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살면서 삶에 자극이 되는 좋은 책을 만나는 일은 참 즐거운 일이다. 그중에서 독서운동가로 살고 있는 내게 좋은 자극을 준책이 두 권 있는데 바로 《히말라야 도서관》과 《세 잔의 차》이다.
《히말라야 도서관》은 네팔, 베트남, 인도, 라오스, 스리랑카, 에티오피아 등 저개발국의 어린이들을 위해 도서관과 학교를 건립 하고 책을 기증하는 활동을 벌이는 ‘룸투리드(Room to Read)’ 재단의 설립자이자 CEO인 존 우드의 활동을 소개한 책이다. 마이크 로소프트의 중국 지사에서 30대 이사로 성공의 탄탄대로를 달리던 존 우드는 휴가로 떠난 히말라야 트레킹에서 우연히 네팔의 시골 학교를 방문하게 된다. 그는 학교의 도서관에 아이들이 읽을 만한 책이 한 권도 없는 것을 보고 큰 충격을 받는다. 그는 고액의 연봉과 탄탄한 미래를 포기하고 비영리 단체를 설립한다. 룸투리드는 설립한 지 10년도 안 되어 3,870개의 도서관과 287개의 학교를 세우고 150만 권 이상의 책을 기증하는 성과를 낸다. 이들 도서관과 학교에서 무려 130만 명의 어린이들이 책을 읽고 공부를 한다. 존 우드의 결단은 본인의 삶을 행복하게 만들었고, 많은 아이의 삶을 변화시켰다.
룸투리드를 운영하는 우드의 철학은 ‘세계 변화의 첫발은 아이의 교육에서’라는 신념을 바탕으로 한다. 교육을 통해서만 빈곤이 대물림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있다고 보는 그의 생각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세 잔의 차》의 주인공인 그레그 모텐슨이 파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 산간 마을에 지은 78개의 학교에서도 3만여 명이 넘는 아이 들이 미래에 대한 부푼 희망을 안고 교육을 받고 있다.
아무런 연고도 없는 가난한 나라 아이들을 도와주는 미국의 운동가들을 보면서 한국의 독서운동가로서 어떤 비전을 가져야 할지를 심각하게 고민하였다. 고민을 하다 보니 지금 우리 현실에서 가장 책을 필요로 하는 아이들이 있었다. 바로 북녘 아이들이다.
북녘 어린이들이 열악한 경제 환경에서 다양하고 충분한 독서를 하지 못하는 것도 문제이지만, 더 큰 문제는 통일을 앞두고 남북 어린이들의 문화적 차이가 너무 크다는 점이다. 실제로 탈북 어린이들은 남한 학교에서 적응하기가 어렵다고 한다. 그것은 남한의 교과서에는 북한에서 잘 쓰지 않는 외래어나 한자어가 너무 많아 내용을 이해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이 얘기를 들으면서 통일이 되기 전에 남북의 어린이들이 같은 어린이책을 보며 문화의 동질성을 키워가는 일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현실적으로 지금 당장 북녘의 어린이들이 남한에서 나온 어린이책을 자유롭게 볼 수는 없다. 북한 당국이 남한에서 출간한 책의 반입을 허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1998년에 금강산 관광이 시작된 것처럼 남한의 어린이책이 북녘 아이들에게 전달될 수 있는 시기가 분명히 오리라 생각한다.
분단된 나라의 독서운동가로서 북녘 어린이들에게 책을 보내는 일은 내 남은 생애를 걸고 해야 할 사명처럼 다가온다. 내 생애에 그런 꿈같은 날이 과연 올 수 있을지 확신은 안 서지만 나는 오늘도 가슴 한 곳에 그런 꿈을 꾸며 살아간다. 많은 사람이 같은 꿈을 꾼다면 그 꿈이 현실이 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