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작어린이도서관>
쑥쑥! 아이도 한 뼘, 엄마도 한 뼘
오늘은 일요일, 아이들과 도서관 나들이를 간다. 나들이? 두꺼운 장서들이 빼곡히 채워져 있고, 소곤거림에도 여기저기서 따가운 눈초리를 보낼 듯한 ‘엄격함과 근엄함의 대명 사’가 도서관이거늘, 웬 나들이? 지금 우리가 가는 도서관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어린이 책이 가득하고, 누워서도 책 보고, 온 가족이 함께 도란도란 이야기할 수도 있고, 어른이볼 만한 책들도 다양한 곳. 또 작은 숲이 도서관을 에워싸 여름이면 창 밖으로 초록이 드리우고, 가을이면 흐드러진 단풍까지 즐기며 책을 볼 수 있으니, 이 정도면 나들이라고 해도 부족함이 없지 않을까?
꿈은 많을수록 좋아! 자꾸 바뀌어도 좋아!
나란히 앉아 정신없이 책에 빠진 두 아이를 보고 있으니, 마음이 담뿍 뿌듯해온다. 아이 들은 학교 도서관도 자주 가지만, 어린이 도서관을 더 좋아한다. 책이 더 다양하고, 권수도 많고, 책과 친해질 수 있는 흥미로운 프로그램들을 즐길 수 있으니까. 4학년인 큰애 시원이가 ‘신문이랑 놀아요’라는 신문활용교육과 예술교육을 통합한 프로그램에 참가한 후로 글 쓰는 실력이 쑥 늘어난 듯하다.
다른 프로그램에도 욕심을 내볼까?
큰아이는 피아노 콩쿨에서 대상도 타면서 피아니스트의 꿈을 키워가고 있다. 책을 보며 새롭게 뭔가를 알아갈 때마다 꿈이 바뀌는 바람에 계속 진화 중이지만. 정작 도서관에서는 주로 역사, 과학 책을 손에 드는 걸 보면 어느새 또 새로운 장래 희망이 생겨날지 모른다. 지금 신나게 보는 책이 《중국에서 보물찾기》니 이 책을 계기로 중국에 푹 빠질는지 또 모를 일. 형을 따라 곧잘 책을 읽는, 이제 1학년인 동생 효준이도 마찬가지다. 녀석의 꿈 역시 자꾸 바뀐다.
꿈 하나를 얼른 정해서 계속 파고드는 것이 더 바람직하지 않느냐고? 아니, 그 반대다. 어릴 때 꿈은 바뀔수록 또 많을수록 좋다. 아이들이 책장을 펼칠 때마다 글씨 아래 숨어 있던 꿈들이 폴짝 하고 튀어나온다. 세상의 여러 면, 수많은 길을 보여주며, 이 꿈에서 저 꿈으로 옮겨주는, 그래서 넓은 시야와 함께 자신의 진짜 재능, 소명을 일깨워주는 ‘꿈창고’ 같은 이곳에서, 한걸음씩 천천히 아이들의 꿈이 자라고 또 모양을 잡아간다.
새로 생긴 작은 기쁨… 고맙다, 도서관아
아이들이 도서관 분위기와 책에 더 친숙해졌으면 하는 마음에 열심히 같이 오다 보니 내게도 많은 변화가 생겼다. ‘독서치료모임’ 이라는 이름으로 전문가를 모시고 함께 책을 읽기도 하고, 책에서 나눈 감동이나 교육에 대한 새로운 깨달음을 다른 엄마들과 나누고 싶어 자발적인 독서모임도 계획 중이다.
아이들이 도서관에서 한아름 빌려온 책을 거실 한쪽에 쌓아두고 읽는 모습이 마냥 보기 좋아서, 더 조용하고 독서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고 싶은 마음에 TV도 방으로 옮겼다. 그러면서 나도 자연스레 드라마 보는 시간보다 책을 펼쳐드는 시간이 늘었다.
처음엔 좀 심심한 것 같더니만, 시간이 흐르면서 마음이 차분해 지고 충만해지는 자신과 만난다.
사각사각 책장 넘기는 소리가 들리는 저녁 시간은 새로 생긴 작은 기쁨이다. 10대, 20대 때 책 읽는 즐거움을 모르고 큰 것이 지금 와서 돌아보면 많이 아쉽다. 책을 가까이 한 후 생기 넘치는 하루하루를 보내며, 도서관이 우리 가족에게 준 변화에 고마움을 느낀다.
학습 공간이자 놀이터, 아이들의 ‘꿈창고’
동작어린이도서관의 자랑은 이용자들에 대한 섬세한 배려가 아닐까. 둘째가 아직 갓난애고, 첫째가 제법 말귀를 알아들어 책을 읽어주면 좋을 나이라면, 도서관 1층에 있는 아담하고 예쁜 수유 실에 큰 고마움을 느낄 것 같다.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줄 수 있는 장소를 제공하는 도서관은 많아도 수유실이 있는 곳은 흔치 않은데 말이다. 아이와 도서관에 오고 싶어도 아직 어린 동생이 있다면 난감할 엄마들에게 참으로 맞춤한 장소다.
엄마와 함께 그림책을 보는 유아열람실. 작은 손으로 낑낑대며 플랩북을 열고, 웃고, 이거? 이거? 우와~! ~또, 또! 엄마 품에서 눈을 동그랗게 뜨고 손뼉을 치며 웃는 아기. 그림책은 안중에도 없고 엉금엉금 기어다니며 장난치는 아기. 헤실헤실 웃으며 호랑 이와 코끼리를 ‘밖으로 나와라’라는 듯 손바닥으로 열심히 치대는 아기….
“어린이도서관이라지만 아이들이 너무 어리지 않은가요? 주위에 방해가 되지 않을까요?” 사서에게 물으니, “처음에만 낯설어서 울지, 편안한 분위기에 다들 빨리 적응해요”라는 답이 날아온 다. 연령 제한 없이 두 살 반의 아기부터 중학생까지 놀이 공간과 학습 공간으로 열려 있다고 한다. 둘러보니 도서관의 아이들은 친구 집에 온 것처럼 스스럼이 없다.
마당 한켠에 선 아담한 정자에 걸터앉아 어른어른 지는 해를 바라보다 책에 빠진 아이들을 챙겨 도서관을 나선다. 녀석들은 또어떤 꿈을 새로 찾았을까. 집으로 가는 길, 양손에 잡은 아이들 손을 다시 꼭 쥐어본다.
글 / 나여정
방문 가족 _ 엄마 나여정 (39세), 형 장시원 (서울 보라매초등학교 4학년), 동생 장효준 (서울 보라매초등학교 1학년) 진행 김진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