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국에서 택배가 왔는데 선물보다는 택배 박스 속의 구겨진 신문지가 더 반가웠다.’ 한 해외동포가 자신의 블로그에 남긴 말입니다. 그는 전자책의 등장이 얼마나 반가웠는지도 덧붙였죠. ‘언제 어디서나’ 볼 수 있다는 전자책. 한글에 목마른 해외 거주자들에게는 더욱 각별히 다가오는 말일 듯합니다. 해외에서도 물론 한국어 책을 살 수 있습니다. 국내에서처럼 온라인서점에 주문하거나 드물기는 하지만 한국어서점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비싼 책값에 배송비까지 치르자면 줄잡아 일반 책값의세 배 정도를 더 내야 합니다. 이들에게 전자책은 단비와도 같은 소식. 이제 컴퓨터, 전자책 전용단말기, 스마트폰, 태블릿PC 등의 전자책 기기 하나만 갖추고 있다면 배송이 필요 없는 전자책을 무료에서부터 종이책의 60%까지 할인된 가격으로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지난달에 소개한 전자책 온라인서점들은 대부분 무료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대개 ‘무료 전자책’이라는 배너를 달고 있죠. 인터파크가 6,572개, 북큐브가 1,540개, 교보문고가 1,560개, 유페이퍼가 610개, 바로북이 192개의 무료 전자책을 구비해 놓았네요. 교보문고 전자책 6만 5천여 개 중 2%, 인터 파크 전자책 6만5천여 개 중 10% 정도입니다. 전체 보유량에서 거의 절반가량이 무료 전자책이라는 미국의 온라인서점 아마존을 보면 배가 좀 아픕니다. 그래도 양보다는 질이 문제일 텐데요, 저작권이 만료된 고전들을 만나는 기쁨이 으뜸일 것 같습니다.
전자책 오픈마켓인 유페이퍼는 외국 고전들을 비롯한 해외 원서들이, 인터파크에는 한국저작권위원회가 공급한 한국 근대문 학작품들과 인문학 도서들이, 교보문고에는 저작권이 만료된 국내소설이나 무가 잡지들이 많습니다. 온라인 작가들의 작품이나 맛보기 형식의 도서 요약본도 많이 등장하고 있고요. 이달 본지맨 마지막 쪽 ‘ebook new book’에 신채호의 《조선상고사》 외 2종이 소개되어 있기도 합니다.
다만 온라인서점에서 이런 무료 전자책을 보려면 각 서점에서 지원하는 기기가 있어야 합니다. 대표적으로 북큐브에서는 PC 를 포함해 전용단말기인 북큐브B-612, 북큐브B-815와 아이폰, 갤럭시(S, K, A), 넥서스원 등 14종의 스마트폰, 아이팟, 태블릿 PC인 아이패드, 갤럭시탭을 지원합니다.
하지만 역시 이것보다 어려운 질문은 전자책 대여 문제입 니다. 전자책 전문가들 사이에서 유료 대여 모델에 대한 의견들이 나오고 유료 대여 서비스를 해보겠다고 발표한 업체도 있지만 아직 본격적인 유료 대여는 찾아보기 힘듭니다. 완전 대여 모델은 아니지만 전자책 서점 바로북이 ‘M바로북’ 안드로이드앱을 출시하면서 일주일, 한 달 단위로 정액 요금(현재 각각 4,900원 19,900원)을 받고 5,000여 권의 바로북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는게 유일한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남은 건 도서관. 해외동포 혹은 지역에 무관하게 전자책을 빌려보고 싶은 독자에게 반가운 소식과 그렇지 않은 소식이 있습니다. 먼저 도서관에 관외대출회원으로 등록된 경우에만 전자책 대여가 가능한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사실. 그럼에도 불구 하고 지역에 무관하게 온라인 회원 가입만으로도 전자책을 빌릴수 있는 도서관이 있다는 건 좋은 소식이겠죠? (해당 도서관들은 아래의 표에 있습니다.) 현재 전국 400여 개의 공공도서관과 300여 개의 대학도서관 에서 전자책 대출을 하고 있습니다. 도서관 전자책 대여 시스템이 웹을 기반으로 구축되어 PC를 통해 대여받는 것이 일반적인 모델. 또 하나는 지난해부터 시작된 ‘모바일 대여 서비스’. 전자책 전용단말기나 스마트폰, 태블릿PC 등으로 전자책을 내려받고 반납할 수 있게 된 거죠.
모바일 서비스를 하는 대표적인 도서관은 서울에 있는 시립도 서관들을 통합해 서비스 중인 ‘서울시 교육청 전자도서관’을 들수 있습니다. 여기에 속해 있는 22개 도서관에서 접속할 수도 있고요(통합도서관 홈페이지 http://lib.sen.go.kr). 물론 각 도서관에 회원 등록이 되어 있어야 한다는 사실. 등록이 되어 있다는 전제 아래 서울시 교육청 전자도서관 및 일반 도서관의 모바일 대여 서비스 절차를 자세히 살펴봅니다.
대여일수는 보통 3일에서 10일까지로 1회 연장이 가능하고 기한이 지나면 대여한 전자책 효력이 자동으로 소멸됩니다. 22개 도서관 중 정독도서관은 추가로 전자책을 구비해놓기도 했네요.
좀 복잡하다구요? 반납일자에 신경 쓰지 않아도 되고 발품도 아낄 수 있다면야.
‘우리 도서관은 도대체 언제?’ 필자도 가장 궁금한 부분입 니다. 현재 앱으로 전자책 뷰어를 제공하는 전자도서관 업체들이 발표한 내용들을 보면 모바일 대여 서비스의 현황이나 계획이 조금 짐작되는데요, 우리 전자책이 제공하는 XDF 전자책을 볼 수 있는 도서관은 전국 200여 곳. PC 대여 서비스에서 나아가 현재 몇 군데가 모바일 서비스를 시작했다니 우리 도서관에 XDF 전자책(xml포맷)이 있다면 모바일 서비스를 기대해볼수 있겠습니다. 또 거의 모든 플랫폼에 앱을 출시한 북큐브는 북큐브 단말기를 포함해 최대 156개 도서관(지원도서관 확인 URL 은 http://bookplayer.dasangng.co.kr/main.asp?terminal_#library_list)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교보문고도 아이폰과 안드로이드폰에서 교보문고 도서관 앱을 출시했고 경기도사이버도서관에서도 올 상반기 내에 전자책 서비스를 하겠 다고 발표했으니 도서관에 요청하는 것도 한 방법.
마지막으로 국립중앙도서관이 운영하는 국가전자도서관을 빼놓을 수 없겠네요. 1945년 이전의 신문, 한국고전백서(국립중 앙도서관), 학위논문(국회도서관), 판례(법원도서관) 등 저작권에 저촉되지 않는 자료들을 전 국민이 온라인상에서 볼 수 있습니 다. 국가전자도서관의 배너를 통해 국립중앙도서관에 접속해보니 따로 뷰어를 설치하지 않고도 1900년대 초반의 딱지본 소설들을 원본 이미지 그대로 볼 수 있는 점이 매력적이었습니다. 이 자료들은 저작권이 해결된 일부 단행본이나 학위논문을 포함해 국립중앙도서관과 협약한 500여 개의 도서관 디지털 열람실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저작권 문제가 디지털 자료들에 대한 물리적 장소를 요구하게 된 셈이다.’ 국립디지털도서관의 이옥주 사서가한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