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패로부터 얻는 교훈 단말기가 곧 시장이다
  • IT 칼럼
  • 전자책(eBook)이란 것이 하나의 산업으로 탄생하게 된 것은 ‘킨들 신드롬’으로부터 비롯된 것은 아니다. 이미 전자책은 10여 년 전에 국내에서도 벤처 열풍에 편승하여 시작된, 각광받는 사업 아이템이었다. 2000년 당시 한국출판인회의를 중심으로 약 200여 출판사들이 공동으로 출자하여 ‘북토피아’라는 기업을 세웠던 것이 그 증거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들어 문광부가 나서서 전자책의 표준화를 공론화하고 있으나 사실 이 또한 지난 2002년 7월 10일 이미 산업자원부 기술표준원이 전자책 문서 표준으로 ‘EBKS 1.0’을 한국공업규격(KS)으로 제정해놓은 상황이다.

    이렇듯 전자책 산업은 과거부터 존재해왔던 사업 아이템이 다. 그러나 정부 관련 부처와 업계의 최근 행보를 보면 모두들 과거는 말끔히 잊어버리고 새롭게 출발하자는 듯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건 아마도 지난 10여 년간 국내 전자책 산업이 활성화되지 못하고 사실상 사양 산업의 길을 걸어왔기 때문인 듯하다.

    그러나 지난 10년이 생각하기 싫은 가슴 아픈 추억일지라도 과거에 대한 냉정한 분석 없이 새로운 계획을 펼쳐나갈 수는 없는 일이다. 전자책에 대한 아픈 기억은 국내뿐만이 아니다.

    해외의 업체들 또한 동일한 실패를 맛보았다. 여기서 잠시 그들은 과거의 실패를 어떻게 분석하고 있는지 살펴보도록 하자. 
     
    종이책을 따라가지 못했던 전자책 
     
    2006년 초에 해외의 어느 마케팅 리서치기관에서는 최근 전개되고 있는 전자책 시장의 예고편과 같은 의미심장한 연구 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다. 그 연구 보고서는 과거 전자책 시장이 활성화되지 못한 주된 원인을 다음의 몇 가지로 분류하여 지적 하고 있다.

    첫째, 전용 단말기 가격이 PC 또는 노트북과 단순 비교했을 때뿐만 아니라 종이인쇄출판물을 이용했을 때와 비교해도 상대 적으로 비쌌다는 점.

    둘째, 출판된 전자책을 동일한 타이틀의 종이책과 비교했을 때비슷한 수준의 품질을 보여주지 못함으로써 이용자들에게 전자책 컨텐츠가 품질에 비해 비싸다는 인식을 주었다는 점.

    셋째, 광범위한 주제 영역에서 유/무료 컨텐츠가 충분히 출판 되지 못함으로 인해 소비자들의 이용에 제약이 있었다는 점.

    넷째, 당시 전용 단말기들에 사용된 디스플레이의 품질이 낮아 장시간 사용시 사용자의 눈을 피로하게 하였다는 점.

    다섯째, 매우 엄격하게 적용된 DRM이 저자와 출판자의 재산 권을 보호하는 기능에만 치중되어 있을 뿐, 책을 구매한 소비 자의 재산권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

    그 외에 단말기의 짧은 배터리 수명, 책보다 휴대성이 떨어 지는 큰 부피와 무게 등이 전자책 시장 활성화의 걸림돌로 거론되었다.

    이 연구 보고서의 분석을 참조했을 때, 제작되는 전자책의 품질 문제, 전자책의 소유 개념 재정립, 그리고 광범위한 분야에 걸쳐 전자출판이 좀 더 적극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 등이 시장 활성화를 위한 방법으로 거론되고 있지만, 사실 가장 중요하게 강조하고 있는 부분은 전용 단말기에 관한 것이다. 
     
    예측보다 빨랐던 전자종이의 출현 
     
    이는 책보다 일찍이 디지털화의 길을 걸었으며, 이제는 하나의 산업 영역으로 굳건히 자리잡은 음악, 영화 등의 다른 컨텐츠 사례와 그 맥을 같이 한다. 음악 산업을 예로 들면, 아날로 
     
    그 기반의 LP와 카세트테이프를 매체로 하여 유통되던 음악 컨텐츠는 CD라는 디지털매체를 거쳐 오늘날 MP3를 통해 디지털 음원 형태로 널리 유통되고 있다.

    사용자들이 CD와 MP3의 이용을 쉽게 받아들인 데에는 전용 단말기인 CD 플레이어와 MP3 플레이어가 값싸고 간편했으며 질이 뛰어나 쉽고 빠르게 보급될 수 있었다는 점을 빼놓고 얘기할 수 없다. 특히 유심히 보아야 할 점은 CD에서 MP3 형태로 전환될 때에 상당 기간 진통이 있었다는 점이다. MP3 전용 단말기가 제대로 보급되지 않아서 음원이 주로 PC를 통해서 유통되던 시절에는 MP3 음원 이용 환경이 지극히 제한적이 었다. MP3가 있어도 PC만큼 마음껏 음원을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이 안 되었다. 따라서 PC나 노트북이 있으면 그만이지 소비 자들이 불편한 MP3에 비용을 지불할 이유가 없었다. 그러다보니 한동안 불법 음원이 대규모의 P2P 사이트를 통해 유통되던 시기가 있었다. 반면 MP3 플레이어가 시장에 출시되고 휴대폰에 그 기능이 추가되면서 음원 시장의 판도는 바뀌게 되었다.

    MP3 플레이어 시장이 확대되자 음원 시장 또한 자연히 성장하게 된 것이다. 단말기의 확대가 곧 시장의 확대다. 이 점을 상기 한다면 컨텐츠가 디지털 시장에서 소비자들에게 물질적 가치를 인정받기 위해서는 전용 단말기 확대가 얼마나 중요한 요소 인지를 짐작할 수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책이 디지털 시장에서 성공하려면, 책을 이용하는 사용 환경을 편리하고도 충분하게 제공해줄 수 있는 전용 단말기의 시장 확대가 필수적이다. AFAICS의 보고서는 당시 출시되고 있던 전용 단말기들의 한계를 뛰어넘는 단말기 출현을 예측하였는데, 소니와 아마존의 개발이 그 보고서의 예상 보다 훨씬 빨랐다. 그것이 바로 ‘전자종이(E-paper)’의 출현이다.



  • 글쓴날 : [15-01-23 12:03]
    • 류희송 기자[dcon@myde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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