섣불리 예측하지 마, 운에 맡겨!
지하철과 코코넛
(스피로스 마크리다키스, 로빈 호가스, 애닐 가바 지음 | 김정수 옮김 | 비즈니스맵 펴냄)
20대의 고민이 ‘무엇을 할 것인가’라면 30대의 고민은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가 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40대와 50대의 고민은 어떻게 달라질까요. ‘사오정’, ‘오륙도’, ‘명예 퇴직’ 등의 용어가 생동감(?) 있게 느껴지는 40대와 50대의 고민은 아마도 ‘어떻게 살아왔는가’가 아닐까요. 그동안 지내온 시간들을 되돌아보며 남은 기간을 어떻게 준비 하고 수확할 것인가 하는 고민이 될 듯합니다.
대기업 홍보대행사에서 이사까지 지냈던 친구가 회사를 그만둔 후 아직까지 이렇다할 일을 정하지 못한 채 고민만 거듭하고 있습니다. 회사를 그만둔 지 2년 여가 흘렀지만 구체적인 사업 아이템을 정하지 못한 채 시간만 보내고 있습니다. ‘돌다리도 두드려 보고 건너야 된다’는 것이 그의 신념입니다. 하지만 살아가면서 우리가 예측하고 통제할 수 있는 일이 과연 얼마나 될까요?
《지하철과 코코넛》은 불확실한 시대에 섣불리 예측하지 않고, 성공의 기회를 잡는 ‘운(運)’ 활용 지침서입니다. 통계학, 인지심리학, 의사결정학이라는 각각 다른 분야에서 연구 활동을 해온 3인의 저자는 ‘통제감의 착각’에서 벗어나라고 조언합니다. 섣부른 예단 대신 ‘운’에 맡기라는 것입니다. 미래를 예측하지 말고, 스스로의 통제를 포기 함으로써 진정한 부와 건강, 행복을 얻을 수 있다고 말합니다.
책 제목에서 언급된 지하철과 코코넛은 바로 불확실성의 두 가지 유형을 말합니다.
‘지하철형’은 지하철로 출근하는 일처럼 자주 일어나는 사건이고, 걸리는 시간도 평균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경우를 말합니다. 이에 비해 ‘코코 넛형’은 머리 위로 떨어진 코코넛에 맞아 목숨을 잃을 수 있는 것처럼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전혀 뜻밖의 사건을 일컫고 있습니다. ‘지하철형’은 수량화와 모형화가 가능합니다. 반면 ‘코코넛형’은 예측이 어렵습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들어가 보면 사실 이들을 구분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주목 해야 할 점은 ‘코코넛형’을 ‘지하철형’인 것처럼 수량화와 모형화가 가능하다고 믿는 것은 그릇된 판단이고 착각이라는 사실입니다. 강창희 미래에셋 투자교육연구소장도 추천사 에서 다음과 같은 얘기를 남겨 눈길을 끕니다.
“나는 36년 동안 증권업계에서 일해 왔다. 최근에는 투자 교육 활동을 하고 있는데, 이전에는 주로 주식시장을 예측하는 리서치 업무, 외국인 투자가에게 한국의 주식투자를 중개 하는 국제증권 업무, 그리고 고객의 자산을 운용하는 자산운 용사의 CEO를 지냈다. 당시 내 관심사는 주가를 예측하고, 주가가 오를 만한 기업을 고르는 것이었다. 나는 ‘투자전략= 주가예측’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오랜 경험을 통해 깨닫게된 것이 있다. 주식시장을 예측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주식투자에 성공하려면 예측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전제로 장기, 분산 투자를 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통제를 포기하면 오히려 통제력이 강화된다?
이들 3인의 저자가 밝히고 있는 네 가지 투자지침과 투자에 적합하지 않은 여덟 가지 노래 역시 이목을 끌고 있습니 다. 먼저 투자지침을 소개하면 이렇습니다.
첫째, 평균수익률을 목표로 하라. 시장수익률을 능가하려고 개별 주식이나 채권을 선택해선 안 된다는 것. 시장 평균과 일치할 수 있게 최대한 여러 곳에 투자하라는 것입니다.
직접 주식을 매입할 수 없는 경우, 일정하게 시장 평균을 따르는 인덱스펀드나 상장지수펀드(ETF) 등에 투자할 것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둘째, 인내하라. 무엇보다 ‘완벽한’ 시점에 팔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손실을 입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매입과 보유 전략을 선택하는 것이 최선입니다. 거래를 자주 할수록 수익률은 떨어질 수밖에 없습 니다. 거래 비용이야말로 거래가 잦은 투자에서 수익률을 감소시키는 직접적 원인이 됩니다.
셋째, 위험을 인식하라. ‘위험을 꺼리는 것’과는 다릅니다.
주식시장의 평균 지수는 위험과 기회를 동시에 제공합니다. 특히 10∼20년을 투자 기간으로 삼은 경우에 그렇습니다.
넷째, 균형을 취하라. 목표를 제대로 유지하려면 먼저 포트 폴리오를 정기적(최대한 일년에 한 번씩)으로 재조정해야 합니다. 시장 평균과 연동되는 펀드에 투자했다면 이런 재조정이 자동적으로 이뤄집니다.
성공적인 투자에 못지않게 재치 있는 입담으로도 유명한 워렌 버핏은 “주식 투자자의 가장 큰 적은 비용과 감정이다” 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저자는 “인생의 다른 영역에서처럼 우리의 선한 의도가 탐욕과 두려움, 희망이라는 버뮤다 삼각 지대에서 가뭇없이 사라질 수 있다”고 지적하면서 투자 활동 에서 피해야 할 여덟 가지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1)부화뇌동 하는 것, 2)대세를 따르지 않는 것, 3)신문 기사를 믿는 것, 4) 무의식적인 연상, 5)건망증, 6) 손실에 대한 두려움, 7)소망적 사고, 8)패턴 상상하기 위의 네 가지 지침에 따라 투자하고 자산을 현명하게 배분 하고, 그 어떤 신비한 음악이나 유혹적인 말에도 귀 기울이지 말아야 합니다. 투자란 피할 수 없는 불확실성을 받아들 이고, 적절한 정책을 정한 후 그것을 굳게 지키는 행위입니 다. 이런 점에서 투자란 통제의 역설을 보여주는 완벽한 사례입니다. 인덱스펀드에 투자하거나 포트폴리오를 무작위로 선정한다면 주식 선정에 대한 통제를 스스로 포기하는 일입니다. 이 같은 선택으로 오히려 수익률이 높아지고 그에 따라 재정에 관한 통제력이 강화되는 일이기도 합니다. 투자 행위를 통해 적어도 중단기적으로 어느 누구도 시장을 정확히 예측할 수 없다는 점을 인정한 덕분입니다.
이경탑
증권전문방송 토마토TV 증권부장. 한국ABC협회, 현대그룹문화실, 케이블 TV 현대방송과 KT 뉴미디어사업단(현 스카이라이프) 등을 거쳐 2000년부터 경제통신사 이데일리에서 늦깎이 기자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아시아경 제신문 기자를 거치기도. 2004년 한국기자협회 국내 대학원 연수 지원 대상 자로 뽑혀 연세대 언론홍보대학원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