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을 보려면 뭐가 필요할까요? 전자책이 이전의 독서 방식과 가장 다른 점은 글자나 그림을 볼 수 있는 새로운 ‘책틀’이 필요하다는 사실입니다. ‘전자책’이라고 하면 전자기기가 먼저 떠오르는 이유이기도 하지요. 이런 책틀이 없다면 전자책을 볼 수 없는 셈입니다. 결국 전자책을 보려면 책에 담긴 내용, 즉 ‘콘텐츠’와 콘텐츠를 보여주는 ‘전자기기’가 필요합니다.
맨 처음 전자책을 볼 수 있는 틀은 컴퓨터였습니다. 이는 출판 환경과 관련이 깊은데, 컴퓨터를 통해 책을 편집하고 제작할수 있는 기술(DTP 시스템 desktop publishing)이 도입되면서 전자책의 기반이 만들어진 셈입니다.
하지만 컴퓨터로 보는 전자책은 ‘책 읽는 느낌’을 주기에 부족한 점이 많았습니다. 책처럼 가까운 거리에서 읽을 수도 없었고, 들고 다닐 수도 없었습니다. 종이책과는 달리 눈의 피로도 심해 장시간 독서할 수 없었던 것은 물론이고요.
이런 단점들을 극복한 새로운 형태의 책틀 중 하나가 미국 온라인서점 아마존에서 2007년 출시한 ‘킨들’ 같은 ‘전자책 전용 단말기’(이하, 전용 단말기)입니다. 무엇보다 이런 전용 단말기의 가장 큰 특징은 ‘e잉크 패널’의 도입이죠.
국내에도 e잉크 기술을 적용한 단말기들이 2007년부터 출시 되어 왔습니다. 현재 시판중인 상품은 아이리버의 커버스토리, 넥스트 파피루스의 북큐브 B8-15, B6-12, 페이지원, 인터파크 (LG)의 비스킷 등으로, 대부분 20만 원 전후의 가격입니다.
e잉크는 두 장의 패널(전자종이 e-paper) 안에 들어 있는 흑백 마이크로 캡슐들이 전기 자극을 받으면 위쪽 패널에 검은색으로 글자를 나타내는 기술입니다. 이런 전자종이를 사용하는 전용 단말기는 페이지를 넘길 때를 제외하고는 전력 소모가 거의 없습 니다. 백라이트를 비추어 읽는 LCD와 달리 반사광에 의해서만 읽기 때문에 눈의 피로가 덜해 전문가들은 ‘종이책을 보는 환경과 가장 유사하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마치 종이책처럼 햇볕이나 조명 아래에서 오랫동안 독서를 즐길 수 있는 동시에 책 한 권 정도 무게의 기기에 1천 권이 넘는 책을 담을 수 있다는 것은 무척 매력적으로 느껴집니다. 또 와이파 이(무선 인터넷)를 탑재한 전용 단말기로는 전자책의 선택, 구매, 독서가 기기 하나로 가능하고 일간신문을 구독하거나 이메일을 확인할 수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전용 단말기의 여러 장점들에도 불구하고 기대할 만한 판매고를 올리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온라인서점들이 각기 다른 DRM(디지털 컨텐츠 저작권 보호 기술)을 적용해 협약된 전용 단말기에서만 자사의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전자책을 구입할 수 있는 서점이 한정되어 있는 것입니다. 가령 ‘비스킷’으로는 인터파 크의 전자책을, ‘커버스토리’로는 북투와 교보문고의 전자책을 구입할 수 있다는 거지요.
또 다른 이유는 e잉크 기술의 특성상, 또 다른 책틀인 태블릿PC 나 스마트폰처럼 화려한 색감이나 멀티 기능을 구현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모바일의 응용 기술을 이용해 제작되는 앱북들이 인터 랙티브한 형태의 전자책을 보여주고 있는 반면 전용 단말기는 텍스트 기반의 파일들을 처리하는 데 가장 적합해 보입니다. ‘종이책과 유사한’ 형태는 전용 단말기의 가장 큰 강점이자 약점이죠.
태블릿PC나 스마트폰에서 신문, 잡지, 동화책, 어학 분야의 앱북들이 활발하게 제작되고 있는 것도 기기의 특성에 따른 결과 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진, 그림, 동영상, 하이퍼링크, MP3 등의 기능이 자유롭게 구현되어 ‘읽기만’ 하는 책이 아닌 ‘보고, 듣고, 만지는’ 전자책이 가능해졌습니다. 가령 지난 달 출시된 《구 름빵》 앱북의 경우 그림책을 원작으로 퍼즐 맞추기, 색칠하기, 빵만들기 등의 게임적 요소가 들어가고 터치를 이용한 화면 조작, 텍스트 읽어주기, 다른 언어의 지원까지 다양한 기능을 추가해서 제작되었습니다. 어학이나 잡지 분야에서도 비슷한 적용이 가능 하구요.
무료 서점 앱을 통해 전용 단말기보다 폭넓은 콘텐츠를 접할수 있는 것도 이점으로 꼽힙니다. 다만 이런 모바일 기기들 역시 운영 체제(OS)에 따른 각각의 마켓을 이용해야 하는 제약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애플의 아이폰이나 아이패드의 경우 쿡북 카페(KT의 전자책 마켓)나 아이북스 앱스토어에서, 삼성의 갤럭시탭이나 갤럭시S는 삼성리더스허브나 T-store(티스토어, SK텔레콤이 운영하는 앱스토어)에서 전자책을 구입할 수 있는 식이지요.
여기서 자연스럽게 전자책을 살 수 있는 서점이 등장합니 다. 모바일 기기의 이런 마켓들을 플랫폼이라고도 하는데요, 전자책뿐만 아니라 다양한 소프트웨어를 응용할 수 있는 공간이기 때문입니다. 종이책시대에 서점이 있었다면 웹시대에는 온라인 서점이, 모바일시대에는 전자책 플랫폼이 있는 셈입니다. (서점 소개는 표로 대신합니다.) 전자책의 가격은 무료에서부터 종이책의 60% 정도까지로 다양합니다. 저작권이 없는 고전들이 무료 전자책으로 제작되는 경우가 많고, 출판사가 아닌 개인 혹은 1인 출판사가 매우 저렴한 가격으로 전자책을 제공하기도 합니다.
도서관에서도 종이책처럼 전자책을 대여할 수 있습니다. 지역의 도서관 홈페이지가 있다면 들러보세요. 도서관 회원 혹은 지역 주민에게 온라인상으로 전자책을 빌려주는 서비스를 확인할수 있습니다. 지역에 관계없이 회원 가입만으로 전자책을 대여해 주는 도서관도 있고요.
최근 특정 전자책 전용 단말기에서는 전자책 도서관들과 연계해 해당 지역에서 개인 단말기로 전자책을 대여해볼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하고,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를 통해 전자 책을 대여해주는 도서관들도 늘어가고 있습니다.
초기 전자책 시장이 공공기관을 위주로 시장을 넓혀왔기 때문에 콘텐츠는 예상보다(?) 넉넉한 편입니다. 꼭 신간 도서가 아니 라면 컴퓨터를 통해 부담 없이 전자책을 경험해보기에 좋을 듯합 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