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적, 엄마는 냉장고 위 선반에 놓인 플라스틱 통을 만질 때면
주위를 둘러보며 경계를 하곤 했다.
그런 엄마의 행동이 궁금해 조심스레 통을 열어보는
그녀의 옆에서 질문을 했고, 그럴 때마다 검지를 입술 위에 얹으며 이렇게 말했다.
"비밀이야."
비밀이란 2음절의 한 단어는 그 물건이 무엇인지 더욱 궁금하게끔 만들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통 안의 물건이 비타민이라는 걸 알았지만,
그때의 미묘한 분위기는 몇 십년이 지난 지금까지 잊혀지지 않는다.
그리고 비밀이라는 은막 아래 느껴지던 미묘한 분위기를
긴 시간이 지난 요즘, 다시 한 번 느끼게 되었다.
작가 엑스.
오직 소설이라는 텍스트 만으로 독자들과 교감을 나누고,
소설을 읽으면 읽을 수록 궁금해지는 그 사람에 대해 알아보자.
완전한 소유를 원하는 남주. 소유 당하는 여주. 엑스님께서 완결 낸 이야기들이 모티브는 같지만 전혀 다른 내용들로
전개되고 있는데, 같은 모티브로 구상하시는 이유가 있으신가요?
사랑을 완전함이라고 보지 않는 시각도 그 이유가 될 수 있겠네요, 수많은 사랑의 모습 중 소유가 표현수단이 되어있을 뿐
이유는 있지 않아요. 불완전함을 표현하는데 남주에게는 소유욕과 독점욕만큼 그것을 잘 표현하는 방법은 없다고 생각하기도
하고요.
많은 편들을 완결 내셨는데 가장 애착이 가는 완결편은 무엇인가요?
애착이 가는 완결편은 항상 마지막에 집필하는 소설. 어떤 글을 쓰기 시작하면 그 주인공들에게 집중이 되어 있기 때문에 이미
완성되어진 그들의 이야기에 대해서는 비중을 크게 두지 않습니다. 단, 그 남자의 d-day 라는 소설은 가끔 기억에 남는 한편이죠.
팬카페에서만 연재했던 소설로 얼마 후 내렸지만 제 색감이 가장 여과없이 드러난 글이 아니었을까 싶네요.
'엑스'라는 단어가 참 묘하게 느껴지는데요, 어떻게 필명으로 정하게 되셨나요?
‘아무 것도 없음’ 입니다. 소설 제목 자체가 곧 제 필명이라고 생각해요. 그렇기 때문에 닉네임에서 어떤 개인적인 색채를 드러낼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죠. 훗날 지금까지 쓴 소설이 기억 된다면 닉네임 대신 소설 제목이길 바라고요.
소설을 읽고 난 후엔 남주의 간결하지만 강한 멘트들이 기억 속에 남는데, 실제로 연애담이 소설 내용에 쓰인 부분이
있나요?
있을 수도 있어요. 소설 속 남주들의 멘트가 간결할 땐 그 대사 외에 다른 말은 필요가 없어서예요. 글 자체도 사람사이의 관계처럼
때로는 대사 보다 그 외에 것이 더 수많은 말을 내포하고 있다고 생각하니까요.(그게 사랑이라는 감정 앞에서는 더욱,)
'버릇없는 강아지'에 이어 바로 '매료되다'를 연재하고 계신데, 이외에 차기작이 또 있으신가요?
글을 집필할 때 완결이나 줄거리를 먼저 생각하지 않아요. 그때그때마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을 글로 표현한다고 하면 이해가
좀 될까요. 우선은 매료되다로 독자님들을 찾아뵙고 있으니 다른 차기작에 대해서는 추후에 연재할 때 봐주시길 바랍니다.
보통 글을 쓸 때 슬럼프가 찾아오면 도중에 연재중단을 하시는 분들도 많은데, 작가님은 그런 적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슬럼프가 오신 적이 있다면 어떻게 극복하셨는지 말씀 부탁드립니다.
글쎄요, 슬럼프가 온다면 그것을 극복한다거나 억지로 글을 쓸 생각은 없습니다. 이 생각에는 시간이 지나도 변함이 없을 듯하고
저에게만 국한되어 있는 이야기고요. 글을 쓰는 원동력은 어디까지나 제 글을 읽어주는 독자 분들이고 글을 쓰겠다는 제 생각이에요.만약 글을 기다려주는 팬 분들이 있는데도 글을 쓰겠다는 마음에 한계가 온다면 더 이상 글을 집필할 자격이 없다는 생각인거죠.
좋아하는 장르에 어딘가 비슷한 주인공들을 많이 봤지만 엑스님 작품의 주인공들은 유난히 강렬하게 기억에 남습니다.
글 쓰기 전에 어떤 방법으로 줄거리나 주인공들을 만드시나요?
아까 전 질문에서도 적었듯, 그때그때 제 머릿속에 있는 개인 개인을 글로 표현할 뿐 구상해서 써본 적은 없습니다. 전에도 종종
댓글로 주인공들의 감정에 몰입된다, 기억에 남는다는 후기는 본적이 있습니다. 굳이 이유를 들자면 실제 저라는 사람의 성향이
들어가서 그럴 수도 있고요. 그들의 감정을 살아있는 사람처럼 몰입해서 쓰기 때문일 수도 있어요. 제 작품의 주인공들은 글을
쓸 때만큼은 저에게 ‘살아있음’ 이에요.
작가님이 소설을 쓸 때 혹시 영감을 받으셨던 작품이 있나요? 아니면 굳이 영감까지 받진 않더라도 작가님이 재미있게
보고 기억에 남는 멜로드라마나 로맨스 소설이 있는지 궁금해요.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전 멜로 드라마나 로맨스 소설을 읽지 않습니다.
글을 쓰지 않을 때 하시는 취미활동은 어떤 게 있나요?
인테리어, 피아노쯤. 화이트톤의 깔끔한 스타일을 선호하는 편이에요. 제가 쓰는 글 중에 저를 있는 그대로 묘사한 게 있다면 집의
인테리어와 피아노. 시간이 있을 땐 집의 인테리어를 조금씩 바꾸곤 해요. 바꾼다기 보단 화이트톤으로 깔끔한 상태를 유지하는거죠. 어떻게 보면 정리라고 표현하는 게 더 맞겠네요.
실제 성격 혹은 연애하실 때 엑스님의 스타일은 소설 속 주인공과 같으신가요? 실제 생활이 너무 궁금합니다.
노코멘트 할게요, 제가 쓰는 주인공들과 그들의 이야기로 독자 분들과 소통하고 싶을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