리의 집지킴이가 어디에 깃들어 있는지와 무슨 역할을 하는 신인지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게 쉽게 풀어놔서 함께 읽으며 이야기하기 좋습니다.
강이, 산이, 들이, 세쌍둥이가 시골집으로 이사를 했어요. 아파트에서 살 때와 달리 마음껏 뛰어놀 수 있게 된 세쌍둥이는 마음껏 온 집안을 헤집고 다니며 신나게 놉니다. 이때 머리가 하얀 할머니가 나타나 친할머니라도 되는 양 친근하게 아이들과 함께 술래잡기를 합니다. 세쌍둥 이는 대청마루에서 쿵쾅대며 뛰어다니고, 우물에 돌도 던지고, 장독대 항아리에도 들어가고, 대문에 매달리고, 뒷간문도 벌컥 엽니다. 엄마아 빠가 집을 비운 어느 날 세쌍둥이는 여느 날처럼 온 집안을 헤집고 다니다가 뒷간에 가려고 뒷간문을 벌컥 열었는데 갑자기 머리를 풀어헤친 뒷간귀신이 세쌍둥이를 잡으러 쫓아옵니다. 세쌍둥이는 기겁을 하며 도망을 가다가 장대처럼 큰 수문장에게 잡힙니다.
수문장이 세쌍둥이를 혼내주려는데 지붕 위에 바래기가 나타나 어릴 때부터 살던 집주인의 아들들이라고 가르쳐주어 위기를 넘깁니 다. 뒷간귀신은 계속 따라오고 세쌍둥이는 우물로 도망을 가다 용왕을 만나고 장독대로 도망을 가다가 철륭할미에게 혼이나 부엌으로 도망을 갑니다. 목이 말라 부뚜막에 있는 물을 마시자 조왕이 나타나 더러운 발로 들어와 물을 훔쳐 마셨다고 혼을 내는데 뒷간귀신이 부엌으로 따라 들어오다 조왕에게 혼이나 쫓겨납니다. 그 사이 세쌍둥이는 마루 위로 도망을 갔는데 성주할아버지가 나타나 세쌍둥이를 잡아 뒷간귀신에게 주려하자 전에 술래잡기를 하던 할머니가 나타나 성주할아버지를 달래고 뒷간각시도 달래서 모두 돌려보냅니다. 알고 보니 세쌍둥이가 건강하게 자라도록 돌봐주는 삼신할머니였습니다. 세쌍둥이는 할머니가 지켜주어 편안하게 잠을 잡니다.
70년대 새마을운동과 기독교의 영향으로 미신이라 치부되어 사라져버린 우리의 집지킴이 신앙은 아주 오래 전부터 이 땅에 살아온 조상들의 자연관과 세계관이 담겨 있는 귀중한 문화입니다. 모든 자연과 사물에 영혼이 깃들어 있다는 물신(物神)사상은 주변의 모든 것들을 함부로 대하지 않고 더불어 살아야 한다는 소중한 정신이 담겨져 있습니다. 또한 집안의 구석구석에 신이 있다고 믿으며 조심스럽게 행동하는 것은 여러 사람이 함께 살 때 어떻게 예절을 지키며 살아야 하는지 터득하게 하는 지혜도 숨겨져 있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우리 조상들의 마음과 지혜를 느끼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