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제부터 ‘도서관’이라 불렀을까?
  • 도서관 발자취
  • 언제부터 ‘도서관’이라 불렀을까?


    圖書館 
     
    도서관은 ‘책’을 뜻하는 도서(圖書)라는 말과 ‘집’을 뜻하는 관(館)이라는 말이 합해져 만들어졌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중국, 일본 등 동북아시아의 나라에서는 모두 ‘圖書 館(도서관)’이라고 쓰는데… 그렇다면, 언제부터 그렇게 사용하게 되었을까?

    흔히, ‘圖書(도서)’라는 말은 《周易(주역)》의 ‘河出圖 洛出書(하출도 낙출서)’라는 표현을 줄여 부르는 것이라 한다. 안춘근의 《옛 책》에서는 이에 대해 대나무 책의 모양을 본떠 만든 ‘책(冊)’은 형태적 표현인데 반하여, 그림과 글을 모두 담고 있다는 의미의 ‘도서(圖書)’는 내용적 표현이라 했다. 하지만, 이는 ‘도서’라는 말의 유래일 뿐 ‘도서관’이라는 이름을 설명해주지는 못한다. 동양에서 도서관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훨씬 후대의 일이다. 
     
    책에서 비롯된 도서관이라는 이름 
     
    독일이나 프랑스 같은 유럽의 나라들에서는 ‘bibliothek(비블리오테크)’, 혹은 ‘biblioteque(비블리오떼끄)’ 등이 도서관을 부르는 말로 쓰인다. 이는 희랍어의 ‘biblos(비 블로스)’ - 복수는 biblion(비블리온) - 에서 비롯된 것이다. ‘papyrus(파피루스)’가 고대에 책의 역할을 했음은 익히 알려진 바다. 그런데, 파피루스의 주된 교역 창구가 ‘Biblos(비블로 스)’ 항구였던 까닭에 비블로스라는 말은 파피루스, 혹은 책을 대체하는 단어이자 동의어로 사용되었다. 여기에 장소적 의미를 담고 있는 ‘테크(-theke)’가 더해지면서 지금과 같은 도서관의 의미를 지니게 되었다. 영어를 사용하는 영국이나 미국 등에서는 도서관을 ‘library(라이브러리)’라 하는데, 라틴어의 ‘liber(리베르)’에서 시작된 말이다. 역시 고대에 책의 역할을 했던 ‘나무껍질(樹皮, 수피)’을 이른다. 여기에 장소적 의미가 더해져 ‘librarius(리브라리우스)’ 등으로 변하였고, 14세기 이후에는 도서관을 의미하는 라이브러리로 발전되었다고 한다.

    동양에서 도서관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게 된 것은 근대에 들어서다. 서양문물이 들어오던 시기에 라이브러 리의 개념이 함께 들어온 것이다. 물론, 그 이전에도 도서관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다만, 서고(書庫), 서적관 (書籍館), 장서각(藏書閣) 등으로 다양하게 불려오던 것이 도서관으로 통일됐다. 일본 메이지(明治) 중기에 영어의 ‘library’를 번역한 일본식 한자어[和製漢語]가 우리나라와 중국에 전해졌다고 알려져 있다. 
     
    도서관의 이름이 도서관이 아니었으면… 
     
    우리나라에서 도서관이라는 이름을 처음으로 사용한 것은 역사에 ‘1906년(광무 10) 서울에 설립하려고 하였던 최초의 공공도서관’이라 기록된 ‘대한도서관’이다. 안타깝게도 실제로는 그 결실을 보지 못했는데, 을사늑약 이후 국권이 피탈되면서 조선총독부에 의해 도서관과 책이 모두 몰수되었던 까닭이다.

    우리에게는 건물에도 인격을 부여하여 고유의 이름을 붙여주던 전통이 있어 왔다. 가령, 각 고을 마다 수령이 집무를 보던 동헌이 있었지만 건물의 이름이 ‘東軒(동헌)’이었던 곳은 없다고 한다. 건물의 기능이 동헌일 뿐 이름이 동헌은 아니기에 별도의 당호(堂號, 건물이름)를 붙여주었다. 백성과 가까이 지내면서 고을을 평안하게 잘 다스리겠다하여 평근당(平近堂), 백성들을 편안하게 하겠다하여 안민헌(安民軒), 도탄에 빠진 백성을 구제하겠다하여 제민헌(濟民軒) 등이다.

    도서관도 마찬가지다. 존경각(尊經閣), 비서각(秘書閣), 규장각(奎章閣), 집옥재(集玉齊) 등 여러 도서관들을 다양한 이름으로 불러왔다. 그래서 가끔은 도서관의 이름이 도서관이 아니었으면, 하고 바란다. 어느 동화의 제목처럼 《마을에서 가장 소중한 곳》이어도 좋고, 어느 도서관의 애칭처럼 ‘지혜의 보물섬’이어도 괜찮을 테다. 우리 도서관들의 이름이 좀 더 다양했으면 하는 바람도 있겠지만, 딴에는 우스꽝스러워 보이는 까닭이기도 하다. 도서관을 단지 ‘도서관’이라 이름 붙이는 것은 사람의 이름을 ‘사람’이라 부르는 것만큼이나 어색하 다. ‘태백도서관’이라고 지명을 붙이지 않느냐고 되물을 수 있겠지만, 역시 크게 다르지는 않다. ‘그 사람 이름이 무엇’이냐고 물었는데, ‘태백 사람’이라고 대답하는 것과 같으니 말이다.

    도서관을 도서관이라 이름 붙여야 함은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고, 형을 형이라 부르지 못하는’ 길동의 상황만큼이나 아이러니하다.

    이학건(자유기고가) 
  • 글쓴날 : [13-07-21 19:01]
    • 관리자 기자[md@mydepot.co.kr]
    • 다른기사보기 관리자 기자의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