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원이 작다고?
강민경 지음 | 서현 그림 | 창비 펴냄
100원짜리 동전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을까? 사실 요즈음 과자를 사려고 해도 1,000원은 있어야 살 수 있다. 100원, 50원, 10원짜리만으로는 할 수 있는 일이 그다지 많지 않다. 동전들은 기껏해야 거스름돈으로 필요하고 자판기 이용할 때 정도에만 유용할지 모르겠다. 어른인 나조차 이렇게 생각하는데 요즈음 아이들은 더더욱 동전 알기를 우습게 아는 것 같다. 도서관 바닥에 나뒹구는 동전은 이미 돈의 가치를 잃은 지 오래니까 말이다.
‘100원이 작다고?’라는 제목부터 호기심을 자극한다. ‘100원이 작다고? 그럼. 100원이 작지….’라고 생각하며 책장을 넘긴다. 준선이의 방이다. 깜깜한 밤이 되자 서랍 속, 침대 밑, 방 곳곳에서 돈들이 출동한다. 10원, 100원, 500원 동전부터 1,000원, 10,000원, 50,000원짜리 지폐까지…. 10원짜리는 자신은 가게에서 거스름돈으로 최고이고 10개 모이면 100원이 된다고 자신의 소중함을 말한다. 이어 100원짜 리는 준선이가 100원짜리 막대사탕을 사서 누나에게 사과편지를 써 화해했다며 교환의 가치에 대해 이야기하고, 500원짜리는 저금통 속자신의 생활을 이야기하며 저축의 가치에 대해 설명한다. 1,000원짜리 지폐는 1,000원으로 6,000원이 되는 마술로 자신을 자랑하며 투자의 가치에 대해 이야기하고, 10,000원짜리 지폐는 준선이가 어떤 일들을 해서 용돈으로 10,000원을 받을 수 있는가를 예로 들어 수입에 대해 설명한다. 마지막으로 50,000원짜리는 자신의 탄생에 대해 이야기한다.
마치 한편의 토이스토리를 보는 듯한 착각이 드는 동화이다. ‘썩었다고? 아냐! 아냐!’의 작가 강민영 씨가 지은 이 책은 그야말로 살아있는 돈들의 하룻밤 향연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돈들은 모두 살아서 움직인다. 얼굴이 있고, 팔과 다리가 있다. 표정이 있다. 어떻게 이렇게 사실적일 수 있을까 생각이 들 정도이다. 혹여 아이들이 돈을 가지고 따라서 만들지나 않을까 하는 염려가 생길 정도이다. 이 장면들은 다양한 카메라 각도와 수차례에 걸친 카메라 효과를 실험해 만들어낸 장면들이라고 하니 과히 놀랄 만하다. 살아있는 돈들의 이야 기를 듣다보면 자연스럽게 돈의 가치, 돈의 교환 수단으로서의 쓰임, 저장 수단으로서의 쓰임은 물론 투자와 수입에 대해서도 자연스럽게 알 수 있게 된다. 지식정보를 다루는 책들은 많은 정보들을 늘어놓기 바쁘지만 이 책은 지식정보를 직접적으로 알려주기보다 한 편의 판타지 동화 속에 적절히 조화시켜 흥미진진한 판타지 경제동화를 만들어냈다.
근래 들어 학부모들은 경제교육에 많은 관심을 가진다. 어떤 기관에 데리고 가서 경제교육을 시키기도 하고 각종 경제도서를 이용한 교육을 시키기도 한다. 그러나 모든 교육이 다 그렇지만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지식의 주입이 아니라 올바른 가치관의 정립이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참으로 훌륭하다. 돈의 가치를 올바르게 긍정적으로 습득할 수 있도록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으니 말이다.
이 책은 ‘창비 호기심 그림책’ 시리즈이다. 창비 호기심 그림책은 ‘지식을 전달하려는 욕심을 내기보다는 어린이들 스스로 글자를 따라책 속에 빠져들어 새로운 지적 탐험을 즐길 수 있도록’ 기획하였다고 말한다. 《100원이 작다고?》는 그 취지를 충분히 잘 살린 책이다. 제대로 된 저학년용 지식정보책이 많이 부족한 출판시장에서 창비 호기심 그림책 시리즈는 단비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