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깔스런 우리 문화 속풀이 31가지
김영조 지음 | 이지출판 펴냄
‘겨레문화란 무엇이며 우리에게 어떤 도움을 주는가?’라는 좀 우직한 질문에서 이 책은 시작되었다. 지은이는 원래 전통한복 올바로 계승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생활한복 관련 사업을 하던 사람이다. 그런데 금방 벽에 부딪치고 말았다. 사람들이 한복에 대해 너무도 무지하여 뜻대로 사업이 되지 않았다. 이 시대에 한복을 제대로 알고 입으려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만, 실망은 한복에 대한 것만이 아니었다. 결국 한복 사업도 우리 문화 전반에 대한 무지함을 개선하지 않고서는 해결되지 않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부터 그는 자신부터 뭘 알고 덤벼야 되겠다 생각이 들어 우리 문화를 공부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문화’라는 것을 설명하고 풀어놓은 글들은 어렵고 고상하기만 했다. 전문용어에 진저리를 치던 그는 ‘좀 쉽고 재미있게 읽을 만한 게 없나?’ 고민하다가 자신이 직접 글을 쓰기로 마음을 먹었다. 전문가의 글쓰기가 아니라 쉽고 재미있는 보통사람의 글쓰기에 도전한 것이다. 바로 <오마이뉴스>에 ‘민족문화 바로알기’ 라는 제목으로 연재를 시작했다.
쉬운 글쓰기는 쉽지 않았다. 수많은 곡절을 겪으며 몸에 밸 때까지 고치고 다시 쓰는 ‘수련’을 마다 하지 않던 그는 곧 문장에 익숙해져 남다르게 발전하기 시작했다. 그가 쓴 글들이 수백 편에 이르게 되고 ‘내공’이 일정 수준에 이르자 당연히 열매가 맺혔다. 그의 글들을 책으로 묶어 내달라는 독자들의 요청이 늘기 시작한 것이 다. 그는 연재글 중에서 세계 어디 내놓아도 당당하게 자랑할 만한 우리 문화유산 31가지에 관한 글 31편을 골랐다.
글들은 쉽고 간결하며 문장이 부드럽고 매끄러워 술술 읽힌다. 내용은 만만치 않다. 한복이나 한글에 대한 글을 보면 그의 지식이 전문가 수준이라는 것을 몇 줄 읽지 않고도 금방 알 수 있다. 독자들이 왜 다시 읽고 싶어 했는지 짐작이 간다.
속도감 있는 문장들은 오만하지 않으면서도 단호하고 유려하면서도 강건하다. 객관적이면서도 자부심 가득하다.
옛것을 말하면서도 고리타분하지 않다. 우리 문화유산 이야기라고 하면 대강 짐작이 간다는 사람들이 많겠지만 그의 글은 다르다. 우리가 모르거나 잘못 알고 있던 정보들이 물 흐르듯 풀려나온다. 한글 창제를 예로 들면 역사책이나 백과사전에 나오는 빤한 이야기들이 아니라 최만리의 상소문까지 살피고 주장한다. 제목대로 ‘맛깔스러운 속풀이’다.
자연과 함께하는 살림살이, 건강을 지켜주는 전통 먹거리, 넉넉한 품으로 몸을 자유롭게 하는 우리옷, 연주자와 청중이 하나 되는 판소리와 풍물굿, 소통을 위한 바른 말글생활, 더불어 사는 슬기로운 세시풍속 등 6장으로 구성 하여 31가지 소재를 담았다.
물론 여기에서도 지은이가 열심히 발품을 판 흔적을 만날 수 있다. 우리 문화에 대한 저작들이 갖고 있는 공통점이다. 몸으로 부딪쳐 얻은 경험에는 머리가 따라잡을 수 없는 견고함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