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사서라는 직업에 대해 호감을 갖게 된 계기는 《우라야스 도서관 이야기》라는 책을 만나면서부터이다. ‘신임 도서관장의 도서관 만들기 경험담’이란 부제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에는 도서관을 만드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책은 일본의 수도인 도쿄에서 1시간 거리에 있는 신도시인 우라야스가 새롭게 시립도서관을 만들면서 신임 도서관장인 다케우치 노리요시가 시(市) 차원의 공립도 서관 서비스를 계획하고 실행해가는 과정을 생생하게 그리고 있다. ‘도서관운동연구회’라는 도서관운동을 고민하는 모임에서 책을 번역한 것도 깊은 인상을 주었다.
이 책이 특히 마음에 와닿았던 것은 당시 필자가 살고 있던 신도시의 시립도서관 개관 과정과 너무나 비교가 되었기 때문이다. 우라야 스는 시(市) 승격을 앞두고 시립도서관 본관과 4개의 분관을 만들 계획을 세웠고, 이러한 도서관 건립 계획을 총괄할 도서관장을 직원 층이 두터운 현립도서관에 의뢰하여 10년 경력의 다케우치 관장이 초대관장으로 오게 된 것이다. 다케우치 관장은 우라야스 시의 도서관 서비스에 대한 마스터플랜을 수립하고 직접 뽑은 직원들과 함께 헌신적인 노력을 기울여 오늘날 우라야스 시가 일본에서 도서관 서비스가 탁월한 도시로 자리매김하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하였다. 이에 비해 필자가 살던 신도시에서는 새롭게 시립도서관을 건립하 면서 도서관 관계자들을 참여시키기는커녕 자문조차 구하지 않았고 건물이 완공된 후에야 도서관에 들어갈 수 있게 했다. 시립도서관 장으로 사서직이 아니라 도서관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행정직 공무원이 임명되었고, 이러한 관행은 아직도 지속되고 있다. 이런 얘기가 과거의 전설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오늘날에도 계속되는 현재진행형 이야기라는 점은 안타까움을 넘어 분노를 갖게 한다.
열정을 가진 한 도서관인이 자신의 열정을 불태우며 일할 때 얼마나 많은 변화와 발전을 가져올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우라야스의 사례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자신이 있는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는 도서관 사서를 만나면 참 반갑고 즐겁다. 그리고 분명히 그런 사서가 있는 도서관은 여느 도서관과 다른 것을 발견하게 된다. 그렇지만 너무나 공무원스러운(?) 사서들을 만날 때면 힘이 빠지고 안타까운 생각이 많이 든다.
물론 도서관법에 규정된 인력에 턱없이 부족한 인원, 과도한 근무 시간, 끝없는 이용자들의 요구 등 우리 공공도서관 사서들이 처한 상황을 생각하면 많은 기대를 갖기가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이 정도라도 하는 것이 고맙다는 생각도 든다. 그렇지만 도서관 사서들이 자신의 일에 대한 자부심을 갖고 더 나은 서비스를 이용자들에게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면 좋겠다. 세상의 변화는 마거릿 미드 여사의 말처럼 사려 깊고 헌신적인 사람들의 작은 집단이 일구어내는 것이 아닌가? 자신의 일에 열정을 갖고 실천하는 사서들이 세상을 바꿀수 있으리라 보기에 더 큰 기대를 가져보는 것이다.
‘책 읽는 도시 김해’는 이러한 꿈을 꾸고 열정적으로 추진한 멋진 공무원이 있었기에 오늘날 많은 김해 시민들을 책과 만나게 한 것이 다. 내가 일하는 도시를 ‘책 읽는 도시’로 만들고, 모든 시민들이 아무런 차별 없이 도서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야심찬 꿈을 많은 도서관 사서들이 꾸면 좋겠다. 그런 꿈 한 자락을 키워가며 오늘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즐겁게 하는 게 도서관 사서로서 재미도 있고 보람도 있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