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얼마나 많은 로맨스 소설들이 나오는지 가늠하기도 힘든 요즘,
톡 쏘는 사이다처럼 독특하다면 독특하다고 볼 수 있는
작가 한 명이 인소닷 회원들의 시선을 사로 잡고 있다.
'내 손에 나비'
봄소풍 때 손 안에 있는 나비가 신기해 이름을 붙였던 그녀는
닉네임부터 시작해 궁금증을 유발하게끔 만드는 작가였다.
하지만 그녀는 이런 독자들의 궁금증을 묵인하지 않고,
처음 글을 연재한 그때부터 차근차근 꾸준하게 소설을 이어가며
이젠 독자들의 궁금증을 느낌표로 바꿔나가고 있다.
길에서 보는 단순한 '구두'에서 소설의 맥락을 구성하고,
새로운 소재를 찾아 늘 생각의 꼬리를 이어나가는 그녀.
작가 '내손에 나비'에 대해 알아보자.
- 작가님의 닉네임이 특이한 것 같습니다. 어쩌다가 그런 필명을 짓게 되셨나요?
고등학교 때 동아리 활동을 했어요. 생물반 활동이었는데 그때 곤충채집을 다녔었어요. 많은 곤충들 중에서도 나비를 채집했는데
어렸을 때 잠자리를 채집하는 것과는 다르게 나비채집이 정말 신이 나고 재미있는 거예요. 한참 채집한 후엔 나비를 도로
풀어주는데 잡은 나비를 손바닥 위에 올려놓으면 나비가 처음엔 움츠리다가 날개를 활짝 피고 날아가요. 제가 지금까지 다녀본
봄 소풍 중에 제일 재미있고 기억에 남는 봄 소풍이에요. 그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게 남아있어서 별명을 지을 때 ‘내손에나비’라고
짓게 된 거예요.
- 내손에 나비 작가님, 어떻게 하시다가 인소닷에서 연재를 시작하시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제가 초등학생 때 인소닷 카페가 생겼는데 처음 가입했을 당시엔 감히 소설등록은 도전하지 못했어요. 어렸을 적부터 소설쓰기를
좋아했는데 누군가에게 내 글을 보여준다는 것이 그때는 정말 부끄러웠거든요. 그래서 당시에는 공책에 소설을 쓰고, 그 공책을
친구들에게 보여줬어요. 피드백을 받고 조언을 구하고……. 그러다 인소닷 카페에 글을 한 번 올려보자 결심을 하게 됐어요.
친구들에게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에게 내가 쓴 글을 한 번 보여주자! 그게 아마 중학교 때일 거예요. 당시의 글은 정말이지
창피해서 지금은 삭제한 상태지만요. 그렇게 처음 연재를 시작하게 됐고, 제 글을 읽어주시는 독자님들과 제 글에 대해서
소통하면서 쭉 연재를 이어온 것이 이렇게 오랜 시간이 흘렀네요.
- 작가님은 글을 쓰시게 된 계기와 글 소재나 영감은 어떻게 얻으시는지 넘 궁금합니다.
글을 쓰게 된 계기가 특별하진 않아요. 처음 공책을 꺼내 글을 썼을 땐 저와 친구들을 주인공으로 삼고 글을 썼어요. 그저 어린
소녀의 놀이에 불과했죠. 그러다 주인공이 상상의 인물로 바뀌면서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어요. 작은 세상이었지만, 제가
새로운 세상을 만드는 것이 좋았어요. 소재나 영감을 얻기 위해 따로 노력하는 것은 없어요. 그에 반해 평소 기록을 많이 하는
편이기는 하는데요. 예를 들어, 횡단보도를 건너다 파란색 구두를 신은 한 여자를 봤다면 제가 느끼기에 파란색 구두가 특이하니
그것을 그대로 노트에 적어요.
그리고 상상을 하는 거죠. 저 여잔 파란색 구두를 신고 어디를 갈까? 파란 구두는 누구에게 선물 받은 것일까? 이렇게 상상을
하다보면 어느새 하나의 소재를 얻게 된 것이고 그것에서 가지가 뻗어나가 또 다른 소재를 만들고 결국에는 하나의 이야기가
되는 거예요. 또는 노래를 듣고 좋은 가사가 있으면 적어놓곤 해요. 친구들이 하는 이야기도 기억에 남으면 적거나…….
저는 이런 방법으로 소재와 영감을 얻어요.
- 소재를 가지고 소설을 쓰실 때 내용을 다 정해놓고 쓰시나요? 아니면 한편 한편 따로 정리해서 쓰시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흔희 말하는 소설의 5단계로 나눠서 하기도 하는지 궁금합니다.
정말 처음 글을 쓰기 시작할 때는 결말을 정해놓고 시작을 해요. 그런데 글을 쓰다보면 점점 구상이 바뀌게 돼요. 이렇게 해야지
생각했는데, 사람의 생각과 마음이 수시로 변하듯이 글을 쓰다가도 생각이 바뀌게 되거든요. 그래도 어느 정도 틀은 구성해둬요.
요거트님께서 말씀하신대로 흔히 말하는 소설의 5단계를 나눠서, 전개 단계에선 남녀주인공이 우연히 만나고 발단에선
티격태격 싸우고 등등 전체적인 구상을 해두고 글을 쓰면서 세심하게 글을 써나가죠. 지금 연재하고 있는 보통의 반란 같은
경우로 말씀을 드리자면요,
‘상우 대사, 어째 이렇게 무둑뚝한지. 나한테 홀대하는 사람 니가 처음이야.’‘
카페에 찾아간 연. 그곳에서의 에피소드’이렇게요. 대사를 아예 적어놓기도 하거나 장소를 던져두곤 해요.
- 보통의 반란 첫 화보고 작가님께 완전히 반해버렸습니다. 보통의 반란이라고 제목을 지으신 이유와 어쩌다가
보통의 반란 소재가 떠오르시게 되었는지 정말 궁금합니다!
보통의 반란을 쓰기 시작했을 당시엔 제가 취업 고민에 심각할 당시였어요. 물론, 지금도 여전히 취업 고민은 심각하지만요.
취업을 위해 이력서를 쓰고 면접을 보는데, 주변을 살펴보니 저는 정말 보통의 사람인 거예요. 학력도 누구쯤, 자격증도 누구쯤,
쯤쯤쯤……. 그런데 사실 현실의 세상은 보통은 살아남기 힘든 각박한 곳이잖아요. 보통이 아닌 특별한 사람만이 우뚝 설 수 있는.
그런 생각이 들고나니 갑자기 막 우울해지고 울적해지더라고요. 그러다 반란을 일으키자, 나도 할 수 있다! 이런 마음가짐을
갖게 됐어요. 그렇게 또 소재가 불쑥 떠올라서 그래, 보통 여자의 이야기를 써보자! 한 거죠. 자신의 인생에서도 주연이지 못한
보통 여자 주연의 반란을 통해 사람들에게도 힘을 주자고 나름 열심히 기획했어요!
- 그동안 쓰신 작품들이 특이하고 다양한 소재의 사랑 내용을 다루셨는데 그런 글을 쓰게 된 동기랄까요?
그런게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또 모든 작품이 그렇겠지만 특히 공감가거나 애착이 더 가는 작품은 무엇인지도
궁금하네요.
전에 <이혼남녀> 후기 때도 말씀을 드렸지만, 제 작품 중 가장 애정이 가는 작품은 이혼남녀에요. 사실 지금 연재하고 있는
보통의 반란이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인데, 현재 연재작을 제외하자면요. 이혼남녀는 제 이야기를 담은 글이었거든요.
당연히 전 아직 학생이고 이혼녀가 아니지만, 이혼남녀를 구상했을 당시에 만났던 사람과의 이야기 쓰길 결심하고 그 사람과의
미래 이야기를 상상해서 쓴 글이에요. 그래서 이혼남녀의 에피소드와 대사들은 실제 제 에피소드고 대사기도 하죠. 만약
제 친구들이 이혼남녀를 읽는다면 무슨 이야긴지 알지도 몰라요. 심지어는 주인공의 친구들 이름이 본인들과 같아서 당황할지도
몰라요.
- 작가님께서는 슬럼프가 오신 적이 있으신가요? 있으시다면 어떻게 극복하셨는지 알고싶어요
할머니가 편찮으신 시점부터 돌아가신 때까지 글을 손에 잡지 못했어요. 내내 할머니의 곁을 지켜드린 것은 아니었지만 글에
집중이 되지 않더라고요. 늘 건강하셨던 할머니를 뵙다가 많이 약해지신 모습을 뵈니 정말 사람 마음이 한 순간에 무너지는 것만
같았어요. 그때 악몽도 많이 꿨던 것 같아요. 이런 저런 생각도 많이 들어서 정말이지 손에 글이 잡히지 않았어요.슬럼프 극복은
할머니를 보내드릴 때 신기하게 마음이 편안해졌어요. 쭉 불안하고 힘겨운 마음이었는데 이상하게도 슬프지만 마음이 편안해졌어요. 그리고 서서히 괜찮아지기 시작했어요. 한편으론 더 열심히 지내서 할머니께 더 멋있는 모습 보여드리자란 생각도 했고요.
- 소설을 쓰는데 있어서 소재나 이야기의 흐름 등, 각 작가님들마다 중요시 여기는 스타일이 하나씩 있다고 생각합니다.
작가님께서는 어떤 것을 중점으로 소설을 연재하시나요?
전 공감이 되는 글을 쓰고 싶어요. 주인공의 마음, 상황, 행동, 이야기의 전개 등 모든 것이 글을 읽는 독자로 하여금 고개가
끄덕여지는, 그럴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도록 만드는 것이 작가의 능력이라고 생각해요. 아직 저는 많이 부족하지만요.
그래서 늘 글을 쓸 때마다 독자님들을 설득할 수 있도록 노력해요. 제가 썼던 글 중 <이혼남녀>의 남자주인공 ‘임휘준’의
이야기를 전하면서 독자님들을 공감시키는 것이 가장 어려웠는데, 휘준이는 전형적인 나쁜 남자에요.
그런데 제가 글을 쓰는 사람이기도 했지만 글을 쓰면서 휘준이의 이야기를 쓰다 보니 저는 휘준이의 입장이 이해가 되는 거예요.
아, 휘준이가 그럴 수 있겠구나……. 이렇게 이해가 되니 어느새 휘준이가 밉지 않더라고요. 제가 휘준이를 공감했듯이 글로서
독자님들에게도 휘준이를 이해할 수 있는 공감을 드리는 것이 제 목표 중 하나였어요. <보통의 반란> 남자주인공 태주도
마찬가지예요. 태주가 못된 남자지만, 태주의 입장도 공감할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하고 있어요. 말이 길어졌는데,
그러니까 제가 글을 쓸 때 가장 중점으로 두는 것은 바로 공감능력이에요.
- 작가님께서는 <악마의 계약>, <바람, 금단의 끝>, <이혼남녀>, <스타의 연인>등 다양한 작품을 써주셨는데요.
이렇게 소설을 쓰던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는 캐릭터가 있다면 어떤 캐릭터 이고, 왜 그런가요?
<스타의 연인> 두 주인공이에요. 남자주인공 ‘강노영’, 여자주인공 ‘송진영’. 제가 실제로 가장 좋아하는 배우가 배우 ‘강동원’인데
강노영도 강동원을 모티브로 해서 그린 캐릭터였거든요. 여자주인공 ‘송진영’은 어렸을 적부터 드라마작가를 꿈꿔왔던 저를
상상으로 그린 캐릭터였고요. (부끄럽지만) 그래서 가장 기억에 남는 캐릭터가 됐어요. 제가 스타의 연인 쓰기 전에 시크릿 책을 읽
었는데, 책에서 상상하면 상상하는 대로 이루어진다고 하는 거예요. 구상했을 당시엔 저 정말 순수했거든요. 그대로 믿고 상상을
하고 글을 쓴 것이 스타의 연인이에요. 지금 생각하면 웃기지만, 스타의 연인을 쓰면서는 정말 톱스타의 연인이라면 어땠을까
하는 상상 몇 십 번이고 했어요. 어떻게든 진영이의 마음을 써야했으니까요.
- <보통의 반란> 이후 쓰고 싶은 차기작은 어떤 내용인지 말씀해주실 수 있으신가요?
3화까지 쓰고 잠시 접어둔 글인데, 각각 상처 받은 두 남녀가 만나 서로를 치료하는 이야기를 쓰려고 해요. 등장인물과 상황전개만
구상해둬서 더 말씀을 드리고 싶어도 말씀드릴 내용이 없어 아쉽고 죄송스러워요. 그런데 이번 소설은 슬프게, 잔인하게, 행복하게
쓰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