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살다보면 종종 대박의 순간을 체감한다.
그리고 인소닷 운영진으로서, 이달의 작품을 선정할 때마다 그런 기분을 느낀다.
조회수와 추천수를 신경쓰지 않고 획기적인 시도, 새로운 장르의 소설을
하나하나 훑어볼 때면 이 소설이 완성되었을 때 '대박'이라 외칠
내 모습을 상상한다.
그리고, 이번 달 역시 그랬다.
원석을 찾아내는 감별사처럼 여러 소설을 살펴보다 한 마디가 나왔다.
'대박인데?'
조회수 1. 어떤 이는 연재를 포기할 정도로 좌절하는 숫자이지만
그녀는 그렇지 않다. 누군가가 자신의 글을 읽어준다는 생각 아래,
흔들림 없이 환상적인 소설을 올리고 또 한 번 파이팅을 할 뿐이다.
이렇듯 끊임없이 창작 활동을 해내가는
수식어구 필요없는 말 그대로 현재진행형인 작가 '꽈배기'
그녀에 대해 알아보자.
- 작가 필명이 좀 특이한 것 같습니다. 어떻게 하다가 그런 필명을 생각하시게 된 건지 궁금합니다.
난감한 질문입니다. 사실 필명에 깊은 의미부여를 두지 않았어요. 의미를 뒀다면 공을 들인 끝에 더 예쁘고 인상 깊은 필명으로
골랐겠죠. 실제로는 TV를 보고 있을 때, 아빠가 설탕범벅이 된 꽈배기를 드시고 계셨어요. 눈길이 갔죠. 허무하게도 그게 다입니다.
그렇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후에 필명과 제가 쓰는 글 스타일이 닮았다는걸 인지했어요. 저도 베베 꼬인 소설을 좋아하거든요.
뒤로 갈수록 풀려가는, 복선을 제시해주고 뒤 내용과 맞아 떨어지게 하는, 처음보다 뒤로 갈수록 읽는 맛이 있는 소설.
가수들은 노래 제목을 따라간다고 하던데 제 글은 필명을 따라가게 되었네요:)
- 어떻게 하다가 열꽃이라는 소설을 생각하시게 된 거죠?
깊은 사랑 이야기를 써 보고 싶었어요. 굳이 거창하고 삶의 연륜이 묻어나는 연애가 아닐지라도 상대방 때문에 설레기도 해 보고
마음 아파도 보고 주변에서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그런 얘기를 쓰고자 했어요. ‘열꽃’이 온 몸에 열이 나면서 울긋불긋 퍼지는
붉은색 점이잖아요. 열꽃의 부제가 ‘온몸 가득 퍼져버린 열병’이거든요. 단순한 사랑을 그리되, 가볍지 않은 마음을 표현하고자
했어요. 시간이 조금 더 있었더라면 심리 묘사에 훨씬 더 공을 들였을 텐데 그러지 못해 아쉬운 마음이 들어요. 휴학기간 내내
잡고 있었던 작품이라 복학을 앞두고 마무리 지을 수 밖에 없었거든요. 그래도 최선을 다했기에 좋은 결과가 있었던 거라고 생각해요.
- 소설을 집필하다보면 각 작가님들마다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부분이 있는 것 같습니다. 꽈배기 작가님은 <열꽃>
소설을 집필하시면서 제일 신경을 많이 쓰셨던 부분이 어느 부분인가요?
저는 아무래도 인물의 심리 묘사에 중점을 두는 것 같아요. 서술도 물론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지만 애초에 열꽃은 감정에 초점을
두고 시작한 작품이라:) 은하를 1인칭 주인공으로 잡고 작품을 진행했다면 은하의 속내는 독자분들이 한결 수월하게 파악할 수
있었겠죠. 하지만 작품에서는 모두의 감정과 속내가 중요했기에 그럴 수 없어 조금 더 어려웠어요. 화가 났다, 라고 표현하면
될 것을 두 눈을 감고 깊게 숨을 내뱉는다던지, 언성을 높였다던지, 주먹을 꽉 쥔 채 애써 시선을 허공으로 돌렸다던지,
다양한 표현으로 나타내려 했는데 감정 전달이 잘 됐을는지 걱정이 되네요.
- 원래 은하의 이름이 ‘윤꽃님’이라고 하셨는데 은하라고 이름을 바꾸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팬카페에서도 말했다시피 원래 여주인공과 남주인공의 이름이 윤꽃님, 한 열 이었어요. ‘자두전설’처럼 주인공들의 이름을 따서
제목을 지으려고 했던거죠. ‘자두전설’은 분위기 자체가 로코물이였다면 ‘열꽃’은 비교적 착 가라앉은 분위기로 진행 되잖아요.
그래서 고심 끝에 분위기에 따라 방향을 틀기로 했어요. 딱히 ‘은하’라는 이름에 의미가 있는 건 아니에요. 동우가 애칭을 불렀을 때
무난할 이름을 정하다보니, 퍼뜩 ‘은하’라는 이름이 떠올랐거든요. 동우가 작품에서 내내 은하를 은하수라고 칭하는데 처음에는
애칭이 님아, 였어요. 아무래도 이름이 ‘윤꽃님’이다보니까 끝 자리를 따서 코믹하게 가볼까 했는데(불쑥불쑥 튀어나오는 개그감)
가벼운 분위기가 아니란 걸 다시 한 번 되새기곤 이름을 바꾸게 됐습니다. 그래서인지 언젠가 개그가 판 치는 소설을 꼭 한 번
쓰고 싶어요.
- 작가님이 <열꽃>을 쓰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 어떤 장면인지 궁금합니다.
은하가 끔찍했던 과거의 기억을 되찾고 그 속에서 익숙한 얼굴을 보게 돼요. 플랜비 대학교에 입학한 이후로 늘 옆에 있어줬던 절친 방동우의 얼굴이죠. 아무것도 모르는 동우가 카페로 은하를 찾아와요. 안색이 안 좋은 은하의 손을 괜찮냐면서 어루만지는데 은하가 별 말 없이 동우를 노려보다가 눈물을 뚝뚝 흘리죠. 그러고는 막 쏘아 붙여요. 날 왜 구해주지 않았던 거냐고, 왜 방관했냐고, 여태 말 안 하고 내 옆에 붙어 있었던 이유가 뭐냐고, 울면서 소리치는데 말 한마디 한마디가 동우의 가슴에 비수를 꽂죠. 쓰면서도 마음이 아팠고, 다 쓰고 난 뒤에도 장면이 눈 앞에 그려지는 것 같아 동우가 많이 안쓰러웠어요. 은하에게도 동우에게도 눈물로 얼룩진 하루가 아니였나 싶어요. 감정 이입이 돼서 그런지 기억에 많이 남아요.
- 만약 작가님이 <열꽃> 소설 속 인물이 된다면, 어떤 인물이 되고 싶으신가요?
물론, 은하가 되고 싶죠. 세 남자의 사랑을 독차지 했으니까요:) 하지만 한 편으로는 동우가 되고 싶어요. 한 여자를 지독하게 짝사랑 하면서도 본인이 갖기보다는 본인보다 더 잘난 남자의 사랑을 받으면서 행복하게 살아가기를 바라기가 쉽지 않잖아요. 글을 쓰면서 느끼지 못했던, 혹은 알 수 없었던 동우의 마음을 느껴보고 싶어요.
인물들 모두 상처와 아픔을 가지고 있는지라 쉽게 누가 되고 싶다, 라고 말 할 수가 없는 것 같아요. 저는 그들이 되어 그들의 상처를 감당할 자신이 없어요. 과거의 상처를 이미 감당한 순탄하게 흘러가고 있는 제 삶이 좋아요.
- 작가님을 보면 조회수와 추천수와 상관없이 늘 성실연재를 하시는 것 같은데요. 성실연재를 하시는 비결이
궁금합니다.
A형이라 그럴까요?(웃음) 완벽주의자 경향이 있다고 생각해요. 교수님들이 과제를 내 주면 일단 기간에 상관없이 하루 빨리
끝내야해요. 4월 말에 제출할 레포트를 벌써부터 조급해하며 준비중이니, 말 다 했죠. 소설 마감일을 누군가가 정해주거나
연재일을 제가 직접 정했다면 꼭 지켜야해요. 대신 마감일이 없을 때는 한 없이 여유롭게 준비하죠. 아예 글을 안 쓰기도 하고요.
또 시작을 했으면 끝을 내야한다고 생각해요. 만약 제가 혼자 운영하는 카페였고 읽어주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면 중간에
포기할 수도 있었겠죠. 하지만 조회수는 늘 숫자‘1’을 넘었어요. 때문에 읽고있는 한 사람을 위해서라도 연재를 해야만 했죠.
또 비축분 없이는 연재를 시작하지 않아요. 그래야 연재일에 급한 사정이 생겼을 때, 비축분으로 대신 할 수가 있거든요.
제가 성실 연재를 할 수 있었던건 독자분들이 꾸준히 읽어 주셨기 때문이라고 말씀 드릴 수 있겠네요!
- 이전에 인소닷에서 연재하셨던
작가님들마다 로맨스 장르에서 추구하는 분위기 같은 것이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열꽃 작가님은 어떤 분위기를
선호하시나요?
단호하게 말하자면 로맨틱 코미디 물을 선호해요. 하지만 매번 다른 작품을 추구하고 새로운 방향을 잡기 때문에 작품마다
분위기가 다를 수 밖에 없는 것 같아요. 제일 먼저 썼던 <자두전설>이란 작품이 제가 선호하는 코드에 가까워요. 고등학교
1학년 때 발표했던 작품인지라 완성도도 떨어지고 내용도 유치하긴 하겠지만 쓰는 내내 마음도 가벼웠고 기분도 좋았거든요.
나이가 들수록 작품이 늘어갈수록 점점 더 분위기가 무거워 지는 것 같아 고민입니다. 그나마 독자 분들의 연령대를 낮게 잡아
연재해서 그런지 심각하게 받아 들일만한 정도의 무거운 분위기로 가진 않지만, 앞으로가 문제겠죠?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저는
로맨틱 코미디물을 쓰고 싶습니다. 그래서인지 작품마다 코미디가 툭 튀어나오는 지점이 군데군데 있어요. 그저 분위기에
상관없이 제 작품이 재미있게 읽히기만 한다면 꼭 선호하는 분위기가 아니어도 쓰는 보람이 있을 것 같습니다.
몇몇 작가님들은 스토리라인을 구상하고 소설을 쓰시기도 하고, 어떤 작가님은 즉흥적으로 이야기를 만들어
나가시는데요. 작가님은 어떤 식으로 소설을 구상하고 연재하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일단 전체적인 틀을 잡아요. 인물들의 이름과 과거에 겪었던 일들, 서로 어떤 관계로 얽혀있는지, 첫 편을 쓰기 전까지
체계적으로 틀을 잡아 놓아요. 큰 사건과 작은 사건, 꼭 나와야 할 장면을 추상적으로 배열해 놓습니다. 그 다음에 한 편을
쓸 때마다 공책에 숫자를 적어요. 예를 들자면,
1.한열을 바라보다가 은하는 눈이 마주칠까봐 고개를 숙임. 한열은 발길이 떨어지지 않지만 은하가 쳐다보고 있다는 것을 애써
모른척하며 호텔 로비로 들어감.
2.은하는 이제 됐다며 돌아가려 함. 오래 앉아 있어서인지 빈혈기가 돌음. 잠시 쉬었다 가기로 함.
3.로비에 들어선 한열은 동우에게 전화를 걸어 은하의 위치를 알림. 동우가 왜 은하가 거기 있냐고 물음. 한열도 모르겠다고
네가 와서 물어보라고 전함.
이런식으로 대충 적어 놓고 스토리를 따라 글을 작성하기 시작해요. 필요에 따라선 대사를 적어 놓기도 하죠. 스토리를 얼마나
구체적으로 적어 놓느냐에 따라 한 편을 완성하는 시간이 많이 단축 되기도 해요. 가끔 공책을 보다가 더 좋은 장면이 떠오르면
적어 놓은 스토리를 즉석에서 엑스표 치고 생략하거나 다른 서술을 집어 넣기도 하죠. 채점하듯이 동그라미 치면서 완성된
부분을 공책에서 지워나가요. 제 성격에 즉흥적으로 쓰다간 하루를 꼬박 잡아도 완성 못 할게 뻔해요.
- 이제까지 연재를 하셨던 소설 중에 가장 애착이 가는 소설이 있다면 어떤 소설인가요?
다 애착이 가지만 그 중 가장 애착이 가는 소설을 꼽는다면
앓았던 작품이었어요. 지금보다 더 어렸을 때 쓴 작품이라 표현력이 부족하기도 했고 장면들을 잘 그려내지 못해서 아쉬움이
가득하죠. 영화화가 된다면 제가 쓴 작품 중 가장 멋있고 화려한 소설이 되지 않을까, 감히 생각해 봅니다.
breaker는 brain, robber, eyes, killer의 조합으로 이루어진 약자를 뜻하는 단어였죠. 그 중 중심에 있는 ‘a’는 He‘a’rt를 뜻합니다.
파괴자의 심장을 뜻해요. 즉, 여주인공이었죠. 구상하는 내내 ‘이런 생각을 해내다니, 난 천재야’ 들뜬 기분이었습니다. 그 당시에는
슬프게도 그랬어요. 머리에서 그려지는 장면만큼 표현되지는 않았지만 나중에 능력이 되는 선에서 영화나 드라마의 대본으로
고쳐본다면 어떨까, 하는 도전 정신이 한편으로는 존재하고 있답니다.
- 글을 쓰는데 있어서 작가님이 추구하는 정신이 있다면 어떤 건가요? 그리고 왜 그런 생각을 하시게 된 건지 궁금합니다
저는 시작을 했으면 끝을 내야 한다, 이러한 정신 상태로 글을 쓰기 시작해요. 도중에 엎어버리면 읽고 있던 사람들도 쓰고 있던
제 자신도 모두 부질 없던 짓이 되어 버리는거잖아요. 비축분을 쌓을 때나 단편 소설을 쓸 때에도 항상 같은 자세로 임해요.
도중에 포기하면 다시 새로운 글을 쓰려 할 때 배로 더 힘들거든요.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을지라도 일단은 완성하고 난 후에
고쳐나가는 게 낫다고 생각해요. 어쩌면 작품에 대한 책임감 때문일 수도 있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