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 파스퇴르가 말했다.
준비된 자에게 기회가 찾아온다고.
Chance favors only the prepared mind.
단순히 명언으로 여겨도 될 법한 말인 것 같지만,
준비된 자에게 기회가 찾아 오는 일은 우리 주변에서도 충분히 찾을 수 있다.
내신 성적이 엉망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공부해서
수능에서 기적에 가까운 점수를 받은 이.
취미로 노래를 부르고 춤을 췄지만 우연히 접하게 된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수상하게 된 이.
그리고 조회수나 추천수에 얽매이지 않고 꾸준히 준비해서
현재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인소닷 겨울의 작가, 김라별.
'한단아 길들이기' '핫 이슈' 현재 연재 중인 '화류계 : 꽃비 내리다'까지
매번 다른 소재와 촘촘한 스토리 라인 구성을 통해
독자들에게 새로운 이야기를 들려주는 그녀는 인소닷의 준비된 작가이다.
매 소설마다 혼신을 다해 쓰며 '드라마 작가'라는
최종 꿈을 향해 달려가는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 보통 어두운 이야기를 쓰게 되면 작가 본인도 한없이 가라앉곤 하는데요. ‘화류계-꽃비 내리다’를 쓰면서 어떤 마음이
드셨나요? 꽤 불쌍한 여주에 어두운 이야기이고 쓰면서 어떤 마음이 생기셨는지 궁금합니다.
처음 제가 ‘화류계, 꽃비내리다.’를 집필하리라 마음먹은 이유는, 어느 한 사건을 재구성해 보여주는 프로그램을 우연히 보게
되면서였어요. 화류계에 종사하며 웃음을 흘리고, 몸을 파는 여성들에 대한 선입견과 편견으로 그녀들을 사람이 아닌 ‘쓰레기’로
치부하는 사람들의 시선으로 만들어진 프로그램이었어요. 그런데 그런 시선들을 한번 뒤집어 다르게 생각해보게 되었어요.
왜 그녀들은 ‘세상과의 편견을 맞서 싸우면서 호스티스라는 직업을 선택하게 되었나?’라는 의문에서 시작된 글이에요. 저는
여자 주인공인 미아의 처절한 삶을 통해 ‘한 사람의 인생을 내 눈에 보이는 시선과 관점에서 판단하며 그 잣대를 들이대지 말자.’
라고 생각하며 마음가짐을 다잡았어요. 그리고 저 스스로도 큰 깨달음을 얻게 됐어요.
- ‘화류계, 꽃비가 내리다’에서 작가님이 가장 애착이 가는 인물이 있다면 누구인지, 그 이유는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애착이 가는 인물은 아직 화류계에서 다 보여지진 않았지만, ‘가령휘’에요. 처음 프롤로그에서 충격적인 장면을 선사하며 강한
인상을 남긴 그 주인공이죠. 아직 연재가 되지 않은 부분이 많아 그 이유를 상세히 말씀드리긴 조심스럽지만, 령휘에게 애틋하면서
너무나도 가슴 아픈 사랑을 하게 한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들어요.
- ‘화류계, 꽃비 내리다’에서 모든 장면 가운데 가장 집중해서 혼신을 다해 쓴 장면이 있다면, 어떤 장면인가요?
아무래도 프롤로그가 아닐까 생각이 들어요. 뜨거운 정사, 그리고 그 후의 장면은 '화류계 꽃비내리다'를 보셨던 독자님들 중,
백이면 백 모두 놀라셨거든요. 혼신까진 아니지만 시간이 흘러도 독자님들의 가슴에 어렴풋이 남을 수 있는 장면을 써보고
싶었어요.
- 작가님의 섬세한 문체와 지나지치 않으면서도 심장을 울리는 감정선 표현에 매번 감탄하고 있습니다. 작가님의 섬세한 감정
표현을 위해 글을 쓰며 즐겨 들으시는 음악이 있다면 추천해주세요.
저는 글을 쓸 때, 주변의 소음에 굉장히 예민한 편이에요. 그래서 주로 새벽에 글을 많이 써요. 집중해서 쓰려면 정말 적막하고
한없이 가라앉은 분위기여야 제가 원하는 방향으로 잘 써지더라고요. 그래서 글을 쓰면서 듣는 음악은 딱히 없어요. 하지만
화류계와 어울릴 만한 음악을 꼽으라면 드라마 추노의 OST였던 제아님의 ‘미아’, 드라마 신기생뎐의 OST였던 김예원님의
‘연정가’ 박정현님의 ‘하비샴의 왈츠'예요.
- 작가님은 소설 집필에 있어, 소재를 어떻게 생각해내는지 궁금합니다.
제가 집필한 소설의 소재는 독특한 소재가 없어요. 한단아 길들이기 같은 경우는, 풋풋한 10대의 짝사랑과 첫사랑, 그리고 이별.
정말 뻔한 스토리이지만 뻔하지 않게 쓰려고 노력했어요. 나쁜 남자이지만 왜 그가 나쁜 남자여야만 했는지에 대한 사연과
그 속에 여자 주인공을 향한 그의 진심이 담겨 있었고, 짝사랑, 첫사랑과는 이루어질 수 없다는 만고불변의 법칙을 거스르며
짝사랑 남과 여자 주인공을 이어주는 등……. 한 번 더 꼬아서 생각했어요.
그리고 화류계 꽃비내리다 같은 경우, 여자 주인공의 삶을 처연하게 그리며 그 속에서 일어나는 감정의 울림을 부족한 필력이지만
가볍지 않고, 깊이 있게 그려 보고 싶었어요.
핫이슈라는 소설은 아이돌을 소재로 한 이야기인데요, 보통의 아이돌 소재 하면, 남자 주인공이 아이돌인 경우가 많다고들
하시더라고요. 그런데 제 소설엔 여자 주인공이 아이돌인 경우에요. 물론 남자 아이돌도 나오지만, 소설의 비중은 여자 아이돌에
포커스를 맞춰 글을 쓰게 됐어요. 이처럼 제 소설은 평범한 소재이지만 반전의 묘미가 있는 그런 글을 쓰고 싶었고, 그렇게 쓰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 이제까지 많은 소설들을 집필해오셨는데요. 그런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는 명대사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한단아 길들이기 중, 남자 주인공인 태준이가 여자 주인공인 단아에게 해주는 말이 있어요.
“누나도 단지 누나를 사랑해주고 누나가 사랑했던, 한 남자에게 길들여진 것뿐이에요. 그러니까 너무 아파하지 마요. 또다시
길들여질 수 있게요. 또다시 사랑할 수 있게 이제 더 이상 슬퍼하지도 울지도 말아요.”
“최선을 다한 사랑은 없어요. 항상 돌아서면 매순간 순간이 후회로 남는 법이에요. 정말 최선을 다했다면 지킬 수 있었을 거예요.
그렇다고 그게 누나만의 잘못은 아니에요. 상대에게 최선을 다하지 못 한 서로의 잘못이죠. 그러니까 누나 혼자 아파할 거 없어요.
그냥 약간의 생채기가 생긴 것뿐이라고, 그렇게 생각하면 좀 더 편해질 거예요.”
“원래 사랑은 그 상처가 깊을수록 더 견고하고 단단해지는 법이에요. 그냥 좀 더 튼튼한 갑옷을 입었다고 생각하세요. 훗날의
사랑 앞에서 더 이상 나약하게 쓰러지지 않기 위해서요.”
이별에 대한 두려움과 그로 인해 아파하는 모든 분들께 드리고 싶은 말이었어요. 이별, 당장은 아플지 몰라도 나중엔 또 다른
사랑을 하기 위한 하나의 ‘과정’이었을 뿐이라고 위로해 드리고 싶어요. 또 화류계 꽃비내리다 중에선 아직 연재가 되지 않은
부분이라 선뜻 말씀드리기 조심스럽지만 하제가 미아에게 해주는 말이 있는데요.
“네가 진짜라고 믿으면 진짜인 거고 가짜라고 믿으면 가짜인 거지.”
“남들의 시선, 그들의 입방아에 오르락내리락 거리는 무수히 많은 소문들. 그게 뭐가 중요하지? 그저 네 눈에 보이는 것만 믿고
네가 직접 겪은 령휘라는 그 남자를 믿으면 되는 거 아닐까? 넌 지금 그 남자를 믿지 못하기 때문에 내게 이런 질문을 하는 거
아니야?”
“그 사람을 오랫동안 봐온 너 조차도 그 사람을 못 믿는데 그를 겪어본 적도 없는 수많은 사람들이 어떻게 그를 믿겠니.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관점에서 생각하기 마련이야.”
라고 말하는 장면이 있어요. 남들의 입방아에 난도질당하는 뜬소문이나 루머들을 믿지 말고 상대의 ‘진심’을 믿어라 말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 작가님은 인소닷에서 연재 중인 다른 작가님들의 소설 중 재미있게 읽으신 소설이 있나요?
요즘은 개인적으로 ‘제르제르’작가님의 ‘A . bad . don : 파멸의 장소. 지옥. 나락(奈落)’을 재미있게 읽고 있어요. 화류계와 같은
소재라서 더욱 관심이 갔던 것 같아요. 그런데 주인공들의 심리 묘사나 여러 에피소드들이 너무 매력적이라 빠져들게 됐어요.
작가님의 섬세하면서도 또렷한 색깔의 필력에 감탄하고 있어요. 읽고 있으면 그 장면들이 눈앞에 펼쳐지며 마치 영화나 드라마를
보는 것 같은 착각이 일정도로 푹 빠져 들어서 좋았어요.
- 보통 한 작품을 쓰시는데 시놉시스를 정해놓고 쓰시는지 혹은 즉흥적으로 쓰시는 지 궁금합니다. 또한 인물을 어떻게
구성하고 어떤 방식으로 배경을 설정하시는지, 김라별 작가님만의 소설 구성방식에 대해서 말씀주세요.
큰 틀은 시놉시스를 정해놓고 써요.(사진 첨부.) 하지만 에피소드는 즉흥적으로 쓸 때도 있고, 뭔가 다른 일을 하다가 떠오르는
대사나 문장 같은 게 있으면 바로바로 포스트잇에 적거나 핸드폰으로 제 팬카페를 들어가 비공개 메모 게시판에 써놔요.
인물의 구성이나 배경 설정은 막연하게 ‘아, 주인공의 성격과 그에 맞는 이런 저런 이야기를 쓰면 어떨까?’, ‘나도 이런 사랑,
한 번쯤은 해보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그럴 때마다 그 주인공을 생각하며 성격, 주변인물, 직업, 남자 주인공과의
케미 등등 하나씩 풀어나가요.
- 작가님들에 따라서 한 작품을 쓰는데 있어 한달이 채 걸리지 않는 분도 계시고, 어떤 분은 꽤 긴시간을 투자하여 한편의
소설을 집필하시기도 합니다. 이제까지 총 두 소설을 출판하신 걸로 알고 있는데요. 각 소설들 마다 시간이 얼마나 걸리셨는지 말씀해주셨으면 합니다.
개인적인 이유로 인해 소설의 연재 텀이 길어지는 경우도 있는데요, 저는 정말 부족하지만 주인공들의 감정선이나 심리를 최대한
표현하고 싶어 문장 한 줄도 허투루 쓰지 않으려고 노력을 많이 해요. (제 입장에서요.) 그래서 저는 한 편을 쓰는 시간이 오래
걸려요. 집중하면 최소 몇 시간에서 집중력이 떨어지면 하루, 이틀이 걸릴 때도 있어요. 그게 편수가 모이고 모이다 보니 연재를
하는 기간이 늘어나고, 그 안에서 또 슬럼프를 겪는다거나 이야기가 잘 풀리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그러다 보면 길어져 독자님들께
정말 나쁜 작가가 돼 있더라고요. 그 부분은 늘 제가 풀어야 할 숙제이자, 독자님들께 죄송스러운 마음뿐이에요.
작품 연재 텀이 짧고, 빠르게 완결 내시는 작가님들을 보면 부러울 때가 많아요. ‘난 아직 많이 부족하구나.’ 생각하며 반성하게 되죠.
- 화류계, 꽃비가 내리다 차기작 소식이 궁금합니다. 만약 차기작을 구성해두셨다면 이번에는 어떤 이야기로 진행되는지 말씀 주실 수 있을까요?
차기작은 지금 현재 팬카페에서만 거북이처럼 느리게 연재 되고 있는 화류계 시즌2 섹시한 남자로 인소닷 독자님들을 찾아 뵐 것
같아요. 비축 많이 쌓아서 화류계 꽃비내리다가 끝나는 대로 빠르게 가지고 올게요.
- 재미있는 소설을 쓰는 작가님이시지만, 작가님이기에 앞서 평범한 사람이란 생각이 드는데요. 소설 집필하는 과정에
인간적으로 이건 너무 힘들었다 싶은 사건이 있으셨다면 말씀해주실 수 있나요?
아무래도 지식 부족이겠죠. 제가 겪어 보지 못한 인물들의 직업을 쓰려다 보니 그 지식이 많이 부족해 항상 인터넷 검색에
의존하고 지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걸 재구성하고 그래요. 부끄럽지만 저는 어릴 적엔 꿈이 없었어요. 그래서 학력도
고졸이에요. 대학교는 근처도 가본 적이 없어요. 주변 친구들이 대학교를 다닐 때, 저는 SK텔레콤에서 해피콜 상담원 일을
했었어요. 그땐 학교 땡땡이 치고 놀러 다니는 대학생 친구들을 보며 “비싼 등록금을 학교에 기부하느냐.”고 우스갯소리로
말한 적이 있는데요, 지금은 내가 하고자 했던 꿈을 조금 더 일찍 깨달았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해요. 극작과나 문창과,
국어국문학과 등등, 글을 쓸 때에 필요한 배움이 없었던 탓에 필력이 너무 부족해 표현을 하는 능력이나, 단어 선택 등 어려움이
많아요.
심지어 어떤 때에는 ‘아, 국어사전이라도 하나 사서 ㄱ에서부터 ㅎ까지 달달 외울까?’하는 터무니없는 생각을 한 적도 있어요.
그래서 그런 부분이 제일 힘들고 아쉬워요.
- 작가로서 이후의 작가님의 꿈이 궁금합니다. 보다 구체적인 방향을 말씀해주시면 더 감사할 것 같습니다.
정말 크고 높아 우러러 볼 수도,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꿈에서 조차도 감히 꿀 수 없는 바람이지만……, 드라마 작가가 되고 싶어요.
제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영상화돼 전파를 타고 많은 시청자들이 저와 같은 마음으로 주인공들에게 빗대어 예쁜 사랑에 웃고,
처절하고 가슴 시린 이별에 울며 제 글을 공감하고 또 그로 인해 힘을 얻게 된다면 그만큼 짜릿한 직업도 없을 거예요.
‘로맨스’는 일상에 지친 우리의 마음 속 ‘울림’이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