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기적의 도서관
책과 함께, 자연 속에서, 이웃과 더불어
일요일날 도서관에 가기로 애들과 벌써부터 약속했다. 약속은 지키라고 있는 것, 그렇게 배웠으니 안 지킬 수 없지. 철석같은 약속을 어겨서야 아빠 체면이 서나. 여하튼 집 가까이에 도서관이 있다는 건 행운도 큰 행운이 아닐까. 특히나 학생이 있는 가정이라면, 더군다나 가족에 딱 맞춤한 곳이라면 더할 나위가 없다.
녀석들, 과학형제가 되려나…
큰애 병찬이는 초등학교 6학년, 작은애 병규는 5학년. 척 보면 얼굴에 형제라고 써 있는데, 연년생이어선지 함께 노는 걸 보면 영락없는 친구 사이다. 아무튼 도서관 가는 걸 마다하지 않는 애들이 신통하기만 하다. 정말이지 다행이고, 애들에게 고마운 마음이다. 아니지, 도서관에 감사할 일인가?
애들이 어릴 땐 주로 책을 대출해 왔다. 애들이 좀 크면서 도서관에 드나들게 했다. 책도 스스로 고르고 도서관 분위기도 익히고 여러 문화 프로그램에도 참여하게 말이다. 무엇보다 스스로 책 읽기의 중요성을 깨닫고 책 읽는 습관이 들도록. 가족끼리는 2주일에 한 번은 오고, 저희들끼리는 1주일에 두 번은 간다.
도서관 나들이는 우리 부부도 꽤 신경 쓰는 일. 부모가 모범을 보여야겠기에 어떻게든 시간을 내고, 도서관에 와서는 책 읽는 모습을 보이려 나름 애쓴다. 아이들과 책 읽는 시간이 참 좋다. 애들 말이 도서관에서 책을 읽으면 집중이 잘된다고 한다. 큰놈이나 작은놈이나 주로 과학동화 같은 과학책을 본다. 녀석들, 둘 다 과학자가 되려나….^^
만화도 좋은 만화는 괜찮아…
아내야말로 제천기적의도서관을 좋아한다. “어릴 적부터 다양한 책을 충분히 읽어야 한다”는 게 아내 생각인데, 제천기적의도서관이 그걸 가능케 해준다는 것. 또 도서관에서 다른 엄마들이 대출해 가는 책들을 참고하는 것도 아이들 독서에 제법 도움이 된단다. 어떻든 난 달갑지도 탐탁지도 않은데, 아내는 애들이 만화 보는 걸 그냥 둔다. 내가 뭐라 할라치면 “좋은 만화는 괜찮다”고 한다.
학습 만화에 대한 믿음이 있다나…. “좋은 만화도 많습니다. 도서관에서는 ‘양서’ 만화만을 선별하려 힘쓰고 있구요. 그런 좋은 만화를 적절히 읽으면 독서 능력을 키우는 데도 도움이 됩니다.”
이번에 처음 인사 나눈 이종권 관장님 말씀을 듣고서 내걱정이 수그러들었다.
“꼬마들이 너무 시끄러워요.” “초등학생 방을 따로 만들어 주세요.” 자식들, 올챙이 적 생각은 못하고, 건의 사항 이랍시고 관장님께 한마디씩 한다. 오랫동안 대학에 몸담 았다는 관장님도 처음엔 이곳의 자유분방함에 적잖이 놀랐다는데, 어린이도서관이야말로 내 집 같이 편안해야 한다는 걸 차츰차츰 깨닫게 됐다고 하신다.
자연과 함께, 이웃과 더불어…
그날 나는 ‘조’가 그렇게 멋들어지게 생겼는지 처음 알았 다. ‘좁쌀’이 열매로 달리는 풀 말이다. 자디잔 좁쌀이 다닥다닥 달린 모습이 뜻밖에 볼만하다. 조, 수수, 목화, 메밀, 고구마, 조롱박, 수세미, 온갖 들꽃… 이렇게 자연을 접하고 배울수 있다는 게 제천기적의도서관을 찾는 또다른 이유다. 이들 꽃과 작물 들을 지역 어르신들이 심고 가꾸신다니, 더더구나 소중 하고 자랑스럽다.
멋지고 고마운 어르신들이 또 계시다. 지난 2004년 제천기적의도서관 첫 번째 동아 리로 탄생한 ‘호랑이담뱃대’ 분들이다. 지금은 모두 스물세 분의 할머니, 할아버지가 도서관을 찾은 아이들에게 옛날이야기를 들려 주신다. 도서관에 전시된 짚풀 공예품도 이어르신들이 만들어주셨고, 아이들에게 짚풀 공예 시연도 해주신다고 한다. 참, 9월 10일~11일 제천 기적의도서관 주관으로 ‘2009 북스타트 전국대회’가 제천 에서 열린다. 관장님 말씀이 북스타트 (BookStart)는 ‘책과 함께 인생을 시작하 자’는 뜻이고, 이번 행사는 쉽게 말해 ‘아 가와 그림책’ 잔치라는데, 많은 손님들이 오셔서 제천시가 떠나갈 듯 신나고 흥겹게 치러지면 좋겠다.
글 / 강부구
방문 가족_ 아빠 강부구(41세), 엄마 정미숙(41세), 형 강병찬 (제천 중앙초등학교 6학년), 동생 강병규 (제천 중앙초등학교 5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