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윤주의 삶에 깜빡이를 켜고 들어온 연하남, 태경.
그렇게 윤주에게 불현듯 다가온 사랑은 달콤할까?
중견기업의 홍보팀장 윤주는 좋아했던 동원의 결혼식을 지켜보며 쓰린 가슴을 부여잡고 있었다.
내 나이가 많아서 그와 잘 되지 않았던 걸까? 무엇 때문에 그랬을까? 이런저런 이유를 떠올려보는 윤주의 옆에서 누군가 시비를 건다.
“짝사랑 하던 남자 결혼식에 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죠?”
이런 망할! 안 그래도 기분이 더러운데 불난 집에 부채질을 하는 이가 누군지 윤주는 넌지시 바라본다. 그는 바로 홍보팀 대리 김태경이었다.
왜 가만히 있는 사람에게 시비를 거는지 안 그래도 어이가 없는데, 그가 하는 말은 더 어이가 없다.
“저 사실 팀장님 좋아해요.”
어처구니없는 그의 고백 아닌 고백에 콧방귀를 뀌며 무시하려고 하지만, 그는 더욱 저돌적으로 윤주에게 다가오고…… 윤주는 점점 연하남인 그의 매력에 빠져들고 만다.
불현듯 다가온 태경의 사랑을 윤주는 받아줄까?
<사랑은 불현듯 달콤하게>
[본문에서]
#1 그의 결혼식
모든 사랑에는 끝이 있다.
자신에게는 그런 일이 없을 거라 생각한 윤주였지만, 사랑은 고사하고 썸만 타다 끝이 나고 말았다.
‘왜 자신은 그와 잘되지 않았을까? 왜 그와 잘되지 못해서 예쁘게 치장하고 그의 결혼식에 와 있어야 하는 걸까?’
“어, 윤주 씨!”
동원은 회사 사람이었다. 동기는 아니었고 이직한 사람이었는데 이름이 강동원이라 처음부터 눈길이 갔다. 잘생긴 배우와 이름은 같았지만 생긴 건 그렇지 않았다. 그저 평범한 사람이었는데 여차저차하다 보니 끌렸고 어느새 그를 좋아하고 있었다.
같이 영화도 보고 술도 마셨는데 결국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젠장.
“결혼 축하해.”
그렇게 질질 3년을 끌어 오던 어느 날 강동원은 결혼을 선언했다. 그것도 윤주가 속해 있는 홍보팀 막내 정아와 말이다.
충격은 컸다.
‘역시 남자들은 어리고 예쁜 것에 약하단 말인가?’
“고마워.”
‘턱시도발인가? 아님 화장발인가?’
오늘은 꽤나 멋진 모습에 속에서 열불이 올랐다. 왜? 윤주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단 말인가? 하긴…… 굳이 말할 이유는 없었다. 혹시 윤주와 정아 사이에서 줄다리기를 하다 나이가 어린 정아에게 가 버린 걸까?
‘아아, 생각해서 뭐 해? 이미 버스 떠났는데.’
이제 서른둘. 어쩌면 저 남자가 내 막차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윤주는 깊은 숨을 내쉬었다.
나름 중견 기업을 7년을 다녔다. 쉼 없이 일했고 홍보팀 팀장이라는 자리에도 올랐다. 너무 일만 했나? 입사하고 2년쯤은 남자 친구도 있었다. 그 후론 짧은 만남들. 그리고 턱시도 입은 놈과의 썸. 그게 끝이었다.
윤주는 가방에서 쓱- 거울을 꺼내 자신의 얼굴을 보았다. 나름 동안의 얼굴. 키도 작지 않고 주름도 별로 없다. 생긴 것도 이 정도면 뭐 괜찮다고 생각하는데, 왜 지금 썸 타던 놈 결혼식에 와서 이러고 있는 걸까?
“팀장님 안 오실 줄 알았는데.”
들고 있던 거울로 쓱- 뒤를 바라보자 김태경이 보였다. 홍보팀 대리였다. 윤주보다 한참~ 어린 스물여덟.
“내가 왜?”
뒤돌아보지 않고 거울을 보며 말하자 태경이 찡긋하며 웃었다.
“짝사랑하던 남자 결혼식에 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죠?”
‘망할. 망할. 망할!’
윤주는 속으로 외치고 또 외쳤다.
몇 주 전 윤주는 동원의 청첩장을 받고 충격에 팀원들과 급작스럽게 회식을 했다. 다들 취해서 집으로 돌아가고 평소 주량이 비슷했던 태경과 마지막까지 달리고 마는 실수를 범했다. 윤주는 그날 그렇게 만취해서 강동원~ 강동원~ 이름을 불러 댔다.
기억나지 않는 척하고 싶었지만 다음 날 피식거리며 웃는 태경의 모습에 태경이 끝까지 취하지 않았음을 직감했다. 정확히 말하면 짝사랑이 아니라 나름 썸 타던 사이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구차해 입을 닫아 버렸다. 쪽팔려 사직서를 낼까 하는 생각도 해 봤지만 그럴 수 있는 상황과 위치가 아님을 깨닫고 마음을 닫았다.
윤주는 들고 있던 거울을 가방 속에 넣고 태경을 획 돌아보았다. 이유 없이 큰 키를 자랑하는 태경 때문에 인상이 더 팍 구겨졌다. 동원과는 다른 이목구비다. 윤주는 동글동글하고 조금 살집이 있는 남자를 좋아했다. 그에 비해 날카로운 눈매와 갸름한 턱, 그리고 큰 키의 태경은 윤주의 이상형과는 정반대였다.
“김태경 대리가 신경 쓸 일이 아닌데?”
“아. 저는 나름 팀장님이 걱정이 돼서요.”
“뭣 때문에? 내가 왜?”
“……마음이 아프실 것 같아서.”
‘미친. 미친. 미친!’이라고 윤주는 수 없이 되뇌며 참을 인을 가슴에 새겼다.
“아냐. 난 괜찮아. 충분히 아주~ 괜찮으니까 김태경 씨는 신경 딱. 꺼 줄래?”
최대한 웃으려고 노력했다. 여기서 얼굴을 붉히며 신경질적으로 나간다면 윤주 체면이 말이 아닐 것 같아서였다.
“그래도 알고 있는데 그게 쉽나요?”
태경의 말에 이를 꽉 깨물었다. 무시가 상책이었다. 꼬투리 하나 잡았다고 사람 가지고 놀 생각인가 본데 그렇게 호락호락 넘어갈 윤주가 아니었다.
“어. 쉽게 생각해. 그럼.”
윤주는 도도한 표정으로 몸을 획 돌려 신부 대기실로 향했다. 윤주는 머리를 한 번 쓸어 넘기며 환하게 웃고 있는 신부에게 다가갔다.
“아~ 정아 씨, 너무 예쁘다.”
정말 예뻤다. 20대여서 그런가 피부도 탱탱하고 차암~ 예뻤다.
“팀장님, 감사해요.”
“그래. 신혼여행 잘 다녀오고.”
“사진 찍고 가실 거죠?”
“미안. 내가 선약이 있어서. 정말 미안.”
“아쉬워요. 식사는 하고 가시죠?”
“미안. 그것도 선약이 있어서.”
정아가 고개를 끄덕이며 알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모든 걸 다 알고 있는 것 같은 표정에 윤주는 긴 숨을 내쉬었다. 이 황금 같은 토요일에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었다. 얼른 집에 가서 라면 끓여 먹고 늘어지게 자야겠다. 그래도 끝까지 미소를 유지하며 윤주는 신부 대기실을 나와 그대로 예식장 입구로 돌진했다. 얼른 이곳을 빠져나가야겠단 생각뿐이었다.
성큼성큼 예식장을 걸어 나오는데 옆에 함께하는 발걸음이 느껴졌다. 신발을 슬쩍 보니 김태경이다. 걸음을 딱- 멈춘 윤주가 인상을 쓰며 뒤를 획 돌아보았다. 그러자 태경도 걸음을 멈췄다. 윤주는 아무 말도 없이 계속 태경을 노려보기만 했다. 태경이 아무 말이 없자 윤주는 다시 발걸음을 재촉했다. 그냥 태경도 집에 가려고 나온 거겠지 생각했는데 태경은 계속 윤주의 뒤를 따라왔다.
차를 가져올걸 그랬다. 주차가 복잡한 곳이라 차를 안 가져온 것이 화근이었다. 그리 멀지도 않은데 이제라도 택시를 탈까, 생각했다.
“차 안 가져왔어? 김 대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