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통문화의 허울을 벗기다
장혜영 지음 | 어문학사 펴냄
우리 문화는 우리가 알고 있는 것처럼 그렇게 우수한 문화인가? 우리 것이라고 과대포장하지는 않았는가? 다른 문화와 비교해봤을 때 ‘팔이 안으로 굽었다’는 생각은 안 드는가? 명제들이 무척 도발적이어서 각 단락을 훑어 보자마자 정서적 혼란이 온다. 약간은 불편하다. 동시에, 이런 문제 제기가 왜 진작 나오지 않았을까 하는 반가움이 인다. 책은 도발적인 만큼 새롭다. ‘우리 민족의 뿌리에서 생성된 문화가 몇 가지가 있는가? 그 문화적 산물이 과연 우리 민족에게 유효한 영향을 미쳤는가?’ 하는 주제 속에 우리 전통문화에 대한 기존의 인식들을 분석, 비판한다. 한국 고유문화를 중국 전통문화와 비교하면서 국내 학계의 기존 학설들에 논리적인 의문을 제기하고 새로운 해석을 시도하고 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예를 들면 온돌에 대한 우리의 ‘과찬’도 그의 비판 목록 중 하나다. 지은이는 우리 고유문화의 대표격이라 할 수 있는 온돌에서부터 실타래를 풀어간다. 온돌문화에서 부화한 한국 고유문화가 문명 지향적 액션에 반동하는 ‘걸림돌 역할’을 했다는 주장이다. 파격적이지만 논리적이다. 단지 난방의 효율성으로만 온돌을 보지 않는다. 건축의 생태학적 의미가 유전학 또는 사회학적 의미로까지 확대된다. 숟가락과 젓가락을 비교한 언급 역시 마찬가지다. 그의 해석은 호미의 길이가 가져다준 신체적 영향에까지 나아간다.
문제 제기는 주거, 음식, 복식, 농기구와 문화, 교통과 수레 등 우리 문화 전반에 걸쳐 있다. 고대 도로 교통과 문명의 발달, 한국인의 한의 문화, 존댓말과 서열, 위계 구분… 등에 대한 분석을 통해 전통문화를 매우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 지은이는 중국 전통문화를 비교 대상으로 삼고 있다. 중국 문화의 특징들과 비교하여 한국의 의식주 문화가 한국인에게 미친 영향을 분석한 것이다. 굳이 중국 문화를 기준으로 삼은 것에 구체적인 비교 대상이 있어야 훨씬 이해가 빠르고 쉽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 책을 구상하게 된 시기는 지은이가 《한국 고대사를 해부한다》를 집필하던 때라고 한다. 한국 고대사에 대한 실체를 밝히는 글을 쓰기 위해 자료 조사를 하던 중 한국의 의식주 및 기타 고유문화에 대해서도 재조명이 필요하단 생각이 들었다. 역사든 문화든 무조건 우수하다는 식으로 부풀려진 면이 있고, 일방적인 과장은 오히려 불쾌감을 초래할 수 있어 이러한 사실들을 분석하고 알릴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했다.
원래는 일본 문화와 비교한 내용도 추가하려고 했으나 작업이 매우 방대해 싣지 않았다. 한중 문화 비교만으로도그 범위가 너무 커서 미처 책에 싣지 못한 부분이 많아 못내 아쉽다. 관혼상제와 전통예술 분야가 그렇다. 반드시 다루어야 할 주제인 데도 싣지 못했다.
‘그렇다!’는 우리 모두의 한목소리에 대해 지은이는 ‘그렇지 않다!’라고 말한다. 이것만으로도 이 책의 가치는 넘친다. 이런 저작들이 많아질수록 한국 문화에 대한 이론적 기반들이 더욱 객관적으로 정리되고 한결 풍성해지리라.
‘비주류’의 무게를 이 한 권이 대변한다. 한번 읽어 볼만한 책이 아니라 읽어두어야 할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