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전자책’을 국어사전은 어떻게 설명하는지부터 먼저 살펴봤습니다.
‘컴퓨터 화면에 떠올려 읽을 수 있게 만든 전자 매체형 책.’ 의외로 간단한 답변이 너무 심심해 그 다음엔 네이버백과사 전을 뒤져봤더니 이보다는 자세히 설명돼 있어 심심함이 조금은 덜하네요.
‘전자책(electronic book) : 문자나 화상과 같은 정보를 전자 매체에 기록하여 서적처럼 이용할 수 있는 디지털 도서를 총칭 한다. 독자 입장에서 보면 종이책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고 필요한 부분만 따로 구입 가능하다는 점이 편리하고, 출판사 입장에서도 제작비와 유통비를 절약할 수 있고 업데이트가 쉽다는 장점이 있다.’ 말하자면, 여러분은 지금 이 기사를 종이에 인쇄된 형태, 즉잡지라는 매체를 통해 읽고 있는데요, 이 기사가 컴퓨터나 전자책 전용 단말기, 스마트폰 같은 전자 매체에 담겨 독자들에게 전달된다면…, 아하, 그 게 바로 전자책 또는 전자잡지, 또는 e-매거진이 되는 셈이군요.
전자단말기를 통한 ‘새로운 출판물’
쉽지요? 하지만 조금만 더 깊이 들어가보면 반드시 그런 것만도 아닙니다. 전자책 관련 전문가들이 정의하는 ‘전자책’에 대한 이야기를 한번 들어볼까요?
‘전자책은 ①저작자의 메시지를 ②전달자가 디지털 형태로 가공해 ③CD-ROM이나 CD-I, DVD 등의 전자 저장 매체에 담거나 또는 ④전자책 파일의 형태를 유·무선 통신망을 이용 하여 전송하거나 ⑤오프라인으로 유통해 전자책 전용 뷰어나 전용 소프트웨어를 사용해 보는 형태와 ⑥전자단말기를 통해볼 수 있는 ⑦새로운 출판물을 말한다.’(한국전자출판협회 성대훈 전 사무국장) 하도 어려운 용어들이 많이 나와 번호를 매겨가며 풀어봤더 니, 결국은 이런 얘기군요. ‘①저작자의 메시지’란 책을 쓴 작가나 기사를 쓴 기자, 논문을 쓴 학자들의 글일 테고요, ‘②전달 자가 디지털 형태로 가공해’, 이 부분은 출판사나 DVD 제작사 같은 문화 산업체일 테고요, ③번부터 ⑤번까지는 어지간한 컴맹들만 아니라면 한두 번 이상 경험해본 내용들입니다. 예컨대 CD-ROM으로 영어 공부를 해봤다거나, 인터넷을 통해 컴퓨 터에서 만화를 빌려봤다거나, 국회도서관 홈페이지에 들어가 전용 뷰어를 다운 받은 뒤 어떤 학자의 논문을 집에서 볼 수 있었다든지, 했던 경험 말입니다.
이제, 이 대목에서 중요한 것은 ‘⑥전자단말기를 통해 볼 수있는’이란 부분과 ‘⑦새로운 출판물을 말한다.’ 이 부분인 것 같습니다. 바로 이 점이 지난 10년의 ‘전자책 산업’ 영역과 2010 년 한 해 동안의 ‘전자책 산업’ 영역을 또렷하게 구분 짓는 새로운 화두를 만들어냈기 때문입니다.
활자 환경의 새로운 부화
전자책은 단순히 종이책을 가공하는 것만이 아닌 ‘새로운 출판 물’로 규정하는 이유는 ‘콘텐츠를 담는 그릇’이 아주 다양해졌기 때문입니다. 특히 그것들은 2010년 들어 부쩍 진화했는데요, 기존의 컴퓨터와 전자사전, PDA 정도의 단계를 훌쩍 뛰어넘어 ‘전 자책 전용 단말기’니, ‘스마트폰’이니, ‘태블릿 PC’니, 지난 한 해동안은 정신을 못 차릴 만큼 전자 콘텐츠를 읽을 수 있는 새로운 기기들이 많이 등장했습니다. 그리고 이 점이 바로 ‘⑥전자단말 기를 통해 볼 수 있는’과 직접적으로 연관돼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어쩌면 이제는 ‘전자책이란 게 대체 뭔가요?’라는 질문 자체가 ‘전자단말기란 게 도대체 무엇인가요?’라는 질문과 거의 같은 뜻으로 통하게 되었다는 것, 이해하시겠습니까?
다시 말하자면, 콘텐츠를 담는 전자 기술이 급속도로 진화하 면서, 또 다른 한편으로는 무선 인터넷 환경이 부쩍 발달하면 서, 아주 오랫동안 인쇄 기술에만 매달려 왔던 활자 환경이 전자 기기란 이름의 어미닭 품에서 새롭게 부화되고 있다는 이야 기인데요, 그렇게 됨으로써 ‘언제 어디서, 어떤 기기로든’ 책을볼 수 있는 새로운 환경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독서 문화에 큰변화를 예고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것이 비단 독서 문화뿐일까요?
‘디지털출판산업의 영역이란, 전자책은 물론이고 전자사전, CD, DVD, 모바일북, 오디오북, 디지털교과서, 디지털참고서, 전자잡지, 학술, 전문지식, e카탈로그까지 확대하여 보는 것이 타당하다.’ ‘정보통신산업진흥원’(구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이 내놓는 ‘디지털출판산업’의 범위를 보면 이보다 훨씬 넓어 향후 전자책 기상도의 영향이 독서 문화 범위를 훌쩍 뛰어넘고 있다는 것을알 수 있습니다.
국어사전 속의 ‘전자책’ 풀이 비현실적
갈수록 대중화되고 있는 오디오북은 원저자의 메시지와 연출자의 연출력과 소리를 녹음하는 성우의 예술적 끼가 더해져 새로운 형태의 전자책으로 탈바꿈됩니다. 또 그동안 동화책 분야에서 주로 활용돼왔던 플래쉬(Flashbook)는 책장을 통해 영상과 음향, 글씨 정도만 제공했던 한계(?)를 뛰어넘어 부쩍 진화하고 있습니다. 즉,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 등의 뉴미디어 품속으로 들어오면서 백설공주가 터치 하나로 슈렉이 되기도 하고, 스마트TV 속에서는 리모콘을 통해 달리기 선수로 변신할 수도 있는 ‘게임적’ 요소가 추가되고 있습니다.
종이책 같은 텍스트 중심의 책들 또한 전자책 속에서는 터치 하나로 책을 쓴 저자의 인터뷰 육성까지 직접 들을 수도 있게 되었고, 링크가 붙은 단어를 클릭해 곧바로 다른 정보까지 챙길 수있는 하이퍼링크 서비스를 받을 수 있거나, 전자책이나 전자잡지에 실린 상품을 360도 돌려보며 구입까지 할 수 있는 시대가 곧바로 예고되고 있으니, ‘컴퓨터 화면에 떠올려 읽을 수 있게 만든 전자 매체형 책’이라고 정의하고 있는 국어사전 속의 ‘전자책 풀이’는 답답해도 한참 답답한 비현실적 설명입니다.
전자교과서 시대로 성큼성큼
이제 머지않아 연주를 들려주는 음악전자교과서며, 원어민 교사가 발음을 읽어주는 영어전자교과서도 나올 것입니다. 그리고 이번 Q&A 코너에 참여한 구미 형남중학교 학생들이 대학에 입학할 때쯤이면 무거운 대학교재 여러 권 대신 전자책 기기 하나만 들고 다닐지도 모릅니다.
벌써부터 몇몇 대학들이 신입생에게 전자책 단말기를 보급해 디지털도서관 자료나 교재를 이용할 수 있게 하고 있거든요. 최근 교육과학기술부 발표에 따르면 2013년부터 전자교과서를 종이교과서와 병행해 운영하는 시험에 들어간다고 하니, 바야흐로 이제는 아날로그와 디지털 세대 구분법에서 종이책 전용 세대와 전자책 출판 세대로 세대 구분법이 바뀔 날도 그리 멀지 않은 것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