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때, 남들보다 조금 늦긴했지만 자전거를 샀다.
두 개의 바퀴에 몸을 싣기 위해선 수많은 노력이 필요했고
아버지의 손을 떼고 처음 길을 나섰을 땐
'내가 해냈다'라는 쾌감만이 온몸을 장식했다.
두개의 바퀴 달린 기계만 있으면
내가 가고 싶은 곳은 어디든 갈 수 있다 생각했고
이것만 있으면 난 천하무적이었다.
하지만 스무살이 된 어느 날,
자전거로 갈 수 있는 길을 색다르게 가고 싶었다.
자전거를 배울 때처럼 수많은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도전하고 싶다는 생각 아래 운전면허 학원에 등록했다.
새로운 것을 배우는데엔 피나는 노력이 필요했지만
두 달의 시간이 지난 어느 날. 난 '내가 해냈다'라는 기쁨을 느끼며
같은 길을 다른 수단으로 가게 되었다.
헌데, 하나를 터득했다고 해서 거기에 만족하지 않고 또 다른 도전을 하는 사람이 여기 또 있다.
'현대 로맨스' 소설이라는 장르를 터득해지만 거기서 만족하지 않고
'궁중 사극 로맨스'라는 새로운 장르에 도전하는 작가 '먹물'.
현실에 만족하지 않고 새로움을 찾아 떠나는 그녀에 대해 알아보자.
- 작가님 먹물 이라고 지으신 대화명이 독특 하십니다. 먹물 이라고 지으신 이유가 궁금 합니다.
작가님들은 흔히 앞에 성을 붙인 oo작가, 혹은 별명을 접목시킨 필명을 사용하시곤 하시는데, 전 스스로를 작가라고 부르기에
너무 쑥스러웠답니다. 그래서 생각해 낸 필명이 ‘먹물’입니다. 먹물이라는 뜻이 사전적으로는 벼루에 먹을 갈아 만든 물이지만,
문학적으로는 지식인을 낮잡아 부르는 표현으로 사용되기도 합니다. 거만하지 않고 항상 최선을 다해 글을 쓰겠다는
나름대로의 의미를 부여하여 필명으로 정하게 되었습니다^^
- 처음 어떻게 하다가 로맨스에서 사극 로맨스 소설을 쓰게 되셨고, 궁중스캔들을 쓰시면서 힘드셨던 점은 어떤건가요?
사실 저는 사극에 관해 문외한이었는데 근래 몇 년 사이 사극열풍이 불면서 다양한 웹 소설 등을 접하면서 사극만이 가진 독특한
매력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정점은 최근 인기리에 종영됐던 드라마였던 것 같아요.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매끄럽게 진행되는
이야기가 너무 재밌고 매력 있는 거예요. 드라마를 보며 나도 저런 작품을 글로 옮겨보고 싶다, 라고 생각을 했었는데,
그러려면 우선 역사지식을 알아야 했습니다. 제가 쓰고 싶은 작품도 쓰고 쓸 수 있는 작품의 영역을 늘려보고자 사극집필을
위한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 사극이라는 장르가 자칫하면 다른 작품과 비슷하게 흘러갈 수 있는 장르인데, 어디서 소재와 제목을 생각해내셨는지가
궁금합니다.
궁중스캔들의 로고라인은 뒤바뀐 대군부인이 입궁하며 벌어지는 이야기인데, 이 작품의 시놉시스는 원래 다른 극에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구상해놓았던 작품은 원래 ‘뒤바뀐 운명을 사는 남자 이야기’로 사극이 아닌 현대극이었는데, 이게 과거시대로
넘어가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과거시대, 특히 궁중이라면 더 매력적이고 많은 소재들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겁 없이 뛰어들게 되었습니다.
- 첫 사극이라고 말씀하셨는데, 그리고 먹물님표의 사극은 어떤 중점으로 봐야 더 재미있는지 알려주셨으면 합니다.
저는 한 가지 사건을 길고 맛깔나게 표현하는 데 재주를 가진 작가가 아닙니다. 그래서 큰 사건들이 얽히는 과정이 최대한
자연스럽고 재밌게 다루려고 노력 하는 편인데, 물론 그 마저도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것을 압니다.(ㅜㅜ) 제 작품은 제가
그나마 노력을 기울이는 사건과 대사에 중점을 두고 상상해서 읽으시면 그나마 좀 더 재미있게 읽으실 수 있지 않을까요?
- 대개 작가님들께서 소설을 연재하는데 있어서 중점으로 생각하는 부분이 있으실텐데요. 이 부분이 뭔가요?
제가 소설을 쓰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소설의 흐름과 대사입니다. 제가 ‘독자로 하여금 얼마나 잘 빨려
들어가게끔 글을 썼느냐’와 ‘대사가 얼마나 재밌고 가독성 있느냐’, 하는 두 가지를 늘 염두에 두고 글을 쓰려고 노력합니다.
이건 제가 독자가 되었을 때 좋아하는 작품 취향이 그렇습니다. 물론 필력은 기본적인 건데, 요새는 필력에 치중하기보다는
얼마나 간결하고도 와 닿게 그 장면을 묘사했는가에 중점을 기합니다.
- 먹물님이 쓰는 소설에서 나오는 두 커플 중에 임금과 중전은 누구라고 생각하세요? 두 커플(락, 설씨 & 결, 소희)를
제외하고 마음에 드는 인물은 누군가요?
두 커플 중 현재 임금과 중전은 없고 굳이 따지자면 임금과 중전 후보인 왕세자 이락과 세자빈 미주가 있을 뿐이죠.
물론 소설인 만큼 그 과정이 쉽지는 않을 것입니다. 최후에 왕좌에 오르는 사람이 바뀔 수도 있겠죠? 스포는 여기까지
- 아, 작가님은 시놉시스 구성하실 때 각 회마다 시놉시스를 구성하시나요? 각회마다 하시는 작가님들도 계시고
안 그런 분도 계시더라구요. 시놉시스 과정은 어떤 식으로 하는 게 좋나요? 개인의 취향이겠지만 수차례 해봤지만
잘 안 되더라구요.
처음 습작을 할 땐 대략의 등장인물과 내용을 간략하게 작성하고 염두에 두고 바로 소설을 썼어요. 대신 등장인물 캐릭터를
구체적으로 쓰는 편이었죠. 생김새에서부터 성격, 버릇, 트라우마까지요. 캐릭터를 따라가다 보면 상황이 연출 되고 극이
쌓여가는 방식이었죠. 근데 이 작업의 단점은 내용의 체계성이 떨어진다는 거였어요. 독자들과 출판업자들이 좀 더 완벽한
구성을 원했어요. 최근 작품부터는 시퀀스 별로 최대한 구체적으로 짜고 있어요. 장편소설 한 권이라고 쳤을 때 트리트먼트가
대략 20장정도 나올 정도로요. 트리트먼트에 공을 들이다 보니, 전보단 조금 더 개연성이 잡히는 걸 느꼈어요.
- 먹물 작가님은 조회수와 댓글에 연연하지 않으시고 꾸준히 성실연재를 해주시던데, 그러기 힘드실텐데 작가님께서
글을 쓰는 원동력이 궁금합니다
연연하지 않는 것처럼 굴 뿐, 저도 사람인지라 속으론 연연합니다. (하하하) 하지만 소설의 인기가 없다고 해서 연재를
중단한다면 제 작품을 봐주시는 독자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때문에 소수의 독자님들이 찾아주시더라도
최대한 책임감 있게 집필하는 편입니다. 반응에 급급해 소설을 쓰기보다는, 다른 인기작가 분들의 작품들을 찾아서
읽어보기도 하며 연구를 하는 편이 작가 본인에게도 훨씬 도움 되는 것 같습니다.
- 슬럼프가 오셨을 때 어떻게 극복하셨나요?
저는 주로 소재 고갈이나 구성문제 때문에 슬럼프가 닥치는 경우가 많은데, 그래서 극복하기 위해 몇 주 동안 아무 것도 안하고
그저 책만 읽거나 드라마 1화부터 16화까지 다시보기를 하는 일명 정주행을 하거나, 제가 쓰는 소재와 비슷한 소재를 다룬
영화도 찾아봅니다. 그 안에서 의외의 소재를 찾는 경우가 많아요. 특히 저와 비슷한 장르를 쓰는 작가님들의 책을
정주행한다든가, 관심 있는 분야를 다루는 드라마를 한꺼번에 몰아서 보면 뭔가 다시 쓰고 싶은 생각이 들어 노트북 앞에
앉게 되고 다시 글을 쓰게 되죠.
- 먹물님께서 재밌게 읽은 인소닷 작품에는 어떤것들이 있나요?
지금 연재 중인 작가님들을 말씀드리면 더 좋을 텐데 아쉽네요. 몇 년 전 작품인데 프레이야 작가님이 쓰신 ‘도도한 유혹’이라는
작품입니다. 인기도 폭발적이었지만 대사라든지 캐릭터를 상당히 잘 구축하셔서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쑤돌 작가님의 ‘너는 나의 로맨티스트’, 형광등 작가님의 ‘꿀’, 월광 작가님의 ‘다정한 친구’도 예전에 재밌게 읽었던 기억 납니다.
조만간 연재 중인 작가님들 작품도 차근차근 읽어볼게요.
- 앞으로 쓰신 글은 어떤 글인가요?
달달한 로맨틱코미디를 다시 도전해보고 싶습니다. 좋은 소재가 있다면 언제든지 써보고 싶은 장르가 로맨틱코미디입니다.
특히 연예인 소재의 이야기를 좋아하는 편이어서 구상해 둔 소재가 있는데 실제 집필에 들어갈진 아직 잘 모르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