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적, 난 엄마의 치맛자락을 붙잡고
꿈꾸던 이야기를 말하곤 했다.
늘 내가 하는 이야기를 귀기울여 들어주던 엄마는
아직 글자도 제대로 깨우치지 못한 꼬마 소설가의 첫 독자였고,
첫 비평가였으며 처음으로 본 열혈팬이였다.
하지만 어른이 된 지금, 꼬마 소설가는 사라진지 오래이다.
어렸을 적 길을 걸을 때마다 떠올랐던 무궁무진한 소재들은 진부한 일상이 된지 오래이고,
늘 내 이야기를 귀기울여 주던 엄마 역시
현실 속에 지친 중년의 여인이 되었다.
한 번쯤 그런 생각을 한다.
그토록 많은 이야기보따리들은 어디로 사라져버렸을까?
만약 내가 그 이야기들을 한데 묶어 보관했다면 진짜 소설가가 되진 않았을까?
누군가 생각했던 이야기를 보물상자에 보관하여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작가가 있었으니,
자신만의 특별한 소재를 시간이 지날수록 맛있는 묵은지로 표현한,
독특하면서도 사랑스러운 그녀를 알아보자.
- 망설임 작가님, 어쩌다가 touch taste boy의 소재를 생각하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주인공으로 가상인물을
내세운 게 민효린과 안재현인데요. 어떻게하다가 두 연예인을 해당인물로 두고 쓰셨는지도 궁금합니다.
)
저는 그 동안 생각해두었던 소재들이 많이 있습니다. 길을 걷거나 음악을 듣거나 들으면서 많은 상상들을 하게 되더라고요.
어릴 때부터 좀 공상하는 걸 좋아해서 그런지 몰라도 이런 저런 소재들을 아주 많이 생각해뒀습니다. 그 중 하나가
touch taste, boy랍니다. touch taste, boy는 사실 뼈대만 있고 가지나 잎이 없는 글이었습니다. 제가 요리하는 걸 좋아하다 보니
단순히 요리하는 여자를 주인공을 삼고 싶었고, 또 연상보다는 연하에 더 끌리는 저의 연애 관을 여주인공에게 고스란히
입혀주게 되었죠. 그래서 27세, 요리사, 김재영이라는 여자가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소설 속 김재영은 실제의 저보다 나이는 한 살 어리지만 저랑 비슷한 부분이 좀 많았어요. 글을 쓰면서 그녀가 저 자신이라고
생각하며 글을 썼고, 상대 남자 주인공은 요즘 핫한 스타인 안재현을 세워보고 싶어서 무작정 안재현이라 가상 캐스팅을 세우게
되었죠. 사실 제 이상형과는 조금 거리가 있긴 하지만요^^;; 그리고 여주인공을 민효린으로 가상인물로 내세운 건, 제가 생각한
김재영이라는 이미지와 외모적인 부분이 가장 적합했기 때문이랍니다.
- 소설을 보면 삼각관계가 나오던데 이런 삼각관계를 원래 좋아하시는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또 지금까지의 내용 중에서
원래 있었지만 없앴던 비하인드 스토리 같은 게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로맨스에는 삼각관계는 꽤 흥미롭지 않나요? ^___^* 주인공 두 사람끼리의 뜨거운 사랑이야기만 담아내는 것도 분명 재미있긴
하지만, 글을 쓰다 보면 아무래도 주인공들에게 ‘질투’와 ‘소유’라는 것을 깨우쳐 주고 싶은 약간 악마(?)같은 마음이 스멀스멀
올라온답니다. 로맨스에서 삼각관계는 진부할 수도 있지만, 그만큼 꽤 중요한 역할을 해준다고 생각합니다. touch taste boy의
삼각관계는 좀 옅은 느낌이었지만요..... 사실 더 강한 삼각관계를 좋아하는 취향이랍니다. 저는 소설 소재를 생각할 때, 메모장에
글로 표현해낼 시기 뿐 아니라 그 훨씬 이 전의 과거와 완결이 난 후의 머나먼 미래 부분까지 상상을 해보는 편입니다. 엄청
재미있거든요^^;;
아무래도 비하인드 스토리라면 그 부분이 아닐까 합니다. 연재 부분에는 쓰지 않고, 제 머릿속에만 있는 주인공들의 과거와 머나먼
미래부분들이요! 실제로 현민이와 재영이의 과거도 엄청나게 많이 상상해봤답니다. 그 부분을 연재하는 동안 조금 보여드렸지만,
그건 빙산의 일각일 뿐이라죠! 아, 그리고 비하인드 스토리가 하나 더 있습니다! 그건 바로 현민이와 재영이의 베드신은 제가
상상하고 쓰고 싶었던 것에 비해 수위를 많이 낮췄다는 것입니다. 로맨스 소설은 아름다워야 하니까요^^;;
- 본인의 작품이 재미있어야 독자분들한테 소개할 때도 당당함이 있어야 한다고 말하더군요. 작가님은 Touch taste,
Boy가 재미있다고 생각하시나요? 그렇다면 작가로서 독자들에게 듣고싶은 평가가 있으신가요?
저는 제가 상상하는 소재는 다 재미있다고 생각해요. 개인적으로 제가 흥미로워하는 소재들만 생각하게 되니까요. 그러나 문제는
그 상상 속 소재를 글로 옮기면서부터 일어난답니다. 제가 생각하는 대로 글로 써지느냐, 안 써지느냐에 따라 제 마음가짐이
달라지거든요. 저는 제가 쓴 글을 수십 번은 읽어봅니다. 질문 해주신 대로 제가 재미있다고 느껴야 당당해질 수 있거든요.
제가 읽으면서도 부끄럽거나 창피하다고 느껴버리면 그 글은 절대로 공개할 수가 없더라고요. Touch taste, Boy는 16편까지는
제 생각대로 잘 써졌습니다. 17편 이후부터는 사실 제 생각대로 잘 안 써져 계속 썼다가 지우기를 반복했었어요. 아무리 수정해도
맘에 들지 않더라고요. 저는 그러면 맘에 들 때까지 생각하고 쓰기를 주구장창 반복합니다. 그래도 최종적으로는 괜찮다고
생각해서 업로드를 하게 됐지요.
사실 평가는 어떤 것도 환영합니다. 무플이 가장 무서운 거 아닌가요? 재미있다는 한 마디만으로도 힘이 나더라고요. 그리고
혹시라도 부족한 점이 있다면 그 부분을 짚어주시는 것이 좋습니다. 채찍질이 되니까요.저는 제 글에 달린 댓글은 다 읽어봅니다.
간혹 부족한 점이나 제가 놓진 부분을 짚어주시는 독자님들이 계세요. 그러면 저는 그 댓글은 몇 번이고 계속 읽어봅니다.
그렇게 제가 놓진 부분을 알려주시면 너무 고맙더라고요. 제가 성장하는데 분명 도움이 될 거라 믿습니다.
- 베드신을 연출하실 때, 어디서 영감을 받으시는지 궁금해요.
부끄럽지만, 그 분야(?) 쪽으로는 제 상상력이 꽤 발달되어있는 편입니다. 히히^___^* 일단 베드신을 쓰기 전에 어떤 식으로 연출을
할지 상상을 해봅니다. 그리고 그 상상에 저의 개인적인 판타지를 혼합합니다. 그리고 메모장을 켜고 고스란히 글로 옮깁니다.
저는 베드신은 좀 쉽고 간단하게 쓰는 편이랍니다. 대신 써놓으면 너무 야해져 버려서 수위 조절을 아주 많이 해버리는 편이라죠^^;;
- 정말 문체가 깔끔하시고, 인물의 감정선 표현이 정말 감탄을 내두를 정도이시더라구요. 극중 현민이 작곡가였잖아요.
현민이가 작곡한 노래가 필이 충만하던데, 인물의 감정표현 또는 묘사를 위해 노래를 들으시면서 집필 하시나요?
만약 그러시다면 어떤 장르를 들으시며, 곡 몇 개만 말씀해주세요.
문체나 감정선 표현 같은 경우는 중학생 때부터 계속 다듬어왔답니다. 어떤 문체를 써야 가독성이 좋은지 계속 고민을 해왔었거든요.
그리고 저는 글을 읽으시는 분들이 제가 상상한 부분을 고스란히 상상할 수 있기를 바라기 때문에 감정선 표현을 자세하게 하는
편이에요. 글을 읽으면서 바로 눈 앞에서 일어나는 일처럼 전달하고 싶다는 욕심이 있거든요. 현민이가 작곡한 노래부분은 순수하게
제가 창작한 부분입니다. 쓰면서 유치하게 보일까 봐 얼마나 조마조마했었는지 몰라요. 그 이외에 제가 글을 쓸 때는 항상 노래를
들으면서 씁니다. 듣는 노래가 굉장히 많지만, 몇 곡만 소개해드릴게요.
Priscilla Ahn - I Don`t Have Time To Be In Love
Birdy - Skinny Love
차가운 체리 - 너와 난 무슨 사이였을까
샤이니 - To you heart , nightmare
정준일 - 안아줘
F(X) ? 아이 , goodbye summer
에픽하이 - let it rain , 우산 등등
- 소설을 쓸 때 어떤 점이 가장 고민되세요?
첫 번째는 일단 글의 소재가 재미있고 흥미로운지가 가장 고민됩니다. 그 다음은 글이 내가 원하던 방향으로 표현되도록 신경써요.
- 소설을 진행하는데 있어 슬럼프가 온 적이 있는가요? 댓글이 줄어들면 아무래도 속상한 마음이 없지 않아 있던데,
그때 해결방법이 궁금합니다.
다행히도 아직은 슬럼프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때때로 제가 원하는 대로 글이 써지지 않을 때가 있곤 하는데요, 그럴 때는 다시
한 번 생각을 정리하고 어떤 에피소드를 풀어낼지 진지하게 고민해봅니다. 그리고 다시 천천히 키보드를 두드리며 제가 원하는
방향대로 소설을 쓰기 위해 노력한답니다. 그러나 그 과정이 저는 무척이나 즐겁답니다. 인소닷에 글을 올리는 건 처음이었기
때문에 욕심은 크게 없었습니다. 소수라도 제 글을 봐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기뻤거든요. 아직도 댓글에는 연연하지
않습니다. 그래도 매번 댓글을 남겨주시는 분들에게는 감사하고, 또 그런 분들은 기억에 남더라고요.
- 지금까지 딱히 슬럼프 없이 이야기를 쭉 진행하신 거 같은데 혹시나 생각이 나지 않거나 생각이 났던 이야기가 잘
풀리지 않을 때는 어떻게 해결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슬럼프는 없었어요! 생각이 나지 않거나 생각났던 이야기가 잘 풀리지 않을 때는 종종 있답니다. 그럴 때는 제가 설정해두었던
에피소드를 다시 한 번 찾아봅니다. 저는 글을 쓰기 전에 줄거리를 완결까지 잡아두고 시작한답니다. 구도를 잡고 인물들의
성격이나 말투 같은 것도 정해둡니다. 그리고 에피소드들도 큼지막하게 설정해둡니다. 그래서 완결까지 소설을 써가는 것이
크게 힘든 점은 없습니다. 미리 다 정해두고 시작하기 때문이죠. 물론 쓰다가 즉흥적으로 이런 에피소드도 넣으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하면 넣기도 한답니다. 미리 설정해 둔 에피소드를 찾아 읽으면서 다시 한 번 머릿속에 상상해봅니다. 저는 상상하는 걸
참 좋아합니다. 그렇게 상상하면서 다시 틀을 잡아두고 본격적으로 글을 써내려 갑니다. 결과물이 제 마음에 들 때까지 계속해서
썼다가 지우기를 반복하면서 말이죠^^ 그 과정이 재미있어요!!
- 글을 보니까 감정묘사나 표현력이 정말 뛰어나셔서 참 놀라웠는데, 따로 문예창작과 같은 전공을 하셨는지,
아니시라면 어떤 직업을 가지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저는 문과 쪽에 전혀 관련이 없는 사람이랍니다. 고등학교는 이공계였고요, 대학에서도 식품에 관련된 공부를 했습니다. 그래서
문예창작과를 나온 분들보다 떨어지는 부분이 분명히 있을 겁니다. 그래서 책을 많이 읽습니다. 저는 좀 특이할 수도 있지만,
책을 읽으면서 줄거리는 크게 신경 쓰며 읽지 않아요. 작가 문체가 어떤지, 감정 묘사를 어떻게 하는지, 어떤 단어를 주로
쓰고 있는지, 그리고 어떤 가치관으로 글을 쓰는지를 중점적으로 본답니다.
본업은 영양사입니다. 그리고 컴퓨터 관련 마케팅 분야에서 프리랜서 일도 하고 있어요.
- 대체적으로 글을 쓰실 때 어디서 소재를 얻으시는가요?
저는 드라마, 영화를 보거나 소설책을 읽으면서 소재를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드라마, 영화, 소설책에서는 인물들의 캐릭터나
관계성만 자세히 봅니다. 소재는 사실 어디서 영감을 받는다기보다는 아무 때나 돌발적으로 떠올라요. 어떤 때에는 전혀 아무
생각 없이 살다가 갑자기 우후죽순처럼 떠오를 때가 있거든요. 소재가 하나만 생각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가 한꺼번에
머릿속에서 튀어나옵니다. 그렇게 무언가가 분출될 때는 반드시 상상하면서 정리를 해야 해요. 그리고 잊어버리지 않도록
어디에든 써 놓아야 합니다. 근처에 노트북이 있다면 노트북을 켜서 상상한 소재를 정리합니다. 노트북이 없다면 핸드폰을
이용하기도 해요. 일단 간단히 어떤 소재를 쓸 건지 써놓은 뒤 연습장과 볼펜을 찾습니다. 그리고 연습장에 인물에 대한
자세한 설정과 성격, 말투 같은 것들을 정하고, 그 뒤에는 인물 관계도를 볼펜으로 그립니다. 이런 건 직접 볼펜으로 적고
싶더라고요. 인물설정과 관계도를 자세히 정한 뒤에는 다시 노트북을 켜서 깔끔하게 정리하고, 줄거리를 잡고, 에피소드를 잡고,
결말을 정해둔 뒤 본격적으로 1편을 쓰기 시작해요.
- 앞으로 쓰고 싶은 글은 어떤건가요?
제 노트북에는 아직 공개하지 못한 소재들이 묵은지처럼 묵혀져가고 있어요. 그 것들 중에 흥미로울만한 소재들을 하나씩
공개하고 싶습니다. 그 묵은지가 맛있을지, 아니면 너무 삭아버려서 입맛을 버리게 될지는 저도 잘 모르겠어요. 그래도
최대한 맛깔나게 써보고 싶은 게 제 욕심입니다. 장르는 대부분 로맨스에요. 저는 어릴 때부터 감수성이 풍부한 편이었거든요.
가슴 속 안에 잠재되어있는 감정들이 아주 많아요. 그 감정들을 겉으로 표출해낼 계기가 많지 않았어요. 그 많은 감정들을
표현할 수 있는 건 아무리 찾아봐도 글뿐이더군요.
앞으로 제 안에 있는 감정들을 소설로 모두 다 표출해버릴 때까지 다양한 글들을 써보고 싶어요.
- 이번작품을 통해서 인소닷의 많은 회원분들이 작가님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 글이 스스로에게 어떤 성장을 가져다
주었다고 생각하시나요?
저는 공개되지 않았던 제 개인 홈페이지 안에서만 글을 써왔습니다. 그 공간은 아는 사람만 들어와 가입을 하고 난 뒤에만 글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이었고, 회원은 소규모로만 받았었습니다. (현재는 홈페이지를 닫은 상태라 없어요.) 그러나 그 것만으로는
무언가가 부족했습니다. 제가 표현하고 싶은 감정과 이야기는 무궁무진한데, 그 보따리를 풀어낼 곳이 없었어요. 그러다가
우연히 인소닷에 들어오게 되었고, 가벼운 마음으로 올린 글로 새로운 것들을 경험하게 되었답니다. 굉장히 신기하고 기뻐요.
저는 주로 아련하고 나른한 소설 혹은 우울한 소설만 써왔거든요. Touch taste, Boy는 제가 생각해 둔 소재나 써온 글들 중에서
아마 가장 밝고 달달한 소재의 글일 거예요. Touch taste, Boy를 쓰고 나서 스스로도 달달한 글을 쓸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이 점을 계기로 앞으로 달달한 로맨스를 더 많이 써보고 싶어졌어요. 저 혼자만 만족하는 글이 아닌, 읽어주시는 분들도 공감하고 함께 소통할 수 있는 소설을 소재가 닳을 때까지 오래도록 써보고 싶은 욕심도 생겼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