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는 전국적으로 독서모임이 8,499개나 운영되고 있으며, 여기에 소속된 회원 총수는 약 11만 명에 이른다고 한다. 일본의 독서추진운동협의회가 전국 도서관을 대상으로 조사해 작성한 <2008년도 전국독서그룹총람>이라는 자료를 보면 다양한 특성을 지닌 독서모임들이 각 지역별로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어 부럽기조차 하다. 도서관 중심으로 활동하는 공식적인 모임만 이 정도이니 파악되지 않은 훨씬 많은 풀뿌리 독서모임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미 1970년대부터 시작된 5년 주기의 독서모임 조사 자체도 벤치마킹할 만한 것으로 여겨진다.
인기 논픽션 작가인 사노 신이치가 쓴 《누가 책을 죽이는가》(한국판 2002년)에는 도쿄도 쵸후시의 ‘아카데미 아이 (愛)토피아’라는 독서모임이 소개되어 있다. 당시 이미 30년 이상의 역사에 총 인원은 3천 명이나 되는 거대한 조직이 었다. 일반적인 독서모임부터 《논어》, 《신곡》 연구모임에 이르기까지 50개가 넘는 소모임들이 활발하게 운영된다고 한다.
그렇다면 한국에는 어느 정도의 독서모임이 있을까. 전체 규모를 파악하기는 어렵지만 활성화 추세에 있는 것만은 사실인 듯하다. 통상적인 온·오프라인 모임부터 어린이책에 특화된 모임, 경영자 독서모임 등에 이르기까지 알려진 곳들만 해도 그 수가 적지 않다.
지난 5월 말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가 첫 공모해 발표한 독서동아리 30곳 중에는 무려 8대 1이 넘는 경쟁률을 뚫고 초·중·고교 및 직장(국제결혼 이민자 직장), 인터넷 독서동아리 등이 선정되었다. 또 중앙일보가 매달 선정한 좋은 책을 독서모임에 증정하는 사업의 경우 다달이 매달 수십 곳의 북클럽을 선정해 지원한다. 이처럼 우리 주변에는 이미 학교(학생 및 학부모) 또는 직장 단위로 독서모임을 만들어 일정 주기별로 만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최근 발행된 《서른살 직장인, 책읽기를 배우다》에는 그다지 책을 읽지 않던 20대에서 40대 직장인들이 어떤 계기로 독서에 빠지 면서 자연스럽게 인터넷 독서클럽을 운영하게 된 사연들을 소개하고 있다. 바쁠수록 책을 읽으면 오히려 마음에 여유가 생긴다는 ‘역설의 간증’도 흥미롭다.
독서모임의 장점은 정기적인 만남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나중에 읽지 뭐’ 하는 식의 게으른 타성을 극복하 기가 쉽다는 점이다. 또 동일한 책을 읽은 사람들과 다양한 식견을 나누고 토론하면서 사고의 깊이와 넓이를 키울 수있다. 비로소 책읽기가 입체화되고 자기완결성을 지니게 되는 것이다. 고독한 독서가 아니라 함께하는 독서는 독서의 즐거움을 배가시킨다. 각종 스포츠나 취미 모임도 단지 그 행위만이 아니라 참여하는 사람들과의 교감과 인간관계 증진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물론 본말이 전도되어 탈인 경우도 적지 않지만 말이다.
독서 습관 형성과 독서 생활화에 도움을 주는 독서모임을 하기에 제격인 곳은 역시 도서관이다. 대부분의 도서관들이 적극적으로 이런 활동을 지원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장소 제공, 자료 상담 등의 도서관 서비스를 이용하여 기존 독서모임에 참여하거나 새로운 독서모임을 만들고, 부담되지 않을 정도의 주기로 정례적인 모임을 꾸려간다면 ‘지구 생활’의 윤활유가 될 것이다.
백원근 (재단법인 한국출판연구소 책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