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T 강국 대한민국 그리고 전자책
  • I T 칼 럼

  • 우리는 ‘한국은 인터넷 강국 또는 IT 강국’이라는 이야기를 꺼내는 데 전혀 주저하지 않는다. 하지만 필자는 한국에 돌아와 IT 분야에 종사하거나 대학에서 공부하는 많은 젊은이들과 이야기할 때마다, 한국에서 정보 통신 분야에 관심이 많은 사람 특히 모바일과 관련하여 고민하는 사람들에 대해 세계적 미디어 환경의 변화를 제대로 이해 하지 못하는 ‘불행한 사람들’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세계 정보통신 산업의 축이 이미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 이동하고 있지만 한국의 경쟁력은 제조 기술, 즉 ‘하드웨어’에 아직도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을 하고 싶다.

    애플의 아이폰은 나침반에서 동영상 편집기에 이르기까지 수백 가지 기능을 편리하게 수행할 수 있으며, 이 순간에도 기능이 계속 추가되고 있다. 이것을 가능하게 해주는 것이 바로 소프트웨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소프트웨어는 한국 정보통신산업에서 가장 취약한 부분이다. 한국의 삼성과 LG가 제작하는 휴대폰이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춘 상품 이지만, 이 경쟁력은 휴대폰이 인터넷과 분리되어 있는 환경에서 얻어진 것이다. 애플의 아이 폰과 ‘앱스토어(App Store)’, 구글의 안드로이드폰이 보여주듯 휴대폰은 이제 ‘인터넷 기술’이 라는 소프트웨어의 영역 속으로 진입했다. 하드웨어의 틀을 넘어 소프트웨어의 가능성에 따라 기능을 무한대로 확장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은 하드웨어, 즉 단말기를 판매하는 데 그치며 부가가치 높은 서비스는 국제시장에 제대로 선도 보이지 못하고 있다. 과거에 소프트웨어는 하드웨어를 작동시키는 수단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는 정반대로 하드웨어가 소프트웨어의 가능성을 구현하는 수단이 되고 있다. 소프트웨어는 단순한 ‘기술’의 문제가 아니다. 창의력, 그리고 한 사회의 ‘생활 양식’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일시적인 투자로 하루아침에 성과를 얻을 수 없는 것이다. 
     
    전자책(e-Book)은 종이 책의 내용을 디지털 형태로 저장해 들고 다니면서 읽을 수 있는 첨단 기기다. 검은색과 흰색 잉크를 적절히 섞어 화면을 띄우는 전자잉크 디스플레이 덕분에 디지털 문자를 읽을 때도 종이 책을 보는 것처럼 눈이 편안한 게 장점이다.

    인터넷서점 아마존은 2007년 11월 19일, 전자책 서비스와 그 서비스를 사용을 위한 기기 ‘킨 들(Kindle)’을 공개했다. 킨들은 전자 종이 디스플레이와 독자적인 킨들(AZW) 포맷을 사용한 다. 콘텐츠는 스프린트의 EVDO 네트워크를 이용해 아마존의 휘스퍼넷에서 다운로드할 수있다. 아마존은 또한 2009년 3월 3일, 아이폰과 아이팟 터치에서 사용할 수 있는 ‘킨들’ 애플 리케이션을 공개했다. 이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하면 아이폰과 아이팟 터치에서도 킨들 콘텐츠를 읽을 수 있고, ‘휘스퍼싱크’로 명명된 기술을 사용하면 킨들 하드웨어와 다른 모바일 기기 간의 정보를 동기화할 수 있다. 
     
    ‘불을 지피다’라는 뜻을 지닌 전자책 ‘킨들’은 무선통신(WI-FI) 기능을 갖추고 있어 컴퓨터에 접속할 필요 없이 스스로 e북을 내려 받는다. 이 단순하고 편리한 기능 덕택에 킨들은 출시 2년 만에 100만 대 판매를 돌파한 것으로 보인다. 아마 존은 대형 출판사들과 전송권 문제를 해결함으 로써 신간 서적을 종이책과 동시에 전자책으로도 제공해 콘텐츠 부족 문제를 해결, 현재 보유한 전자책이 30만 권이나 된다고 한다.

    최근 세계 최대 서점 체인인 반스앤노블도 전자책 시장 진출을 선언했고, 일본의 강자인 소니는 100만 권에 달하는 구글의 공공 도메인 서적 콘텐츠를 공급한다고 발표했다. 애플까지 가세, 연말께 신형 기기를 선보일 예정이다. 프로젝트명 ‘칵테일’로 불리는 이 기기는 터치스크린 방식의 태블릿 PC로 첨단 멀티미디어 기능을 구현하며 전자책 기능까지 갖추게 된다. 시장조사업체 디스플레이뱅크에 따르면 세계 e북 시장은 지난해 3500만 달러에서 2015년 11억 달러, 2020년 34억 달러 규모로 늘어날 전망이다. 
     
    소니의 포켓 에디션 출시에 이어 삼성전자에서도 SNE-50K라는 독자적인 e북 리더를 출시했다.


    삼성전자가 지난 7월 대기업으로는 처음으로 전자책 시장에 뛰어들었고, 최근 아이리버도 깔끔한 디자인을 내세운 전자책 단말기를 내놓으며 시장 확대를 꾀하고 있다. 휴대폰이나 PMP로 이용하는 정도였던 국내 전자책 시장에 삼성전자와 교보문고가 가세하면서 시장 판도에 일대 변화가 예고되고 있는데, 업계는 국내 전자책 시장이 내년도에는 1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참고로 국내 전자책 시장은 1999년 ‘한국출판인회의’ 소속 단행본 출판사들이 공동 출자, (주)북토 피아를 설립하는 것으로 본격화됐다. 그러나 한국의 인터넷은 전자책의 특성과 성장을 제공하기 에는 열악한 솔루션과 단말기 환경, 그리고 신간 콘텐츠 제공을 꺼리는 출판사들의 인식 부족으로볼 만한 책을 찾기가 어려웠다. 한편 당시 자금력이 풍부했던 북토피아는 오프라인 서적 유통에 한눈을 팔다 적자를 보고, 출범 2년 남짓해 와이즈북과 합병하며 새 진로를 모색, 안정을 되찾는 듯했지만 회사의 내분으로 결국 풍비박산이 났다. 현재 북토피아는 1,063개 출판사에 밀린 저작권 료가 약 60억원, 신간 서비스는 사실상 중단된 상태. 출판계는 북토피아 사태로 인해 받은 충격에
    서 벗어나는 데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망하고 있다.


  • 글쓴날 : [13-09-04 10:44]
    • 류희송 기자[dcon@myde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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