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지저귀어’ 보자는 건 알겠소만…
모두가 광장에 모이다
(송인혁, 이유진 외 지음 | 아이앤유 펴냄)
92년 대학에 들어가서 플로피 디스크 두 장으로 부팅하는 컴퓨터를 배웠다. 얼마 후 친구는 ‘르모’라는 한글 워드프로 세서를 구입해 폼 나게 글을 썼다. 부러웠다. 대학교 4학년인 95년 초 처음으로 PC통신의 세계에 들어갔다. 처음에는 대화방에서 여자를 ‘꼬셨고’ 얼마 후에는 문학 공간에 서평을 썼다. ‘이다’ 등 문학 동호회를 통해 사람들도 만났다. 그해 가을 회사에 들어가니 두툼한 삼보 노트북과 삐삐를 줬다.
기사 쓰기보다는 서평 쓰기에 더 마음이 끌렸다. 거기에 사무실은 대형 서점이 가까운 광화문이었다.
97년 가을엔가 한 노신사가 나를 찾아 왔다. 그의 말이 내심장에 꽂혔다.
“지금은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콘텐츠가 7:2:1이지만 얼마 안 있으면 1:2:7로 바뀔 것이다. 콘텐츠의 시대를 대비해서 좋은 콘텐츠를 쌓아가야 한다.”
그분이 비용을 대고 ‘문예평론’이라는 문학 웹진을 만들었 다. 웹진 핑계를 대고 만나고 싶었던 문인들을 만날 수 있었 다. 얼마 되지 않아 사진을 하는 친구와 함께 ‘사진과 글이 있는 풍경’이라는 개인 홈페이지를 만들었다. 같이 축제도 취재 하고 인터뷰도 했다. 언론에도 소개될 만큼 제법 인기도 있었다. 하지만 그런 행복한 날은 얼마가지 않았다. 95년 PC통 신에서 만난 여인을 따라서 중국행을 결정했다.
중국에 가 있는 동안에 인터넷을 비롯한 매체 환경은 급변 했다. 물론 수직적 구조가 아닌 수평적 구조로 가야 한다는 콘텐츠나 조직에 대한 생각은 더욱 굳어갔다. 처음에 쓰려고 기획했던 ‘콘텐츠 혁명’이라는 책은 쓰지 못했고, 대신에 중국 여행이나 인문 등에 관한 잡서들을 펴냈다.
PC통신 시절부터 관심 가졌던 ‘소셜’
2008년 한국으로 돌아왔다. 얼마 되지 않아서 아이폰이 인기를 끌었다. 인터넷은 이제 완전히 세상의 하부 구조가 되었다. 나도 아이폰을 갖고 싶다. 하지만 아내의 저항으로 ‘지름신’을 발동할 수 없다. 사실 미국에서 얼마 가지도 않는 아이폰을 80만 원 가량에 사는 구조가 짜증나기도 해서 구입 하기가 싫다고 자위하기도 한다. 아이폰이 나오기 전부터 소셜에 대한 관심은 컸다.
개인적으로 나는 대학에서 학생들을 평가할 때 시험은 애당초 보지 않고 학생들이 블로그를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얼마나 잘 보여주는가, 이것으로 학점을 주는 방식을 택한다.
물론 학기 중에는 다양한 리포트로 학생들을 괴롭힌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내가 블로그를 강조하는 의미도 모르기 때문 이다. “내가 사람을 뽑기도 하지만 이력서 한 장에서는 여러 분들의 개성을 볼 수 없습니다. 나는 그래서 블로그를 잘 가꾸는 사람을 선호합니다. 학생의 독서에서부터 시작해 영화 감상, 여행, 기획 능력 등 모든 것을 블로그에 가면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블로그가 있다면 나랑 이웃을 신청하고 없다면 만들어서 이웃 신청을 하기 바랍니다.”
지금 내 수업을 듣는 80여 명의 학생들 가운데 제법 모습을 갖춘 블로그를 만드는 학생들이 있다. 사실 내가 처음 홈페이지를 만들던 시절에 비하면 지금 블로그는 일도 아니다.
그때는 나모 등 저작 도구도 알아야 했고, FTP 등 올리는 절차도 복잡했다. 그에 비하면 포털과 연동되는 블로그는 자신의 패러다임을 넓히는 지름길이다.
개인적으로 제대로 집중하지 못하는 블로그를 갖고 있는데 하루 500명 정도가 방문한다. 사실 인터넷 마케팅이나 소셜 미디어에 관한 많은 책을 봤다. 그런 가운데 손에 잡힌 《모두가 광장에 모이다》는 나름대로 소셜 미디어에 대해서잘 설명한 책이다.
훌륭한 트위터가 되는 다양한 비법들
물론 이 책의 주요한 하부 구조는 트위터라는 특정한 소셜 이다. 개인적으로 나는 트위터에 별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
분명히 트위터는 네트워크에는 장점을 갖고 있지만, 콘텐츠 라는 측면에서 트위터는 장난감 같다는 느낌을 피하기 힘들 다. 사실 그런 점에서 ‘사이월드’라는 소셜도 별로 선호하지 않는다. 때문에 블로그 정도는 되어야 홈페이지를 대신하고, 자신의 정체성을 가질 수 있다는 고루한 생각을 하고 있다.
때문에 트위터는 정치인이나 비즈니스맨들에게는 적당하겠 지만 나 같은 스타일의 개인 미디어를 갖고자 하는 이들에게는 별로인 것 같다. 물론 내가 이용하는 블로그도 ‘미투데이’ 라는 트위터와 유사한 툴을 갖고 있기도 한데, 생각보다는 재미가 없다.
어떻든 이 책은 트위터를 하는 이들이야말로 수평적 능력을 갖고 있다는 것을 포함해 트워터를 하라고 권고한다. 또훌륭한 트위터가 되는 다양한 비법들을 설명한다. 어떻든 많은 부분에 공감하기도 하지만 툴에 대한 불만으로 내가 트위 터에 참여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그런 점에서 포털들의 블로그도 발전이 더디기는 마찬가지다.
사실 스마트폰의 활성화는 단문을 나누는 트위터보다 블로그의 힘을 증가시킬 수 있을 것 같은데, 이런 관점보다는 신비한 툴을 구입하는 데 포털의 힘을 낭비하지 않는가 하는 생각을 하고 있다. 사실 10년 전에 지금의 ‘다음’이나 ‘네이 버’를 생각하기 어려웠듯이, 10년 후의 소셜 미디어의 변화를 예감하기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강한 개인은 자신만의 확실한 콘텐츠를 기획하고 축적해 가는 이들일 거라는 데는 자신감을 갖고 있다.
조창완
<미디어오늘> 기자로 사회 생활을 시작. PC통신 하이텔에서 서평을 쓰는 것으로 책과 인연을 맺었다. 99년 중국으로 건너가 10년을 살고 귀국했다. 10여 권의 중국 여행, 어학, 문화서를 출간. 현재 중국전문여행사 알자여행(www.aljatour.com)을 운영하며 한신대 외래교수로 여행, 콘텐츠를 가르친다. 중국전문신문인 <한 중경제신문> 경제부장을 맡고 있으며, 출판전문 저널리스트로도 활동 중.